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헤이즈의 만추 앨범을 들을 수 없었다. 찬 바람이 불던 서울 한복판에서 하루 종일 마음 둘 곳 없는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다가 그나마 익숙해져 버렸다고 생각한 곳에선 내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헤이즈의 만추 앨범을 들으면 마치 그때의 온도가 생각나고, 그때의 마음이 아직도 떠올라서 애써 외면하고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두려 했었다. 그 뒤 약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정확히는 2년하고도 조금 더 지났다. 그 사이 꽁꽁 감추고 눌러왔던 마음들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고, 최근 반년간은 정말 업앤다운이 심했던 감정 변화를 겪으며 그때는 그때일 뿐이라는 것을 야금야금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 뒤 가까스로 많은 투쟁 끝에 평화를 겨우 되찾은 어느 주말, 나는 다시 용기 내어 헤이즈 만추 앨범을 꺼내들었다. 그동안 못 들었던 것이 한스러웠는지 주구장창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부터 해가 지고도 한참이 지난 깊은 밤까지 온종일 그 앨범의 전곡을 듣고 또 들었다. 그렇게 나는 정말로 한 발자국을 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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