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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47.여행

puresmile 2014. 11. 30. 12:39

*여행


1-1. 

전의역에 갔었다. 물론 목적지는 다른 곳이였지만, 전의역을 경유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우와! 우와!! 생각지도 못한 정말 평화롭고 잔잔한 풍경들이 언제나 든든한 어깨넓은 남자친구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 산은 푸르고. 전의역 건물은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역처럼 아담 그 자체였다. 누군가가 마을에 벽화사업을 진행했었나보다. 귀여운 벽화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었고, 벽화들과 아담한 건물들이 제법 어울리지 않는 듯하며 어울렸다. 


1-2.

전의역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역 주변에 정말 사람 손길이 물씬 느껴지는 화단들. 선반에도 화분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었고, 땅에도 예쁜 모종들이 심어져 있었다. 그런 손길들이 담긴 식물들을 보니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태어났을때부터 8살때까지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다같이 살았었다. 3층짜리 아파트였는데, 그 아파트 뒤에 작은 언덕이라고 하기도 뭐한 풀이 많은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을 활용해 할아버지는 고추, 토마토 등 여러가지를 심어두셨다. 어린 나는 풀이 다리에 닿는 것이 괜히 싫고, 벌레 물릴 것만 같아서 할아버지의 조그마한 경작물들을 보러가기 싫어했다.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기꺼이 등에 업고 그 경작물들에게 데려가주셨다. 지금도 엄마랑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면 '넌 첫 손녀라서 할아버지가 맨날 업고다녀서 땅도 안밟고 컸어'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신다. 앨범에도 할아버지랑 함께 찍은 사진은 맨날 내가 업혀있었다. 어릴 적엔 꽤 살집이 있어서 무거우셨을텐데. 


2-1.

네번째로 갔었던 제주도에서 기억에 남는 것 하나. 밤에 숙소근처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내렸는데, 12월인데도 불구하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공기도 그냥 선선한 정도.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겨울이 그리 춥지 않다고 초등학교때부터 배웠었는데 그때 실제로 처음 느꼈다. 또, 늦은 밤이여서 길에 조명이 거의 꺼져있었는데, 덕분에 하늘에서 별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봤다. 반짝반짝반짝. 예전 춘천 소양댐에 새벽 2시쯤 갔었을 떄랑 아마 비슷한 광경이였던듯. 겨울에 갔던 제주도는 처음이였는데, 겨울 제주여행도 정말 매력이 넘친다는 걸 깨달았다.


2-2.

제주도에서 먹은 방어회는 진짜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올 정도로 맛있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다시 돌아와서도 방어회를 꽤 찾았었는데, 제주도에서 느꼈던 그 맛이 아니였다. 정말 혀가 호강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꿀맛이였던 방어.


3.

친구들과 일출을 보러 새벽기차를 타고 강릉에 갔었다. 경포대 해변엔 흔들그네가 여러개 놓아져 있어서 그네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약간 흐려서 선명한 일출을 보진 못했지만 하늘의 색이 여러번 주황색에서 보라색에서 하늘색으로 변하는 것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배가 고팠다. 주변에 24시간 횟집이 많아 언뜻 손님들이 꽤 있는 횟집에 들어가서 물회를 시켰다. 순식간에 물회가 나왔다. 물회를 먹은 순간, 사이다 맛이 났다. 사이다 맛만 났다. 젠장! 대충 먹고 나와서 택시를 타러 가는데, 핫도그를 파는 포장마차가 보였다. 핫도그를 사먹자!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핫도그를 받고 케찹을 위에 쭉 짜고, 한 입 딱 물었는데, 진짜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핫도그는 세상에서 처음 먹어봤어! 친구들도 동감. 진짜 다들 핫도그 하나때문에 감동의 도가니. 완전 바삭바삭하고 퉁실퉁실한 그 맛있는 핫도그. 최고의 핫도그였다. 


4.

설렌다. 앞으로의 여행들이. 어떤 것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고 또 설렌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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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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