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도란도란 프로젝트

5.가을의 전설

puresmile 2014. 2. 9. 10:37

 

*가을의 전설


중학교 1학년 때였나,

한창 노래에 관심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노래를 듣는건 좋아한다)

그때는 노래를 부르는 것도 정말 어지간히 좋아했다.

노래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때 한창 오디션박스 라는 작은 노래방 비슷한게 유행했었다.

노래를 부르면 자신의 노래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가고, 거기서 종종 스타가 나왔다.

연규성도 그렇고, 도은영도 그렇고, 김소정 뭐 등등. 지금은 다 기억이 안난다.

거기서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사실 나는 음치는 아니였다. 

초등학교때부터 합창부를 했었고, 합창대회에 나가 여러번 수상하기도 했었다.

합창은 화음과, 음을 잘 맞추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노래는 달랐다. 

혼자 부르기 때문에 더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각종 오디션 박스 동영상들을 모은 카페에 가입을 하고,

거기서 노래강의를 보며 열심히 연습했다.

말 그대로 글로 배운 것이다.

그 당시 바이브레이션이 꼭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매일 바이브레이션 강좌를 찾아가며, 동영상들을 보고, 글을 읽으며 연습을 했다.

거기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게, 피아노 건반을 반음올리고, 반음내려 치면서 따라하라는 것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바이브레이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신기했다. 따라하면 되는구나, 연습하면 나도 할 수 있구나. 하고.

그리고 한창 노래를 부를 당시,

시에서 노래대회를 한다고 공고가 붙었다.

친구 중에 나보다 노래를 더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대회에 나가자고 그 친구를 꼬드겨 참가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정말 노래를 잘했고, 짧지만 기획사 연습생 시절도 있었다)


그 때 부른 곡이, 녹색지대의 ‘가을의 전설’.


선곡은 내가 했다. 

'가을의 전설'이라는 노래를 알게 된 이유는, 역시 오디션 박스 카페. 하하하.

거기서 누군가가 이 노래로 듀엣을 했고, 그 시절 나는 이 노래에 푹 빠졌다.

그래서 친구랑 이 노래를 몇 번정도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다.

낯익은, 수백번은 더 들은 반주가 흐르고, 서로 화음을 넣고, 코러스를 넣으며, 그렇게 노래를 마쳤다.

결과는 결선 진출.

푸하.

화음을 넣고 코러스를 맞춘게 심사위원 눈에는 잘해보였나보다. 

근데 나랑 내 친구는 뭔가 이 노래가 불만족스러웠다.

사실 이 노래는 원곡이 남자이기도 했고, 우리의 가창력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이 고민한 결과 결선에서 부를 노래는 다른 곡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곡이, 유미의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둘이 부르기엔 참 메리트가 없는 곡.

화음도 없을뿐더러, 그냥 한 곡을 둘이 나누어 부르는 것 밖에 안되지만, 그땐 진지했다.

가을의 전설은 굉장히 많이 들은 곡이지만, 유미노래는 들은 적도, 부른 횟수도 많이 되지 않아 긴장을 많이 했다.

드디어 결선 당일. 우리 차례가 되었다.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는데, 절정인 부분에서 순간 내가 가사를 까먹은 것이였다.

!!!!

친구가 절정 앞부분을 하고 이제 내가 다음 마디를 불러야하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친구가 열창하고 있는 그 짧은 순간 속으로 엄청 당황했다. 그리고 빨리 머리를 굴렸다.

분명히 가사를 몰라 내 순서에 아예 노래를 부르지 못하면 그것만큼 웃긴 상황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내린 결론은 …..

가사를 지어내는 것.

하!하!하!하!하!

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정말 웃긴다. 

그렇다. 나는 그 부분의 가사를 내가 즉석으로 작사해 노래를 불렀다.

진짜 말도 안되는. 하하하하. 지금 생각하라고 하면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노래에 내용에 맞게, 그리고 내가 부를 부분 음에 맞게 그냥 불렀다.

물론 몇 마디 되지는 않았지만. 푸하.

그리고 우리는 수상을 하지 못했다.

(ㅋㅋㅋㅋ)

1등은 거미 노래를 불렀던 고등학생 언니가 차지했다.

우리는 그냥 결선진출에 의의를 두며 아쉬움을 떨쳤다.

하하하하하하.

정말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는 추억이다.

나랑 그 친구랑 지금 노래는 그냥 취미이자 추억이다. 

현재는 노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Epilogue)


그 친구한테 조금 전에 메시지를 보냈다.


나: OO야. 너 혹시 그거 기억나? 가을의 전설

친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도란도란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사탕  (0) 2014.02.23
6.손톱  (0) 2014.02.16
4.향기  (0) 2014.02.04
3.귤  (0) 2014.02.04
2.여름  (0) 2014.02.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