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

첫 자취방은 작아도 너무 작았다. 한 친구는 나보고 상자 속에 들어있는 느낌이라고 했고, 한 친구는 옷장이 자기 키만하다고 했을 정도니까.
그래도 이사 오기 전 원래 방에 옵션으로 포함되어 있는 옷장과 책상 중에 책상을 빼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긴 작았다.
작은 방이어서 청소도 하루 만에 끝났다. 
작은 옷장에 옷도 꾸역꾸역 다 채워넣었다.
짐은 최소한으로 가져왔지만 화장품이랑 잡다한 소품들을 넣을 공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2단 수납장과 문이 달린 공간박스 1개를 주문했다.
며칠 뒤 조립엔 자신이 없어서 이미 조립이 된 것들을 골랐더니 나름 커다란 택배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문 앞에서 포장을 뜯고 안에 들어있는 수납장을 방 안으로 옮기려고 했는데 그것조차 무거웠다.
고작 2단 주제에. 낑낑대고 몇 발자국을 떼며 원하는 자리에 옮겼다. 
공간박스는 그나마 1단이라 옮기기 수월했다. 그리고 수납장 위에 올려놓았다.
수납장과 바닥 사이즈가 완벽하게 맞는 것이 없어서 조금 큰 걸 샀더니 수납장보다 조금 튀어나오긴 했지만 그럭저럭 봐줄만했다.
곧 공간박스는 화장품들로 가득 채워졌다. 
수납장은 회사에서 사인한 계약서와 집 계약서, 다이어리, 당시 한창 읽었던 이랑의 책 몇 권, 인스타그램으로 처음 주문해본 김민준 작가에 책 몇 권 등으로 가득 채워졌다.
문짝에 달린 자석이 엄청 강해 요령있게 열어야 했던 공간박스와 큰 맘먹고 하얀색으로 산 수납장은 꽤 튼튼했고, 나와 꽤 오래 함께 했다.
그리고 지금은 걔네들이 내 곁에 없다.
그 안에 내 화장품들과 내 책들은 사라졌고, 
두껍고 무거운 영어사전으로 채워진 수납장과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공간박스는 어디선가 제 본분을 다하고 있다. 
종종 생각나는 내 귀여웠던 첫 가구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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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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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DAY

그때 2021. 7. 22. 21:46

A good day gives us happiness,

A bad day gives us exprience.

The best day gives us memories,

The worst day gives us a le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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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봤는데

1.
예전에는 절대 생각하기 싫은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2.
하루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같은 마음이다가도 하루는 바늘구멍보다도 더 작아져 버리는 속.

3.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답일 때가 있다.
특히 종종 찾아오는 변화무쌍함에겐 시간이 답이야.
누군가에겐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눈 비비는 것처럼 쉽겠지만
세상에서 가만히 있는 게 제일 답답한 사람에겐 가장 어려운 해답이기도 하다.

4.
30대가 된 아무개는 세상 다 산 것처럼 말한다. 이제는 기회를 잃었대. 예전엔 저랬는데, 이제는 이렇대. '지금도 젊다'라는 말 밖엔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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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만끽하러 나왔지!

하늘이 이렇게 파란데 집에만 있을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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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티

1.
버블티는 배고플 때 먹기도 애매하고 배부를 때 먹기에도 애매한 존재지만 늘 좋아한다고 얘기한다. 

2.
다니던 대학교 앞에 싼큐라고 버블티랑 지파이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언제나 사람이 많았다. 지금도 있으려나. 생각해 보니 싼큐에선 버블티에 대한 기억보단 갓 튀긴 지파이를 사서 학교 잔디밭에서 맥주랑 먹었던 기억이 나네. 

3.
작년에 말레이시아에 처음 갓 와서 마구잡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쇼핑몰에 로비 의자에 지쳐서 앉아있는데 눈앞에 버블티 가게가 눈에 띄었다. 마침 목도 마르고 조금 출출하기도 하니 버블티를 마시면 딱 좋을 것 같아서 밀크버블티를 시키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픽업대에서 기다렸다. 드디어 내가 주문한 버블티가 나왔는데! 앗! 안에 타피오카 펄이랑 이상한 누들 젤리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하 그 누들 젤리는 물컹하기만 하고 딱히 맛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너무 별로였어. 

그때 난 말레이시아 버블티는 펄만 있는 게 아니라 이상한 젤리도 넣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주 다행스럽게도 그건 아니었다. 다른 버블티 브랜드 가게에서 시켜먹어보니 원래 내가 생각한 딱 그 버블티였다. 버블티는 대만에서 시작됐다고 들었는데 말레이시아에도 버블티 브랜드가 엄청 많았다. 길을 가다보면 귀엽게 생긴 간판이 있길래 자세히보면 대부분 버블티 가게! Tealive, Chatime, Daboba 등 수십가지는 넘는 것 같았다. 특히 큰 쇼핑몰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버블티 브랜드 공차가 대부분 들어와있는데 공차 앞에 이승기 입간판이 버젓이 서있다. 

4.
보바티. BOBA TEA. 말레이시아 친구들은 버블티를 보바티라고도 부른다. 작년에 회사에 디자이너로 차이니즈말레이시안 친구가 인턴으로 들어온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나름 디자인 감각이 좋았다. (비록 내가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이렇게 표현한 건 걔가 했던 디자인이 너무 나랑 코드가 잘 맞았고, 개인 프로젝트 등 포트폴리오만 봐도 너무 내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하루는 그 친구가 과거에 만든 디자인 작품들을 보는데 BOBA TEA라고 쓰여 있길래 이름이 귀여워서 보바티는 뭐냐고 질문했다. 그랬더니 버블티래. 귀여워. 글 쓰다 보니 갑자기 버블티가 먹고 싶네. 버블티를 주문해야겠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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