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 첫 자취방은 작아도 너무 작았다. 한 친구는 나보고 상자 속에 들어있는 느낌이라고 했고, 한 친구는 옷장이 자기 키만하다고 했을 정도니까. 그래도 이사 오기 전 원래 방에 옵션으로 포함되어 있는 옷장과 책상 중에 책상을 빼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긴 작았다. 작은 방이어서 청소도 하루 만에 끝났다. 작은 옷장에 옷도 꾸역꾸역 다 채워넣었다. 짐은 최소한으로 가져왔지만 화장품이랑 잡다한 소품들을 넣을 공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2단 수납장과 문이 달린 공간박스 1개를 주문했다. 며칠 뒤 조립엔 자신이 없어서 이미 조립이 된 것들을 골랐더니 나름 커다란 택배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문 앞에서 포장을 뜯고 안에 들어있는 수납장을 방 안으로 옮기려고 했는데 그것조차 무거웠다. 고작 2단 주제에. 낑..
*생각해 봤는데 1. 예전에는 절대 생각하기 싫은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2. 하루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같은 마음이다가도 하루는 바늘구멍보다도 더 작아져 버리는 속. 3.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답일 때가 있다. 특히 종종 찾아오는 변화무쌍함에겐 시간이 답이야. 누군가에겐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눈 비비는 것처럼 쉽겠지만 세상에서 가만히 있는 게 제일 답답한 사람에겐 가장 어려운 해답이기도 하다. 4. 30대가 된 아무개는 세상 다 산 것처럼 말한다. 이제는 기회를 잃었대. 예전엔 저랬는데, 이제는 이렇대. '지금도 젊다'라는 말 밖엔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Hee --------------------------------..
*버블티 1. 버블티는 배고플 때 먹기도 애매하고 배부를 때 먹기에도 애매한 존재지만 늘 좋아한다고 얘기한다. 2. 다니던 대학교 앞에 싼큐라고 버블티랑 지파이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언제나 사람이 많았다. 지금도 있으려나. 생각해 보니 싼큐에선 버블티에 대한 기억보단 갓 튀긴 지파이를 사서 학교 잔디밭에서 맥주랑 먹었던 기억이 나네. 3. 작년에 말레이시아에 처음 갓 와서 마구잡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쇼핑몰에 로비 의자에 지쳐서 앉아있는데 눈앞에 버블티 가게가 눈에 띄었다. 마침 목도 마르고 조금 출출하기도 하니 버블티를 마시면 딱 좋을 것 같아서 밀크버블티를 시키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픽업대에서 기다렸다. 드디어 내가 주문한 버블티가 나왔는데! 앗! 안에 타피오카 펄이랑 이상한 누들 젤리같은 것이 ..
*원망 1. 어디선가 인생이 지루할 땐 적을 만들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루함보다 더 큰 고통이 찾아올 텐데 그걸 말이라고. 2. 바꿀 수 없는 남을 탓하기보단 내 운명을 탓하는 것이 정신승리의 지름길. 3. 그리 못돼 보이지 않는 애들도 뭉치면 파벌이 되고, 하나의 공동의 적을 만들어버리면 당할 재간이 없다. 그들만의 이상한 안정감에 사로잡혀 어떤 짓을 벌이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을지 알기나 할까. 아마 짐작하기도 싫었을걸.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