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겠습니다 1. 다행인지 불행인지 심보 참 고약하다. 그렇게 좋아해달라고 사람을 끌 땐 언제고, 막상 좋아해버리면 도망간다. 도망간 주제에 별안간 그 마음이 그리워져서 다시 좋아해달라고 한다. 잊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레퍼토리. 이제는 그만두자. 마음껏 그리워하는 건 괜찮다 싶다가도 죽어도 약자가 되긴 싫은가봐. 혼자서만 그리워하고 있는 현실이 초라한가봐. 진한 이별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한데, 자존심은 하늘 끝까지 솟아있다. 그래서 그만두기로 한다. 2. 무엇이든 나의 멈춤을 아쉬워하는 친구가 있다. 반대로 나의 시작은 항상 응원해준다. 앞으로도 나의 많은 시작들은 기본적으로 응원이 깔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마음이 든든. 3. 10년 전 춘천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테니스 갔다온 후 샤워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누구나 다 떠날 수 있겠구나. 누가 그랬듯, 이제는 누가 죽어도 그러려니 할 나이가 됐고, 이해할 나이가 됐다. 그러다 갑자기 할머니들 생각이 났다. 그러다 갑자기 어릴 적부터 날 유난히 예뻐해준 이모 생각이 났다. (이모는 학교선생님이 된 딸 덕분에 치아 거의 전체를 임플란트해서 인상이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바꼈다. 근데 나는 예전 이모 인상이 사실 그립다. 그때가 더 예뻤고, 그냥 좋았다.) 엄마 아빠는 물론 매일 생각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갑자기 죽어버릴까봐 겁이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너무 슬프다. 시간문제지, 부정할 수 없는 일이잖아. 근데 괜히 울컥하네. 우울해. 사람들은 전부 죽는다.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죽음이 가까이..
*왕만두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 중간에 살면 시내버스보다 마을버스가 더 쏠쏠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살던 집에서 바로 언덕 위로 올라오면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늘 마을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다. 물론 시내버스도 다녔는데, 언덕을 지나 큰 길로 나가서 타는 시내버스보단 집 위 언덕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 마을버스를 자주 애용했다. 하루는 퇴근 후 마을버스를 타고 내렸는데 만두트럭이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들이 트럭 뒤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연기에 홀린듯 만두트럭에 다가가서 김치만두를 샀다. 예전에 평택 집 앞 재래시장에서 먹었던 속이 새빨간 김치만두가 생각났다. 집에와서 만두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홀라당 한 팩을 끝냈다. 다음날이 되었고..
*집들이 1. 분명 친했던 것 같았다. 같이 모여서 웃고 떠드는 날이 많았고, 우리들은 그를 더 생각하고, 더 챙겼다. 그의 마음이 우리에게 조금 열린 것 같다고 우리는 생각했고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가 해외로 유학을 다녀온 뒤에도 우린 꼭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만나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안부를 건넸다. 다시 봐서 반가운 마음을 온몸으로 전했다. 시간이 흘러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했고, 우리는 그때처럼 기뻐하고 놀라워하며 축하해 줬다. 근데 딱 거기까지였나 봐. 아마 우리들도 마음속 어렴풋이 그의 집들이 초대를 받기는커녕 다시 볼 수 있는 날조차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 톨의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속상하진 않은 그냥 그런 사이였으니까.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