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어떤 생일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뭐라도 하고 싶어서 오기로 치킨을 시킨 적이 있었다.
특히 그날은 일요일 저녁이여서 다음날 출근해야 했는데
완벽한 월요일 아침은 마치 이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코앞에 모니터로 만든 텔레비전을 앞에 두고
10시가 넘어서 도착한 치킨을 뜯은 적이 있었다.
왜 이제서야 넌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듯 따지고 싶었지만
그 말은 치킨과 함께 목구멍 속으로 삼켰다.
머릿속엔 최악의 생일이라는 단어는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뻔하게도 그 해엔 최악의 날들이 많았다.
내 생일조차 그런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옆에 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축하받지 못했고,
속만 상했었으니까.

아마 같은 해였던 것 같다.
오전부터 싸우고 실컷 울고 밤까지 제대로 된 밥 한 번 먹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배는 곯을 대로 곯았고,
새까만 밤이 되어서야 배달앱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과거에 시켜 먹었던 몇 개 브랜드 치킨 중에 닭다리가 컸던 치킨이 떠올랐다.
하지만 결국 그 치킨을 먹진 않았다.
싸움에도, 화해에도 매우 수동적이었던 네 모습은
전혀 관계가 개선될 의지라곤 닭다리에 붙은 살 만큼이나 보이지 않았다.
사실 네 마음도 속으론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그런 내 마음은 또다른 나를 달래주지 못했고,
서운해서 죽어버릴 지경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배가 고파 죽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냥 내가 시킬걸. 
시켜 먹을걸.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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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간 2021. 3. 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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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만 있다면

그시간 2021. 3. 3. 02:58

햇살과 파란 하늘이면

그냥 그 날은 기분 좋은거야

 

그랬던 쿠알라룸푸르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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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속 시원해

1.
이번에 MCO만 풀리면 머리 짧게 자르고 매직해야지!
MCO 때문에 헤어샵을 갈 수가 없으니 비자발적으로 머리를 길렀다.
이러다간 거지존도 넘어설 기세.
물론 테니스랑 러닝, 홈트 등 운동을 할 때는 머리를 바짝 묶는게 편하긴 한데..
그것 빼곤 머리 숱 많고 굵은 모발을 가진 나는 머리 감을 때도 피곤할 때가 종종 있다.
삼십 몇 년을 살면서 머리를 확 자르고 난 후 
특히 머리 감을 때 가벼워짐과 속 시원함을 수차례 느낀 나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속 시원함을 느껴볼 예정이다.
MCO만 끝나면!

2.
영어에 대해선 언제쯤 속이 시원해질까. 언어는 평생이라고 하던데.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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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2021. 2. 25. 00:59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마음은 한 치 앞도 모르고

마냥 나아가려고만 하지.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전혀 살펴보지도, 그럴 마음도 없어 보인다.

언젠가 엄마가 그랬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 나가서도 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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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

내가 사는 콘도 G층에는 코인세탁방이 있다.
2층 주차장에 갈 때마다 아래 코인세탁방에서 올라오는 향이 너무 좋다.
건조되서 뽀송뽀송한 느낌의 향이라고나 할까.
세제 향인지, 섬유유연제 향인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그 향만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자주 가는 테니스장 3번 코트 앞을 지나가면 
순간 그 곳을 지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진한 꽃향기에 매료되는 것처럼. 
이상하게 코인세탁방 바로 앞을 지나갈 때보다
2층 주차장에서 맡는 세탁방 향기가 더 좋다. 기분 탓일까.
생각해보면 세탁방 향이 약간 베이비파우더 향 같기도 한데,
내겐 그 향이 맞지 않은 향이기 때문에 더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베이비파우더 향 향수를 선물받았는데 내 몸에 뿌려보니
그 뽀송한 베이비파우더 향이 오묘하게 나버리는 바람에
내겐 파우더 향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다른 코인세탁방의 향들은 저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튼 맡으면 기분 좋은 우리집 G층 코인세탁방 향.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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