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소비

햇빛이 쨍하게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날엔 꽃무늬 블라우스에 그렇게 꽂혔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내 눈이 가는 꽃무늬란 꽃무늬 블라우스는 사고 또 샀다.
처음에는 7일 내내 다른 옷들을 입어도 될 정도여서 웃겼는데,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7일은 무슨.
2주를 입어도 더 남을 정도까지 되어버렸다.
그리고 계절이 지났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회사원이 되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 있는 모든 시청이나 구청. 관공서, 공사공단들을 돌아다니게 되었는데,
그때 내 복장은 치마정장이였다.
치마정장에는 꼭 하이힐을 신고 싶었던 내 욕심에 하이힐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되니 생각보다 내 시간이 많이 사라져버려서
온라인으로 눈으로만 보고 하이힐을 사버렸더니,
이게 뭐야. 버리는 게 반이였다.
보기엔 라인도 잘빠지고, 너무 예쁜데, 발이 너무 아파 한 번 신고 버린 힐도 있었고,
버리기엔 너무 아까울정도로 예뻐서 억지로 두어번은 더 신고 역시나 버린 힐도 있었다.
예쁜 디자인에 플러스로 편안하게(사실 하이힐에서 편안함을 찾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신고 다니던 힐은 역시나 손에 꼽았다.

옷과 구두들의 쇼핑이 이제 질렸을 때쯤
(몇 년을 반복하다보면 디자인이고, 패턴이고 다 비슷비슷한게 보여서 흥미를 잃는다)
귀걸이로 눈길을 돌렸다.
귀걸이는 마치 야금야금 군것질을 하는 것처럼 생각보다 저렴한 것들도 많았고 
온라인으로 쇼핑을 해도 실패할 확률이 적었다.
부모님이 튼튼하게 낳아주신 덕분에 금이고 은이고 그런 귀걸이말고도
정말 아무 귀걸이나 거뜬히 착용할 수 있는 귀를 가진 것도 한 몫 했다.
그래도 나름의 귀걸이 쇼핑기준은 있어야 하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귀걸이들과 똑같은 모양만 아니라면 사보자, 라는 기준을 정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수만가지 종류의 귀걸이가 있지 않은가.
이건 거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냥 다 사자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옷은 주변 사람들이 봐도 딱 내 스타일이라고 할 정도로 나만의 스타일이 정해져있었고,
그 틀을 깨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에 반해 귀걸이는
내게 어울리고 안어울리고 생각할 필요없이,
새로운 스타일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던 것이라 그냥 정말 이쁘면, 새로운 것이면 산 것 같았다.

말레이시아에 와서 다시 또 하이힐 욕심이 도졌다.
여긴 항상 여름이라 앞 코가 막힌 하이힐보다 샌들을 매일 신고 다녔는데,
힐이 높은 샌들을 찾던 와중에 우연히도 기가 막히게 편안한 브랜드를 찾아버려서
주말만 되면 신상이 나왔는지, 내가 못 본 샌들이 있는지 방앗간처럼 그 샵을 찾아갔다.
그리고 쇼핑몰마다 그 브랜드의 샵이 있었는데 샵마다 또 가지고 있는 재고가 달라서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제일 최근에 산 분홍색 힐을 한 번 신고 출근하고 난 후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시아에 심각하게 확산되어 말레이시아 정부는 락다운을 시행했고,
한 달 내내 힐은 신지도 못하고 맨발로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어느새 락다운은 야금야금 3번째 연장이 되었고, 다행인지불행인지 내 쇼핑은 또다시 멈춰졌다.

그리고 조금씩 온라인 쇼핑을 해봤는데, 역시 택배천국 한국과는 다르게
이곳은 해외직구하는 것마냥 잊을만하면 택배가 오고,
그것도 샵마다 천차만별이여서 일주일은 기본이고, 2-3주 걸리기도 한다.
또한 집에 꼭 있어야 택배를 받을 수 있다. 집에 없으면 다시 가져가버린다.
훙. 이런저런 이유로 흥이 지속되지 않는다.
덕분에 적금통장은 하나 더 늘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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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1.
30년이 넘게 살면서 우리 가족 식탁에 킹크랩이 올라온 적이 없다.
일단 치킨도 젓가락으로만 드셨던 아빠는 어떤 음식을 먹기 위해
양 손을, 손가락들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고,
덕분에 나랑 동생도 자연스럽게 킹크랩을 즐겨먹지 않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로 킹크랩을 먹고싶었던 엄마는 이모나, 친구들이랑 먹고 들어오셨다.
그 후 성인이 되고, 킹크랩을 먹으러 가야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익지도 않고 먹기가 어려웠다.
요령이 없던 덕분에 게 다리는 얼마나 딱딱한지, 내 맘대로 잘라지지도 않았고
여기저기 꼬챙이로 엄한 게다리만 쑤시다가 그냥 먹기를 포기하기 일쑤였다.
같이 나온 랍스타는 그나마 살이 발라져 있어서 먹을만 했지만,
킹크랩은 나에겐 아직도 어려운 음식.

2.
게장 역시 마찬가지다.
젓갈류나 게장류 또한 집 식탁에 올라온 적이 없어서
내게 친근한 음식은 아니다.
그래도 안면도에서 먹었던 전혀 짜지 않았던 간장게장의 맛과,
광주에서 먹었던 낙지젓갈의 맛은 잊지 못할 기억이지.

3.
킹크랩보다는 회!
갑자기 숙성회가 먹고싶다.
예전에 망원동에서 먹었던 숙성회가 갑자기 생각났다.
자그마한 회 한 접시를 가운데 두고
열심히 술을 잔에 따라마시며 웃었던 그 때.
다신 돌아갈 수 없을 그 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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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 시바

그시간 2020. 4. 17. 00:33

ㅠㅠ

너네 왜이렇게 귀엽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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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양배추가 항상 냉장고에 있어.
양배추로 할 수 있는 요리라곤 
(요리라고 하기도 조금 뭐한) 양배추 찜이였는데,
요즘 하나가 더 생겼거든.
우연히 유튜브 어느 채널에서 본건데,
요리를 쉽게쉽게 하는 것 같은 거야.
그 사람이 하루는 양배추 덮밥을 만들더라고.
근데 일단 재료가 정말 몇 개 안되고,
심지어 집에 다 있을 법한 재료들이고,
되게 쉬워보이는거 있지.
그래서 도전해봤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쉬운 요리(거의 조리수준)인데
나 요리 초보라 처음 만들 때는 유튜브 영상을 아예 켜두고
재료 손질부터 하나씩 하나씩 따라했지.
일단 영상보고 멈추고, 그대로 따라하고, 또 영상보고 멈춘 후, 또 따라하고.
그러다보니 뭔가 그럴싸한 양배추덮밥이 되더라.
이제는 영상없이도 할 수 있어.
나름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더 넣고 응용도 가능하고.
양배추가 위에 좋은 채소인 줄도 이번에 알았어.
다이어트 식품이라고도 많이 하더라고.
락다운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데, 
다이어트하기엔 딱 좋은 요리인 것 같아서 자주 해먹어.
그리고 남은 양배추는 다시 쪄서 쌈장에 찍어먹기도 해!
양배추 쌈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것 같아. 
고기랑 같이 먹어도 좋고, 그냥 밥에 먹어도 좋고.
양배추는 여러모로 매력있어.
근데 양배추,... 즙은 다들 꺼려하더라...
거기까진 도전 안해보려고..

2.
누군 여기서 디테일이 떨어지고,
누군 저기서 디테일이 뛰어나고.
각자 다 다른 매력이 있어버린거지.

3.
더이상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것과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는?
관성인 줄 알면서도 그걸 너무 쉽게 인정해버리면 조금 슬프고 재미없잖아.

4.
사람의 그대로를 전부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바람에
노력이 헛수고가 되진 않았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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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2020. 4. 11. 04:13

어떻게 해도 설명이 되지 않은 날들
잠을 자면 생각을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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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

그시간 2020. 4. 11. 01:33

2019 정처기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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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리

한국에 있었을 때 한달에 한 번 갈까말까한 본가방문에
동생은 가끔씩 언제오냐며, 보고싶다고 메세지를 보내곤 했었다.
어느 목요일에 '금요일에 회사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갈꺼야'라고 동생에게 말했더니
'그럼 내일 연차쓰고 방정리 해야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말에 나는 실제로 빵터지고 말았지.
'아니 도대체 왜 아까운 연차를 쓰면서까지 방정리를 해?'라고 되묻자
'내 방 진짜 지금 더러워. 청소 안한지 오래되서.. 언니가 보면 뭐라고 할꺼같애 ㅠㅠ'
라고 답변을 한 종종 뚱딴지같이 귀여운 매력이 있는 내 동생.
몇 년 전부터 본가에 나와 혼자 살면서 먼지의 거슬림을 잘 알게 된 나는
본가에 갈 때마다 동생 방에 먼지가 보이면,
도대체 먼지가 이게 뭐냐, 왜 닦지 않고 지내냐며 무의식+고의적으로 잔소리를 했었었지.
그게 동생의 연차에까지 영향을 미쳤구나, 싶어 잠시 혼란스럽다가도 
'평소에 먼지 보일때마다 닦으면 연차까진 안써도 되잖아..'라고 괜히 안웃은척 대답했다.
사실 지금은 안하지만 동생은 꽤 오래 취미로 공방활동을 했었다.
플리마켓도 종종 나가기도 하고, 회원들을 모아 정기적으로 모임도 하고.
그 일을 2~3년? (더 됐나..) 여튼 오래 하다보니 집에 점점 공방에서 쓸 법한 재료들이
마구 쌓이기 시작했다.
큰 색도화지나 각종 문구류는 기본이고 실리콘 건부터 시작해서 듣도보도못한 것들이
많이 쌓여있었다.
책상 아래에 쌓여있었던 그 재료들은 점점 책상 밖으로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고,
옷장과 침대 사이까지도 결국 점령하고 말았다.
또한 동생은 약간 청소를 몰아서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쌓이는 그것들에 대해 보다못한 엄마가 청소를 대신 해주기도 하고,
쓰레기통을 대신 비워주기도 하고, 쌓인 것들이 혹여나 쓰러질까 자리를 잡아주기도 했었다.
또 하루는 본가에 내려가 동생방을 가보니 다이소에서 큰 수납장 6개정도를 깔끔하게 정리를 해서
괜히 기특했다.
이제는 초등학생이 아닌 동생이고, 나보다 키도 훌쩍 커버려 밖에 나가면 언니소리를 듣는 동생이고,
시집가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된 동생이지만 아직도 내겐 귀여운 애기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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