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었어

그시간 2021. 9. 27.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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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인하다

처음 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아주 약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뿌리치지 못한 네가 원망스럽기도 했어. 알고 지낸 기간, 친밀감의 깊이, 단순히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아마 네가 더 잘 알고 있었겠지. 근데 난 네가 그렇게 위험한 선택을 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정말 차라리 내가 그랬으면 그랬지, 넌 절대 그럴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렇게 시작한 네 이야기를 들은 후 처음엔 괜히 어떤 이야기들만 들려오면 내 마음이 다 조마조마했고, 혹시라도 흔히 드라마에서만 보던 일들이 네게 생길까 봐 혼자 얼마나 머리가 쭈뼛했는지 몰라. 마치 예전에 네가 그 새벽에 나 때문에 문자 한 통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차라리 내가 정의의 사도처럼 나서서 모든 것을 망쳐놓아야 했을까라는 정의감인지, 의무감인지 모를 생각이 들기도 했어. 또 한편으로는 내가 고민하고 있을 이 시간에 그냥 누구라도 그렇듯 자연스럽게 멀어지길 바라기도 했어. 과거 전공 시간에 배운 '인지 부조화'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르면서, 마음속에 수많은 갈등이 내재하고 있었는데, 결국 겉으로는 내가 그걸 묵인하는 것 같이 보이더라. 그때 내가 뭘 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다행이지만,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도 아직은 모르겠어. 그저 난 네가 안전하길 바랄 뿐이야. 너의 바람처럼.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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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는 영어지만

그시간 2021. 9. 20. 01:23

말레이시아 카페에서 이런 날이 오다니

괜히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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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

입술은 하나인데 왜 립스틱은 수만 가지일까. 심지어 입술에 한 번에 여러 색을 바를 수도 없고,(그라데이션은 하지 않으니 생략하고) 한번 꽂히는 색이 있으면 한동안 그 립스틱만 손에 가는 내 성향으로 인해 서랍 속에서 제대로 빛 한번 보지 못하고 버리는 립스틱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없다는 건 인정하지만 내 피부색은 하늘 아래 하나뿐이니 어울리는 색도 한정적이었다. 하루는 새빨간 계열의 립스틱이 지겨워져서 나도 청순한 느낌의 연한 분홍색 립스틱을 발라볼까 싶었지만 얼굴이 뭔가 칙칙해지고, 생기 있어 보이지도 않아서 그제서야 웜톤이니, 쿨톤이니 하는 소리를 믿게 되었고, 또 하루는 무턱대고 기분대로 백화점의 그 노란 조명 아래서 핑크색으로 알고 샀다가 집에 와서 다시 발라보니 거의 자주빛의 가까운 립스틱이어서 경악한 적도 있었다. 

그 밖에도 여러 이유들로 그냥 있는 립스틱 다 쓰고 난 후 새로 사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지만, 이놈의 뷰티 브랜드들은 쉬지도 않지. 계절이 바뀌면 늘 립스틱이 새로 출시되고, 어떤 브랜드는 텍스쳐가 달라졌다며 고운 립스틱 색깔들을 선보이고, 뷰티 인플루언서들은 서로 각자의 방식으로 입술이고, 팔뚝이고 립스틱 발색을 앞다투어 보여주니 또 눈이 돌아갈 수밖에. 어제도 어떤 브랜드의 립스틱 발색을 보고 혹해서 후기를 한참 찾아보다가 다시 요즘 마스크쓰고 다닐 수 밖에 없는 현실에 현타가 와서 보던 창들을 모두 닫아버렸다. 이러다 조만간 또 검색창에 립스틱 모델명을 검색해보겠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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