*묵인하다

처음 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아주 약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뿌리치지 못한 네가 원망스럽기도 했어. 알고 지낸 기간, 친밀감의 깊이, 단순히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아마 네가 더 잘 알고 있었겠지. 근데 난 네가 그렇게 위험한 선택을 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정말 차라리 내가 그랬으면 그랬지, 넌 절대 그럴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렇게 시작한 네 이야기를 들은 후 처음엔 괜히 어떤 이야기들만 들려오면 내 마음이 다 조마조마했고, 혹시라도 흔히 드라마에서만 보던 일들이 네게 생길까 봐 혼자 얼마나 머리가 쭈뼛했는지 몰라. 마치 예전에 네가 그 새벽에 나 때문에 문자 한 통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차라리 내가 정의의 사도처럼 나서서 모든 것을 망쳐놓아야 했을까라는 정의감인지, 의무감인지 모를 생각이 들기도 했어. 또 한편으로는 내가 고민하고 있을 이 시간에 그냥 누구라도 그렇듯 자연스럽게 멀어지길 바라기도 했어. 과거 전공 시간에 배운 '인지 부조화'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르면서, 마음속에 수많은 갈등이 내재하고 있었는데, 결국 겉으로는 내가 그걸 묵인하는 것 같이 보이더라. 그때 내가 뭘 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다행이지만,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도 아직은 모르겠어. 그저 난 네가 안전하길 바랄 뿐이야. 너의 바람처럼.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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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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