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졸업 드디어 내일이 졸업식이다.우리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은 내 졸업식은 다시 없을 줄 알았다고 했었다.하긴. 이해는 한다. 휴학 8학기를 꼬박 다 쓰고 졸업을 했으니.부모님 입장에서는 얼마나 조마조마했겠는가.하지만 나는 졸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았다.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가능한 많이 해보느냐고 휴학을 했었고,학교도 학교대로 재미있어서 학부생활을 열심히 했었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입학했던 1학년 때,수 백개의 한자를 모조리 외워 거뜬하게 한자시험을 보고 기분좋게 나온 적이 있었고,내 생애 첫 조별모임에서는 박명수의 바다의왕자 노래를 개사해서 댄스보다 귀여운율동을 하면서 발표를 한 적도 있었고,외국인 교수님 시간에는 옆 친구를 서로 Hero라고 소개하며 그 친구의 장점을 부..
*시샘 1.주로 내가 본 질투가 심했던 사람들은얼굴에 초조함과 불안함이 묻어있었다.사람이 참 신기한게,마음 속 상태가 얼굴표정에 그대로 드러난다.나도 마찬가지다.나와 가까이 있는 친구들은내 표정만 봐도 너무나 내 마음을 잘 유추한다.아, 그런데 사실 내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부분도 크다.하하하하하하하하.그렇다고 부러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굳이 감추고 싶지도 않다. 2.아무리 생각해도 그리스로마신화는 기가 막히다.판도라의 마음을 어찌 그리 잘 이야기로 풀어냈을까.나 판도라의 마음이 너무나 잘 공감이 간다.그래서 괜한 것에 대해 순간 시샘하게 되었는데,그랬는데,이해가 잘 안가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었는데,괜히 한번 더 마음을 확인하고 싶고,그랬었는데,하루만에 마음을 고쳐먹었다.쓸데없이 괜한 것에 시샘하..
*너 1.단단하게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했다.정말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했다.하지만 빈틈이 많았다.마치 유리컵에 커다란 조약돌들만 쌓여가는 느낌이 들었다.조약돌 사이에 생겨난 빈틈이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그런 상태.가끔 유리컵 안에 모래알들이 우수수 한 웅큼 떨어지는 것 같긴 하지만,여전히 빈틈은 많았다.그냥 유리컵 안에 시멘트를 부어서 꽉 차게 굳어버렸으면 좋겠는데.그렇게 되기가 힘든가보다.그런 생각이 들자 단단하게 마음을 먹었던 내 마음에게미안해지기 시작했다.한 톨의 의심없이 마음을 다 잡았었는데,나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보이니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내 자신에게 심통이 났고, 실망을 했다.어디서부터 다시 마음을 다시 굳게 잡아야 할지..
*타이밍 1.중학교 1학년 때, 좋아하던 오빠가 있었다.같은 학원을 다니던 오빠였다.학교는 달라서 학교에서 보진 못했지만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서 아침마다 어떻게든 만나려고 애를 썼다.또한 학원이 끝나고나서도어떻게해서든 만나서 같이 오려고 몰래 집오는 길에 있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하지만 그 오빠와의 조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제대로 된 고백조차 하지 못하고그렇게 중학교 1학년이 지나갔다. 2.적절한 타이밍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내 노력으로, 내 용기로 적절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까. 3.너와 내가 타이밍이 정말 맞았던 것일까.사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보고싶은 순간에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안고 싶은 순간에안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울고 싶..
*별 1.태어나서 지금까지 딱 두 번.별이 정말 예쁘고, 쏟아질듯 많구나, 라고 느낀 적이 있다.첫 번째 순간은 21살 때.늦은 여름에 춘천에서 일을 하다가 회사사람들끼리처음으로 춘천 소양댐에 밤에 간 적이 있었다.2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였고, 사람이 아예 없었던 소양댐.가로등마저 꺼져있어 빛이 거의 없었던 그 곳.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니, 정말 별이 엄청 쏟아질 것 처럼 내 머리 위에 떠 있었다.하늘도 맑아서 반짝이는 별들이 잘 보였다.물론 개중에 인공위성 등등도 있었겠지만.두 번째 순간은 25살 때.12월에 제주도에 갔었다. 엄청 늦은 밤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을 해서,미리 예약해두었던 성산일출봉 근처에 있는 리조트에 부랴부랴 갔다.야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는데12월임에도 불구하고..
*준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건 너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 전혀 아니였다.너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아니였다.이제서야 겨우 내 삶이 다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정상궤도에 올라왔기에난 그저 조금만 더 나와 너에 대해 체계적으로 내 머릿 속에서 정리를 하고 싶었기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만 뭉뚱그려 이야기를 했다.너는 내 말을 충분히 오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 밀려왔다.아니, 네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계속해서 몰랐을 수도 있었던 부분이였다.오히려 너는 나의 이야기를 오해아닌 오해를 하며 들었기에너는 너의 탓을 했다. 하지만 너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확실하게 의사전달을 하지 않은 내 잘못이 있을 뿐이였다.다시 잘 풀어가고 싶었다.내가 왜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지에..
*사회 1.사회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나는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그 톱니바퀴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아무리 싫다고 외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외쳐도,내가 무인도에서 혼자서 삶을 개척해나가지 않는 이상나는 이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그런 사회와 현실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을 때,그제서야 그가 이해됐다.왜 그렇게 서둘러 잘 수 밖에 없었는지,왜 주말에는 나가기 힘들어 했는지.그리고 내가 왜 잠을 챙겨야 하는지도 깨달았을 때,자칫하면 내가 부정하려 했던 모습이 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나를 절대 잃지 않을거라고.나를 절대 잊지 않을거라고.그리고 내 삶을 내 방식대로 어떻게든 살아갈거라고. 2.제대로 된 사회를 만드려면 교육이 중..
*지나간 말 1.생각해보면 싸움이라면 싸움인 것이 맞고, 이 싸움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그들은 서로 싸우고 있다고 전혀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전체적인 면모를 보았을 때 이것은 정말 명백한 타이밍싸움이였고, 타이밍싸움이다.하지만 우위는 있어도 완벽한 승자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완벽하게 승리하기엔 변수가 너무나도 많고 많기 때문이다.어떤 때는 정말 예측가능한 승부이지 않을까, 라고 느꼈는데어떤 때는 일부러 꼬아놓아버리는 심술때문에 변수가 생기고, 결과가 완벽하게 바뀔 수도 있다고 느꼈다.결과보다는 과정을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결과만 떡 하니 내놓기에는 과정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과정을 잊지 않으려고,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내가 과정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수많은 프레임들이 과정들을..
*끝 1.욕심을 부리고 싶었다.끝을 맞이하기 싫어 욕심을 부렸다.하지만 욕심을 부린 만큼 끝은 더 쉽게 났다.끝이 아닐 것 같았던 사람은 모두 끝이 나고, 금방이라도 끝이 쉬울 것 같았던 사람은 이상하리만큼 지속되고 있다.욕심이 화근이 된걸까.아니면 어차피 끝이 날 사람인걸까.근데 너랑은 끝내기 싫은 생각이 들어 욕심으로 변할까 조바심이 난다. 2.자정이 넘은 시각에 내 아이폰에 도착한 카톡메세지는 맥락을 확실하게 바꾸어 놓았다. 3.2년 전에 아주 깔끔한 끝을 맞이한 적이 있다.어느 누구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고,오히려 고마웠고, 아쉬웠고, 기분좋은 슬픔과 후련함도 있었다.그렇게 깔끔한 끝은 난생 처음이였다.애써 눈물이 나려고 했는데 참았다.잘한 것 같다.그 날을 잊을 수 없다.내 인생에서 가장 잘했던 ..
*거짓말 1.어떤 거짓말도 하기 싫었고, 거짓말을 하기 싫다.정말 솔직하고 싶었고, 솔직하고 싶다.기쁘면 기쁘다, 좋으면 좋다, 슬프면 슬프다, 화나면 화가 난다.단 한 순간도 내 감정을 왜곡시키기 싫었고, 숨기기 싫다.그래서 내가 느끼는 것들, 있는 그대로 시시콜콜 이야기 했고, 이야기하고 싶다.하지만 상대방은 자기 방식대로 받아들이겠지.나는 나 한 명이고, 나 아닌 타인은 내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그냥 나를 그대로 들어주고, 보아주고, 느껴주었으면 좋겠는데.이 바람은 꽤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이상향에 불과한 것일까. 2.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소한 내 자신에게는 솔직해야한다고 생각한다.내 자신까지 속이면 나는 정말 힘이 들겠지. 3.올해 다래끼 약을 약국에서 두 번이나 샀고,지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