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어떤 생일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뭐라도 하고 싶어서 오기로 치킨을 시킨 적이 있었다.
특히 그날은 일요일 저녁이여서 다음날 출근해야 했는데
완벽한 월요일 아침은 마치 이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코앞에 모니터로 만든 텔레비전을 앞에 두고
10시가 넘어서 도착한 치킨을 뜯은 적이 있었다.
왜 이제서야 넌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듯 따지고 싶었지만
그 말은 치킨과 함께 목구멍 속으로 삼켰다.
머릿속엔 최악의 생일이라는 단어는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뻔하게도 그 해엔 최악의 날들이 많았다.
내 생일조차 그런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옆에 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축하받지 못했고,
속만 상했었으니까.

아마 같은 해였던 것 같다.
오전부터 싸우고 실컷 울고 밤까지 제대로 된 밥 한 번 먹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배는 곯을 대로 곯았고,
새까만 밤이 되어서야 배달앱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과거에 시켜 먹었던 몇 개 브랜드 치킨 중에 닭다리가 컸던 치킨이 떠올랐다.
하지만 결국 그 치킨을 먹진 않았다.
싸움에도, 화해에도 매우 수동적이었던 네 모습은
전혀 관계가 개선될 의지라곤 닭다리에 붙은 살 만큼이나 보이지 않았다.
사실 네 마음도 속으론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그런 내 마음은 또다른 나를 달래주지 못했고,
서운해서 죽어버릴 지경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배가 고파 죽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냥 내가 시킬걸. 
시켜 먹을걸.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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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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