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1.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벽증이다. 내 블라우스 소매가 책상에 닿는 것. 내 하루에 대부분은 키보드를 칠 일이 많은데, 그때 내 옷 팔 소매가 책상에 닿는 것이 너무 싫다. 닿지 않게 하려는 강박이 있다. 그래서 위에 무조건 사무실용 긴 소매 겉옷을 입거나 팔만 끼우고 키보드를 친다. 손목을 아예 들고 칠 수는 없으니. 그 향수를 뿌린 팔목 안쪽이 어딘가에 닿는 게 너무 싫다. 소매가 짧은 옷을 입어서 팔목이 그대로 드러나 차가운 책상에 닿는 것이 싫고, 긴 소매 옷을 입더라도, 그 긴 옷조차 닿는게 싫다. 그렇다고 내 책상은 항상 닦아서 먼지 한 톨 없을 텐데, 그래도 싫다. 에어컨이 추워 가져다놓은 사무실용 옷은 내 팔목과 그날 입은 내 긴 옷소매를 지켜주는 데에도 쓰인다. 언제부터 생겼는지 ..
*구겨지다 1. 다림질을 못하겠다. 어떤 블라우스를 세탁기에 빨면 매우 쉽게 구겨지는 원단을 가졌던데. 다림질 그게 뭐 어렵냐 하겠지만 내겐 어려워.. 그래서 구겨진 블라우스 3-4개를 집 앞 세탁소에 맡겼다. 세탁도 필요 없고 그냥 다려달라고만 했는데 다행히 다려준다고 했다. 세탁소 직원이 나보고 옷걸이가 필요하냐고 묻길래 집에 옷걸이 많으니 괜찮다고 대답했다. 이게 큰 실수였다. 약속한 날 블라우스들을 찾으러 가보니 곱게 다려진 블라우스들이 큰 세탁 봉투 안에 접혀져서 (^^) 밀봉이 되어있었다. 집에 와서 밀봉된 봉투를 뜯어 블라우스를 꺼내었더니 역시.. 몸통 부분은 접혀진 모양대로, 팔 부분들은 또 다른 모양대로 구겨져있었다. 헤헤. 난 왜 세탁소에 다림질을 맡긴 걸까. 쉽게 구겨지는 원단을 가진..
*침대 1. 사실 그 침대에 누워본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부모님은 내 침대를 정돈하신다. 철마다 이불을 바꾸고, 동생 전기장판 바꿀 때 내 침대에 있는 전기장판도 덩달아 바뀐다. 2.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지만 사실 모르는 것이 약일 때가 훨씬 쉽기도 하고, 많기도 하다. 아는 것이 힘이 될 땐 정말 엄청 많은 것을 알아야 힘이 되는데, 모르는 것이 약이 될 땐 조금만 몰라도, 저것만 몰라도, 이 사실만 몰라도 약이 될 때가 많다. 3. 침대의 사이즈가 어떻든 내 몸 하나 뉘일 수 있으면 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싱글이면 충분) 근데 퀸사이즈, 킹사이즈를 쓰다보니 큰 사이즈가 좋긴 좋네.. 4. 어느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미처 묶은 머리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누워버려서 머리가 배겼다지. 그래서..
*자취 20대가 되면 한 번 쯤은 자취에 대한 로망,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로망, 독립에 대한 로망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내겐 그런 로망이 전혀 없었다. 학창시절 내내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떠나 처음 밖에서 살 게 된 건, 21살때 여름학기가 끝나자마자 춘천에 가서 디자이너언니랑 같이 살게 되었을 때였다. 작은 원룸이나 투룸이 아닌 일반 아파트에서 살았고, 온전하게 혼자만 사는 게 아니였기 때문에, 딱히 자취라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집이 아닌 곳에서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공간 정도로만 생각되었던 그 곳은 어떤 가구를 사다 들여놓거나, 집을 꾸미고 싶다는 욕구가 조금도 없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서 직장 주변에 처음으로 원룸을 얻었을 때도, 정말 실용적인 용도 그 ..
말레이시아에서 WORQ라는 공용사무실(한국으로 따지면 위웍같은)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래도 몇 달 됐다고 여기 WORQ 스탭들이랑 서로 얼굴도 익히고 이름도 알고, 종종 스몰톡도 한다. ㅋㅋㅋ 근데 이 중 비비아나라는 귀여운 20대 초반 여자애가 나보고 한국말 알려달라고(원래부터 한국말에 관심이 많았음) 몇번 이야기하길래 내가 언제든지 궁금한거 물어보라고 해서, 한국말 조금씩 알려주고 있당 일단 언니, 라는 말이 궁금했나보다. 그냥 여자가 여자를 부를때 언니라고 부르는거 아니냐길래 정확한 언니 뜻을 알려줬더니 나보고 이제 맨날 언니래 ^_^ 내가 하루는 장난치려고 너 진짜 나한테 언니라고 하는거 확실하냐고, 내가 언니냐고, ㅋㅋㅋ 놀렸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나보다 10살 어렸다^_^ ㅎ 언니 맞네 뭐..이모..
(나 카메라 왜캐 뿌얘 좀 닦자..) 며칠 전에 아람이가 나한테 '난 언니가 예전에 말해준 스벅 두유라떼 요새도 가끔 마셔'라는 말이 계속 내 맘 속에 맴돌아서, (아예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였다!) 그래서 나도 생각난 김에 처음으로 라떼를 마셨당 사실 스타벅스 라떼는 한국에서도 별로 안좋아해서 (내 입맛엔 너무 밍밍하고 밍숭맹숭하고 밍밍숭숭하고 맹맹하고 난리) 맨날 스벅라떼는 걸렀는데...ㅋㅋㅋㅋㅋ 그래서 말레이시아에 와서도 한번도 라떼는 스벅에서 시켜먹지 않았다! (더 좋은 카페가 많았다!) 하지만 회사에는 카페라고는 스타벅스밖에 없기 때문에 맨날 아메리카노나 그린티프라푸치노만 사먹다가(가끔 그린티라떼도 찾음) 첨으로 스벅 라떼 주문했당! 물론 소이밀크로 바꿔서! 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