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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43.겨울

puresmile 2014. 11. 2. 01:31

*겨울


아직 겨울이 완전히 오지도 않았는데, 내 마음 속은 조금 시리다.

나는 잘하고 싶었다. 정말 잘하고 싶었다.

내가 예전보다 얼마나 컸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어떤 성격이 형성되었는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을 하고 있는지,조금이나마 전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큰 욕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였다. 나의 약한 부분과 힘든 부분까지 공유하며 위로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 부분들은 굳이 위로를 안해줘도 좋았다. 굳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았다. 난 충분히 괜찮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괜찮을거니까.

하지만 몇 년간의 갭은 역시 쉽게 메워질 수 없었다. 고작 몇 주간의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였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진 모르겠다. 다만 몇 군데 짐작만 갈 뿐이다.

사실 어디서부터인지, 언제부터인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이후에 어떻게 했느냐,하는게 항상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따지면 이건 어느 한 명의 일방적인 잘못이 아닐수도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서로의 대화가 많이 부족했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며,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서로가 서툴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조차도 외면하고, 또 외면했었다.

그런데 결국 끝까지 외면하지 못했다. 다시 잘 하고 싶었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마 조금은 내 마음 속에 여유가 생겼기 

이런 감정이 언제부턴가 매년 연례행사처럼 끊임없이 날 괴롭힌다. 요즘은 철이 좀 들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매년이 아니라, 몇 달마다로 주기가 바뀌었다.

아마도 내가 더 신경을 많이 쓰고, 더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려고 하는 만큼 주기가 짧아지겠지.

어디까지 다가가야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한 걸음 다가가면 이것보다 또 한 걸음 다가가고 싶어지고, 점점 욕심이 생긴다. 그 욕심들이 나를 더 괴롭히고, 번뇌하게 하며, 죄책감까지 들게 만든다. 결국 다 내 책임 같다.

차라리 내가 정말 완전히 나쁘고, 모질었으면, 이런 고민은 하지도 않겠지,라는 생각도 가끔 한다.

모질게 그냥 등돌리고, 뒤돌아서 외면하고, 눈길 한 번 주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모질게 마음 먹는것도 잠시뿐. 길어야 이틀이다. 쉽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쉽게 모질음이 가라앉는다.

평온해진 내 마음을 어루만지며 또 다시 숨을 길게 내뱉는다. 또 잘 해야지, 이번엔 정말 잘해야지, 라는 다짐을 하며.

하지만 또 다시 갈등은 생기게 마련이고, 나는 또다시 번뇌하며, 쿵쾅거리는 마음을 또 다시 어루만지길 반복한다. 정말 어렵다.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관계가 어떻든 간에 결국 사람 대 사람 사이니까 그런 거리는 필요하겠지.

어느 누구도 내 자신이 될 순 없으니까. 내 자신 안에서도 치고박고 싸우는 순간이 많은데. 나 아닌 타인이라면 더욱더 '거리'는 필요하겠지.

아직도 난 멀었다.

아직도.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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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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