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때

그 곳에 내가 있었다

puresmile 2013. 12. 13. 02:34

1분이라도 더 자려고, 자는 시간이 정말 너무나도 귀해서 밤늦게 집까지 뛰어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아주 추운 겨울이였는데, 하루는 빨리 버스에 타려고 뛰어가다가 어디에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넘어졌다. 아프고 창피하고 할 거 없이, 버스를 놓치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에 벌떡 일어나 다시 뛰었다. 집에와서 보니 청바지가 찢어질만큼 세게 넘어졌던데.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1분이라도 더 자기 위해서.


몇 달동안은 새벽 4시가 내 기상시간이였다. 아직 동이 트기도 전에, 어떤 이들에게는 한창 밤일 그 때에, 나는 기상했다. 집을 나선 후, 컴컴한 어둠속에서 나는 쓰레기를 나르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을 보았다. 정말 추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쓰레기 차 뒤에 매달려서 다음 쓰레기 치울곳으로 가고 계셨다. 나 역시, 정말 너무 추워서 버스정류장까지 뛰어갔다. 그래서 첫 차 인지 모를 버스를 탔다. 


또 어떤 때에는 주말, 새벽에 일어나 3시간 동안 전철에 몸을 맡겼다. 하루는 전철안에서 잠을 자고, 하루는 전철안에서 팟캐스트를 듣고, 하루는 전철안에서 공부를 했고, 하루는 전철안에서 발표연습을 했다. 전철엔 나와 같은 사람이 없진 않았다. 모두 내가 내리기 전인 노량진에서 거의 내렸다. 아마 고시공부를 하거나,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들 같았다. 그땐 더운 여름이였다. 새벽에 나가는 상황이 차라리 나을 정도로 더운 여름. 차라리 다행이였다. 


어느 가을엔 편의점 테이블을 들고 버스정류장으로 3정거장 정도가 되는 거리를 왔다갔다 했다. 물론 상황이 도와주지 않아, 편의점 테이블을 오래 들고 다닐 순 없었다. 그게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더 하고 싶었다. 


어느 겨울엔 불이 꺼진 컴컴한 아파트 복도에서 30분정도를 매번 서 있던 적이 있었다. 1분이 10분 같았고, 10분이 1시간 같았다. 또 그 당시에 나는 이대 입구 앞에서 하얀색 코트를 입고 얼음에 미끄러져 슬라이딩도 했었다. 정말 엉덩이가 너무 아파 단번에 일어나지 못했다. 그때 어떤 남학생 둘이 와서 천사처럼 나를 일으켜주고 떠났다. 참으로 고마웠다. 덕분에 그 코트는 까만 얼음 때문에 정말 더러워져서 더이상 입지 못했다. 


어느 여름 밤엔, 낯선 카페에 간 적이 있다. 그 곳에서 나는 아이스 녹차라떼를 주문했고, 두 모금 마셨을까, 하는 찰나에 보기좋게 그 녹차라떼를 쏟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같은걸 주문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남자 종업원은 꽤나 불친절하게 기억된다. 마치 아무 감정이 없는 것처럼. 


어느 여름날 낮엔, 꽤 맛있다는 떡볶이집엘 갔다. 떡볶이가 정말 맛있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꽤나 먹을만 했다. 듣자하니 드라마에도 많이 나왔던 장소라고. 떡볶이랑 튀김이랑 오뎅국물을 먹었는데, 아, 김밥도 먹었었는데, 딱히 맛있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그냥 떡볶이구나, 라는 생각뿐. 다시 한번 가보고는 싶지만, 언제 갈 지 기약은 없다. 그냥 가보고 싶다,는, 아니면 가볼거다,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이 된다.


하루는 배가 너무 고파서 난생 처음으로 혼자 밥집에 들어갔다. 밥 집이라기 보다는 김밥천국 같은 곳이였다. 사실 들어가기 전에 굉장히 망설였다. 뭔가 나를 처량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들어가서 우동 한그릇을 주문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서 테이블을 지키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2~3명 정도는 됐었다. 그 때 먹었던 그 우동은 맛있었다. 휴게소에서 먹었던 우동보다도 훨씬. 훨씬. 아직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가게가 사라지고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아쉬웠다. 정말 아쉬웠다. 사실 아마 그 가게가 있어도, 다시 그 우동을 혼자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어떤 날은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방산시장에 갔다. 당연히 일요일이라고 해도 영업을 거의 할 줄 알았는데, 역시나 주말은 주말인지라 모든 가게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머리를 띵, 한 대 맞은 듯 했다. 그 길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동대문까지 걸어갔다. 두타였나, 밀리오레옆에서는 디스코 팡팡이 한창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선 한국말보다는 일본어와 중국어가 더 많이 들렸다. 더 이상 그 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져서 전철을 타고 상암으로 향했다.


어느 겨울에는 정말 얼음장같이 차가운 찬 물로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어쩔 수가 없었다. 이를 악물고 후다다닥 씻고 나왔다. 찬물이 그렇게 차가운 줄은 그날 처음 알았다. 그 뒤로 절대 찬 물로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마실 물도 차갑게 먹지 않았다. 그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냉장고에 물이 넣어있으면, 씻기 전에 물을 식탁위에 올려두고 조금 식힌 다음 마신다. 지금도 식탁 위에는 물이 올려져 있다. 생각난 김에 물 마셔야지.





'그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방안의 공기마저 차가운 이 시간에  (0) 2013.12.14
마음가짐  (0) 2013.12.13
뉘엿뉘엿  (0) 2013.12.04
다시 또  (0) 2013.11.28
zzzZ  (0) 2013.11.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