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어떤 시간엔 원래 녹음이 가득한 산 위 리조트에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근데 가보고 싶었던) 말레이시아의 명문 대학교 안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었고,
어떤 시간엔 원래 가장 좋아하는 종이의 집 새로운 시즌을 보면서 마음이 두근두근하고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폭신한 침대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기가 무섭게 잠이 들었다.
어떤 시간엔 원래 파란 하늘 아래에서 예전 호치민에서 입던 호피무늬 수영복을 입고 콘도 수영장을 접수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생전 모르는 사람들과 처음 만나서 인사를 하고, 내 소개를 하고, 비즈니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떤 시간엔 원래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딸기케익과 그린티라떼를 마시고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원두의 출처도 궁금하지 않고, 맛도 기대되지 않는 카페에서 별다른 선택지 없이 아이스 라떼를 주문한 후 최선의 옵션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 나는 신나게 테니스를 치고 있었어야 할 시간에 듣도보도 못한 용어들을 열심히 머릿속에 넣고 있었고,
어쩌다 보니 나는 원래 예정되었던 출근 날짜에 부랴부랴 매우 추운 한국을 가게 될 운명이 닥쳤다.
이렇게 상황은 급물살을 타게 되었는데, 여전히 마음속엔 풀리지 않는 몇 가지의 물음표가 남아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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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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