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 바람과 소망들이 응집해버리면 커다란 이상이 되고, 시름시름 앓던 병처럼 꿈만 꿔오던 이상이 현실과 맞닿아 버리는 지점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 마치 블랙홀 옆을 지난 것처럼 시공간이 모두 뒤바뀐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 🔸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트위터 바로가기
*잘 모르겠어 1. 꽁꽁 매여있는지도 모른 채 자고, 일어나고, 먹고, 싸는 것 등 모든 것이 즐거운 조랑말도, 훗날 위험이 도사리는 지도 모른 채 날마다 늘 같은 시간에 먹을 것을 마음껏 잔뜩 먹을 수 있는 돼지도, 조만간 생명의 소중함과 죽음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하는 지도 모른 채 학교 앞에서 삐약 거리는 병아리를 사 온 한 아이도 마냥 행복한 때가 있다. 2. 코앞이 보이지 않고, 내 발끝이 어디에 어떻게 닿았는지도 모를만큼 탁한 물에서 헤엄치고 또 헤엄치고. 발끝에 채일 만큼 많은 물고기들 사이에서 둥둥 떠다니며 햇빛이 나뭇잎에 비추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곳이 천국임을 느꼈다. 3. 이해와 있는 그대로의 인정은 종이 한 장 차이 같은데 그게 어려운가 봐. -Hee ··············..
*회고 힘든 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떠올려 미소 짓게 만드는 순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비록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라도 양산 밑에 숨어 아무도 알지 못하게 웃을 수 있게.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도시에서 문득 낯선 외로움을 느끼더라도 나의 지난날들이 뭉쳐 단단한 뿌리가 되어 자신을 다 잡을 수 있게. 이미 지금으로부터 지난 무수한 순간들은 너무 많이 꺼냈다 넣어다 반복하다 보니 해어지지 않은 것들이 필요하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 🔸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 🔹도란..
*솔루션 1. 말레이시아의 대리석 바닥 깔린 집에서 살다가 태국에서 오랜만에 장판 깔린 집에 사니까 무엇보다 발이 따뜻하고, 청소해도 표가 확실히 난다. 대리석은 스팀 청소나 물걸레 등 아무리 닦아도 살결이 닿으면 바로바로 얼룩과 자국이 남아 애써 외면하고 살아야 하는데 장판 바닥은 물티슈로만 슥슥 닦아도 뽀득뽀득한 느낌이고, 맨살이 닿아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다시금 오래 살 집은 어떻게든 장판이 깔린 집이 가장 최적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새겨놓는다. 2. 아무리 요리조리 피해다녀도 결국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결과가 어떻든) 마음은 가장 편하다. -Hee ········································································..
*건축 최근 유현준 건축가의 유튜브에서 뉴욕에 대한 콘텐츠가 올라오길래 무심코 눌렀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봤다. 어퍼웨스트부터 맨해튼을 지나 첼시, 브루클린까지 쭉 장소들과 유명 건물들에 대해 훑어주는데 이미 알고 있었던 곳인데도 몰랐던 이야기들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저런 시각이 있구나 싶은 놀라움 반, 흥미 반의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경청했다. 1. 비 오고 쌀쌀한 오후에 후다닥 걸었던 하이라인이 알고 보니 아래에서 줄지어 가는 차들이 전혀 보이지 않게 설계된 레벨이라는 것, 그리고 그냥저냥 빈 공간에 식물들을 심어둔 것이 아니라 여러 모듈로 공간을 섬세하게 나눠두어서 사람과 자연이 한 공간에 있는 느낌을 줬다는 디테일이 있던 장소였다. 2. 마라톤 뛰던 센트럴파크가 인..
*음소거 겉으로는 세상 좋은 사람처럼 인자하고, 아무 악의 없이 웃었던 그 사람은 알고 보니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는 척했지만 사실 볼륨을 음소거하고 주변 이야기들을 다 듣고 있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음흉한 사람을 살면서 처음 겪었다. 조력자인척했지만 실제는 최고 빌런이었던. 심지어 아주 듣기 싫은 목소리로 대놓고 '나는 원래 착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차라리 더 낫다고 느낄 정도였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 🔸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 🔹..
*메모장 짧은 생일 축하 메세지부터 마음을 꾹꾹 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길어진 이메일, 누구든 받기 싫은 장문의 카톡 메세지, 줄줄 외우고 들어갈 프레젠테이션 스크립트, 러프하지만 실속 있는 디테일한 여행 일정, 간단한 회의 내용, 온갖 플로우, 생전 입 밖으로 내뱉어 본 적 없는 영어 인터뷰 내용, 도무지 외울 수 없는 해외 주소, 일주일에 한번 써 내려가는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글, 유튜브나 구글링하다 우연히 만난 영어 문장과 단어들,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적 또는 물적 자원들, 로딩 화면 때부터 이미 무거움이 느껴지면서 다시 켜보기도 싫은 항공사 앱에서 복사한 예약번호. 아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더 많고 다양한 내용들이 새하얀 메모장에 기록됐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엔 5월에 출발해서 한 달 넘게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