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

말레이시아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3천 명을 넘어 이제는 4천 명이 나오는 수준이 됐다. 어디에서 그렇게 많이 퍼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지금 라마단 기간이라 저녁에 열리는 바자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 라마단 기간이지. 작년에 말레이시아 온지 2~3개월 정도 지나니 라마단 기간이 되었고 당시 회사 모든 동료들이 무슬림 친구들이어서 그들은 모두 금식에 들어갔었다. 그래서 혼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그동안 무슬림 친구들 때문에 못 갔던 회사 주변 Non-Halal 식당도 혼자 가보고, 평소 안 가봤던 식당도 혼자 찾아갔다가 그 식당 브랜드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올라가기도 했었다. 로컬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혼자 여길 찾아왔다는 사실에 그 식당 주인은 매우 기뻐했고, 나에게 내가 식당에 온 사진을 올려도 되냐고 묻길래 흔쾌히 같이 셀피를 찍었다. 한국에선 혼자 밥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외국이라서 그런지 그냥 모든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렇게 2020년 라마단 기간이 지나고, 2021년 라마단 기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라마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천 명대의 확진자로 인해 결국 MCO(Movement Control Order) 3.0에 들어갔다. 올해 초에 MCO 2.0으로 인해 1월부터 2개월 동안 재택근무를 했었는데, 회사 출근한 지 한 달 정도 되니 또다시 MCO라니. 물론 재택은 장점이 많다. 아침에 머리 감고, 화장하고, 옷 챙겨 입고, 전철 타는 시간이 모두 절약된다. 그만큼 전 날 늦게 잘 수 있는 자유로움도 얻는다. 집에선 먹고 싶은 간식을 잔뜩 사다 두고, 먹고 싶을 때 일하면서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며 편한 홈웨어를 입고 의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글을 써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3번째 MCO가 되니 첫날부터 갑갑하다. 지난 MCO 2.0가 끝나고 다시 출근이 가능했을 때 신나게 새로 개시한 화장품들을 미처 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다시 MCO라니. 주말에 새벽같이 일어나 러닝 후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 다시 갈 수도 없다. Dine In이 모두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눈여겨봐둔 레스토랑을 찾아갈 수도 없고, 좋아하는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실 수도 없다. 야외 스포츠는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안된다고 했다가 어제 다시 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테니스장은 내가 사는 곳이랑 다른 지역에 있어서 MCO 기간엔 지역간 이동이 불가해서 그 지역으로 넘어갈 수가 없다. 난 카페도 가고 싶고, 마음껏 테라스에서 맥주도 마시고 싶은데. 그리고 이제야 테니스 포핸드 감이 조금은 다시 살아났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성격상 전환이 필요할 땐 바깥 활동이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난 두 번의 MCO 때는 그럭저럭 버텼는데 세 번째 MCO는 벌써 갑갑하다. 다행히 새벽에 일어나서 러닝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위로가 된다. 하지만 그날이 찾아와서 며칠간 러닝도 못한다. 어렵군. 너무 좋아해서 조금씩 아껴보던 미드도 이젠 한 개의 시즌만 남았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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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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