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모든 마음들이 어려워 내 맘 하나 몰라주는 그런 마음들도 어렵고 충분히 예쁘게 말해줄 수 있는데 밉게 말해주는 것도 미워
*장바구니 장바구니에 하나씩 하나씩 가을, 겨울옷들이 쌓이고, 사라진다! (아마 결제했기 때문이겠지) 더운 나라에 살다가 3년 만에 제대로 가을, 겨울옷을 살 생각에 이미 한여름부터 신났었다. 껄껄. 포근한 색감의 니트들이랑, 원래 있던 가죽자켓 디자인이랑은 완전히 다른 디자인의 가죽자켓, 그리고 한동안 쳐다도 안 봤던 모직 치마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아니, 이렇게 니트 색들이 예뻤어? 코코아? 크림? 오트? 이런 생각으로 하나 둘 집어넣어 보니 니트 부자가 될 것 같아서 결제 직전 정신 바짝 차렸다. 사실 작년 겨울에 일 때문에 2개월 정도 한국에 있긴 했었다. 그땐 다시 갈 생각으로 예전에 입고 넣어둔 옷장 속 깊은 곳에 있던 겨울옷들 꺼내서 어찌어찌 입다가 다시 한국을 떠났었는데. 이번엔 정석으로 ..
*변화(2) 나이 아흔 살이 넘으셨는데, 환갑만 넘으면 드시기 시작하는 고혈압약, 저혈압약 등등 그 어른들 사이에선 흔한 약 한 알 드시지 않고, 대신 세 끼를 나보다 더 많이 잘 챙겨드시는 우리 건강한 외할머니. 이미 전철이 노인분들에겐 공짜 교통수단이 된 시절부터 외할머니는 1호선을 타고 딸들 집을 왔다 갔다, 조금 유명한 재래시장이 있으면 거기도 다녀오시고, 늘 바쁘게 사셨다. 그리고 자식들이, 손주들이 그렇게 핸드폰을 사준다고 해도 아직까지 싫다고 절레절레 하시는 외할머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유일하게 집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할머니와 통화하려면 할머니네 집으로 전화를 걸어야 하고, 할머니가 받지 않는다면 어디 가셨는지 생각하면서 다시 할머니 오실 타이밍에 맞춰 전화한..
*그곳에 가면 난 기본적으로 장소와 음악을 추억과 결부시키는 재능(이랄 것까지야)이 있다. 내가 그 당시엔 이런 음악들을 들으면서 그곳에 있었지. 내가 그땐 저런 음악들을 들으면서 누구와 그곳에 있었지. 이런 시시콜콜한 추억들이라고 모두 말하기엔 조금 주춤스럽지만 그런 기억들이 모두 장소, 음악, 그리고 사람과 얽혀있다. 그래서 때론 특정 장소들과 음악들을 피할 때도 많았다. 물론 장소들과 음악들은 아무 잘못도 없지만. 내가 한데 엉클어 놓은 그런 것들이 나를 속박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장소들, 음악들에게 내가 스스로 나만의 프레임들을 씌워둔 게지. 그래서 이젠 조금 놓아주고, 자유로워지려고. 그 프레임들을 벗겨내고 다시 새로운 눈으로, 마음으로 (비록 또 다른 프레임이 씌워질 게 분명하지만) 볼 것이고..
정리가 싹 된 부분도 있고, 아직 정리가 덜 된 부분도 있지만, 아무튼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공간과 자리가 있어야 채울 수 있다.
*고민 1. 고민이 없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루하루 고민 없이 먹고, 자고, 놀았고, 지금이 분명 제일 인생에서 행복한 때라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되뇄다. 모든 조건들이 완벽했다. 모든 조건들이 완벽한 것처럼 보였다. 근데 생각처럼 행복하지 않았었고, 작은 틈 사이엔 일방인지 아닌지 모를 사랑이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또다시 번지수를 잘 못 찾은 애정은 공중에 흩어졌다. 그렇게 행복을 세뇌시키며 지냈었다. 2. 아무리 고민해 봐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땐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뭐. 이것저것 재고 있다간 아무것도 못한다고. 일단 해보는 거야! -Hee ···············································································..
*자판기 1. 내가 자주 읽고 자연스럽게 손이 뻗게 되는 그런 책들 말고, 더 다양한 책을 읽고 싶다. 그래서 그냥 랜덤으로 책이 나오는 자판기가 집 앞에 있었으면 좋겠다. 도형이든, 색깔이든, 여러 버튼이 구분되게 나열되어 있는데 돈을 넣고 그날 내가 끌리는 버튼을 누르면 어떤 책이 딸깍하고 떨어지는 거지. 그게 소설이 될 수도 있고, 문제집이 될 수도 있고, 에세이가 될 수도 있고, 두꺼운 역사책이 될 수도 있고. 그리고 그 책을 읽어도 되고, 누군가 필요할 것 같은 사람에게 선물을 해줄 수도 있고. 늘 그 자판기 앞에 서면 어떤 책이 나올까 설렐 것 같다. 2. 조만간 3년 만에 제대로 된 한국의 겨울을 느낄 것 같다. 작년 초에 잠시 한국에 왔었을 땐 이게 겨울인지 뭔지 싶기도 전에 정신없이 하루..
*신중함 1. 살면서 올해 내 입에서 신중하라는 말을 최고로 많이 했다. 누군가에게 한 말이지만 사실 그건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 신중했니. 너 신중했니. 나 신중하고 있나. 너 신중하고 있나. 아마 수십 번을 더 물어봐도 대답은 항상 같겠지. 2. 내가 신중한 이유의 8할은 상처받기 싫은 것이다. 좋은 선택을 했냐, 안 했냐는 이미 선택을 했으니 의미 없는 문제고. 3. 늘 신중했던 사람도 뒤통수를 맞는다. 별로 신중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은 그저 행복하다.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하늘이 돕는 건지.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
*도망 1. 진짜 어디라도 가능하다면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 작은 코트에서 절대 도망갈 수 없다. 원하는 방향으로 공이 가지 않고, 정타로 공이 맞지 않고, 심지어 네트를 넘기지도 못하는 순간들이 반복되고, 심지어 같은 편에 있는 사람조차 내 파이팅에 호응해 주지 않으니 그냥 홀로 온전히 그걸 이겨내야만 한다. 어떻게든 점수를 얻든, 점수를 내주든 누군가 6점이 될 때까지 포기할 수 없고, 계속 공을 쳐야 하는데. 마치 코트 위에 아무도 없이 나 홀로 서 있는 기분이다. 사실 내가 더 잘하면 되는데. 내가 더 열심히 뛰고, 제대로 공을 치고 받으면 되는데. 안 그래도 작은데 한껏 더 작아져 버린다. 마인드 컨트롤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한가 봐. 2. 이전엔 제도에 대해 회의감을 느..
*돌아오다 지난 시간들을 모두 끌고 가고 싶었다. 혹시나 더 잊혀진 시간들이 있을까, 놓친 시간들이 있을까 싶어 늘 자근자근 살피며 지독하게도 질질 끌고 다녔다. 그러다 끌려다니던 시간들 속 존재했던 곳에 돌아오자 내 손에 오롯이 쥐어진 건 '지금'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기대해도 될 것 같은 '희망'과 함께. 내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더 가볍고, 재미있고, 밝아 보이자 미련하게 끌고 다닌 시간들을 하나둘씩 놓아줘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 🔸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