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1. 여러가지 침묵들 숨막히는 침묵들이 있었다. 가슴떨리는 침묵들이 있었다. 편안한 침묵들이 있었다. 비겁한 침묵들도 있다. 2. 할 수 없는 것 특히 내겐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따금 내 삶을, 내 시간들을, 내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누가 되었든 예외없이 나를 놔 주어야 한다. 날 내버려두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행복할 수 있다. 그걸 오해하는 상대방은 내 옆에 있을 수 없다. 서로 힘들겠지. 넌 그렇게 할 수 없었고, 때때로 날 얽매고, 날 오해했다. 나는 그런 너에게 계속해서 마음을 열려고 했지만, 노력가지곤 안되는 것이 분명 존재했다. 3. 절대 다리 꼬지 말자 며칠 전 안마를 받으러 갔다. 전에도 몇 번 안마를 받았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냥 편안하게 잘 누워서 받..
*독감1. 나는 필수코스가 아닌 줄 알았다. 나도 피해갈 수 없었던 감기. 독감은 아니였던 것 같다. 어느 날 밤, 콧물이 주룩주룩 나더니, 그 다음날이 되자 온 몸이 누구에게 맞은 듯 욱씬거렸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몸을 비꼬면서 겨우겨우 앉아있다가 결국 그 다음날 회사도 안나가고 집에서 하루종일 땀만 삐질삐질 흘리며 누워있었다. 그나마 기운이 있을 때 사두었던 종합감기약 하나로 버텨 겨우 회복되어서 지금은 입술에 물집잡힌 것 빼곤 거뜬하다. 겨울에 원래 감기 잘 안걸리는 나도, 면역력이 떨어졌나보다. 과일도 많이 먹어야하는데 요즘 통 먹지 않았더니 비타민도 부족하고. 여러모로 문제네. 그래도 하루 된통 앓았으니 올 겨울 감기는 안녕이다. 2. 너에게. 부디 너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비추길. 부디 ..
*연말 1. 나도 모르는 연말 연말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거리의 나무들의 가지에, 백화점 외벽에 수 만 개의 LED가 반짝반짝하게 빛나는 것만 보아도, 마음이 울렁거리고 한 해가 마치 내일이면 끝날 것 처럼 느껴지고. '12월' 아니, '11월'이라는 달력의 글자만 봐도 이제 올해가 다 끝났구나,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2016년이 전혀 아쉽지 않다.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 2. 연륜 연말이 되고, 나이 앞 자리가 변하는 사람들이 말한다. 이제 나의 20대(혹은 30대)가 끝나간다고. 그 말을 듣고 상사가 그랬다. 20대에서 30대로 나이의 앞 자리 수가 변해도, 실제로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다고. 앞으로 변하게 되는 시점은 결혼이라고. 앞 자리 수가 변한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이 늙는 것도 ..
*소개팅 1. 소개팅의 기억들 내 생애 소개팅을 딱 두 번 해봤다. (아마 앞으로 소개팅 할 일은 없을테니) 첫 번째 소개팅은 20살때. 친한 동기가 소개시켜줬고, 서울대 농대에 다니는 친구라고 했다. 대망의 첫 소개팅날. 그 친구가 친히 우리 학교 앞까지 온다길래 학교 앞 호프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드디어 그 친구를 봤는데, 예전 초등학교 동창이 나온줄 알았다! 그 동창 남자애랑 진짜 90%정도 닮았다! 그러다보니 나는 자꾸 그 동창 남자애랑 이야기하는 것 같이 느껴졌고..... 이성의 감정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어느 순간 연락이 끊어져서 이제는 연락을 서로 안하지만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두 번째 소개팅은 24살이였나, 제대로 기억이 안난다..
*떠나는 사람, 남겨진 사람 1. 더운 12월에 너 떠날 때,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떠난다고 생각했겠지. 나 역시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떠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서로를 등진 채 우리는 떠났으며, 그것이 영원한 이별이리라 생각했었다. '혹시나'하는 마음들은 점점 작아지고, '이제는'이라는 수식어가 계속 너와 나의 곁을 따라다녔다. 속 시원하게 털어놓아야 하는 마음들이 희석되어 무뎌져갔으며,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들은 응어리가 되어 마음 한 켠에 박혀 있었다. 그러다 뾰족한 주사바늘 하나가 응고된 핏덩이를 찌르듯 응어리들을 콕콕 건드렸고, 그렇게 안녕일 줄만 알았던 상황들을 또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반갑게시리. 2. 나의 하루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되물어야 한다. 그래야 급류를 타더라도 올..
1. 언제쯤 무덤덤해질까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 과거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그 감정, 그 상황, 그 생각들 전부 이미 내 곁을 스쳐버렸다. 그랬었고, 그랬었구나, 라고 되뇌이고, 가늠할 뿐이다. 과거의 잔여물들과 나는 영원히 함께 일 줄 알았다. 그것들과는 뗄래야 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 자체가 나 인줄 알았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그 자체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고, 그것들을 뒤돌아보는 내 자신이 있었다.그런데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난 아직도 적응이 안돼. 바보같다. 2. 춥고 삭막한 거리 빨간불이 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차 안에서 창 밖을 보았다. 횡단보도에 선 사람들이 질세라 발을 먼저 내딛었다. 환한 옷이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겨울 옷이라 그런가. 대부분 마치 짜기라도 한 듯..
*혼밥 1. 그런 밥상 아. 둘이 먹는 밥보다 혼자 먹는 밥이 훨씬 더 편할 때가 있구나. 2. 염리동의 기억 한 조각 정확히 21살의 11월 이맘때쯤 처음으로 밖에서 혼자 밥을 사먹었다. 염리동에 있는 김밥천국 비슷한 곳이였다. 그 당시 하던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이였는데 배가 고팠다. 평소같았으면 편의점이나 빵집에 들러서 뭐라도 사서 집에서 먹었을텐데, 누군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가게 문을 열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혼자 먹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테이블 중에 70프로 정도가 혼자 먹는 사람들이였다. 나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 메뉴판을 보고 우동을 주문했다. 얼마 안있어 따끈한 우동이 나왔고, 후루룩 우동을 흡입했다. 생각보다 혼자 밥 먹는 건 쉬웠다. 생각처럼 어..
*회사1. 어쩌면 잔인한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겉으로는 보이지만, 결국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개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여 엄청난 갈등들과 이해관계들을 볼 수 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될 수 있는 그런 곳이며, 실제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제사회에서는 더한 일들도 많겠지만. 2. 동기들의 동기 동기들을 잘 만난 건 행운이라 생각한다. 각자의 성격들이 천지차이로 다르지만, 그만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동기들이 같은 팀에서 다른 팀으로 나누어지긴 했지만, 결국 같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서로서로 도와주고 있다. 회사에서 만난 그나마 끈끈하다고 볼 수 있는 우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3. 여사원의 권리 기업의 규모가 어떠..
*눈을 뜨면 1. 생채기 아무 생각없이, 어떠한 의욕의 한 줄기 없이 아침에 눈을 떴던 적이 있었다. 눈을 뜰 때마다 싫고, 좋고의 감정에서 더 많이 나아가 조금 더 무뎌진 마음으로 현실을 애써 회피하며, 지금보다 더 마음이 다치지 않게 꽁꽁 무뎌짐으로 동여매며, 하루를 시작한 적이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런 시간들도 결국 끝이라는 것이 정승같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무뎌짐으로 꽁꽁 쌓인 마음은 더이상 풀리지 않은 채 그렇게 그런 시절을 맺었다. 시간들이 묵묵히 쌓여갈수록 마음의 앙금도 더 단단해져만 갔다. 그런 앙금들이 혹여나 지금도 남아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가지만 굳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그 앙금들을 들여다보지 않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앙금이길 바라며..
*우리1. 일 복 일 복이 터졌다. 밤 12시 전에 퇴근하면 칼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벽 1~2시에 퇴근길을 걸었다. 확실한 건, 11월 한 달도 그렇게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주 재미없진 않다. 관리기법을 신명나게 배우고 있으며, 관리툴을 다양하게 접하고 있으며, 인적자원관리 또한 몸으로 부딪히며 경험하고 있다. 정신이 없어도 시간은 엄청 빨리 간다. 그래도 당분간 시간이 빨리 가는게 성격 급한 내겐 엄청 좋은 상황이기에, 더 정신이 없어도 괜찮다. 지금 내가 관리해야 할 것들만 내 손아귀에 잘 쥐고, 관리하자. 2. 처음엔 어려웠는데. 사실 난 그때 질투가 났다. 이미 지금에와서는 정말 수 많은 시간들이 지났기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여야 하겠지만, 솔직히 지금 생각해봐도 질투가 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