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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5.기차 36.인연

puresmile 2014. 9. 14. 02:27

*기차


1.오후 8시 52분 기차를 타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에서 기차역까지는 2~30분정도지만, 여유있게 기차타기 한시간 전에 집에서 나왔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뚜벅뚜벅 걷고 있다가 '앗!'하고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무언가 돌뿌리에 구두가 걸리며 잠시 중심을 잃어 넘어질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넘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구두가 고장나버렸다. 구두 밑 가보시에 제대로 걸리면서 거의 가보시의 반 정도가 떨어져 나가있었다.

하...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구두를 바꿔신고 나오기에는 약간 시간이 애매하고.

이대로 계속 가기에는 이쯤에서 더 구두가 망가지면 맨발로 다녀야 하는 정말 안좋은 결과가 나올수 있기 때문에 순간 엄청 고민했다.

결론은 조금만 더 꾹 참고 걷기로 했다. 기차만 타면 된다는 생각에.

밑창이 덜컹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참고 걸을 수 있는 상태는 되어서 열심히 간 끝에 기차역에 도착했다.

휴.

다행이다. 이제 기차만 오면된다.

라는 생각으로 기차를 기다렸고, 기차 도착하기 5분 전에 미리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시계를 보며 내가 타려는 열차칸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

맙소사.

구두가 방심한 틈을 타서 내가 다리에 힘을 잘못 줬는지,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아깐 반쯤 떨어져 나간 가보시굽이 90%나 떨어져나간것이 아닌가....

?? ? ??????

진짜 어이가 없어서 계속 웃음만 났다.

아직 내가 타려는 열차칸도 못간채로 플랫폼에 우뚝 서있었다.

움직이면 그 고장난 구두에서 내 발이 떨어져 나올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구두를 최소 9cm이상되는 굽만 신기에, 이 높은 구두에서 추락할 것만 같은 굉장히 지금 상황이 불편했다.

그 순간 기차는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2.전의역이라는 곳을 간 적이 있다.

사실 목적지는 전의역이 아니였고, 거쳐서 가야하기에 전의역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기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굉장히 작은 역이였고, 조용했다.

그리고 주변엔 산과 들과 풀, 마을이 보였다.

아, 이런 곳이 있구나. 기차를 타고 그리 머지 않은 곳에 이런 풍경이 지닌 곳이 있구나. 라고 감탄했다.

그 주변을 찰칵찰칵 아이폰에 몇 장 담았고, 시간이 많지 않아서 급히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나중에는 최종 목적지를 전의역으로 잡고, 그 주변을 여행하고 싶어졌다.


-Hee



*인연


1. 굳이 잡으려 하지 않아도 깊게 맺어지는 것. 애써 지키려고 노력해도 스쳐지나가는 것. 시간이 지나도 연해지지 않는 것. 시간이 지나도 진해질 수 없는 것. 


2. 해묵은 인연은 존재할 수 없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다. 인연은 끈질기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한 순간에 끊어질 수도 있는게 인연이다. 그 예전 진한 인연만을 생각하다간 마음이 다친다. 한 사람, 한 사람 각각 흐르는 시간은 같아도 생각의 단위와 범위, 그리고 환경이 천차만별이기에. 어느샌가 자기 자신도 모르게 기준이 변하고, 가치관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고, 잣대가 변하고. 한 사람 안에 들어있는 우주가 달라졌기 때문에, 예전에 지녔던 자신의 우주와 타인과의 인연은 다시 성립될 수 없다.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섭리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수많은 번뇌를 거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 마음 속으로 100% 인정할 수 없는 순간이였지만, 결국 인정하게 되는,그런 마음을 예상할 수 있다. 


3. 하지만 결국 아무 의미없는 인연은 없다. 서로 어떻게든 영향을 주고 받고 있으니 말이다. 


4.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도무지 비교할 길이 없으니 어느 쪽 결정이 좋을지 확인할 길도 없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밑그림'이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밑그림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초안, 한 작품의 준비 작업인데 비해,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밀란쿤데라)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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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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