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1.어떤 거짓말도 하기 싫었고, 거짓말을 하기 싫다.정말 솔직하고 싶었고, 솔직하고 싶다.기쁘면 기쁘다, 좋으면 좋다, 슬프면 슬프다, 화나면 화가 난다.단 한 순간도 내 감정을 왜곡시키기 싫었고, 숨기기 싫다.그래서 내가 느끼는 것들, 있는 그대로 시시콜콜 이야기 했고, 이야기하고 싶다.하지만 상대방은 자기 방식대로 받아들이겠지.나는 나 한 명이고, 나 아닌 타인은 내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그냥 나를 그대로 들어주고, 보아주고, 느껴주었으면 좋겠는데.이 바람은 꽤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이상향에 불과한 것일까. 2.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소한 내 자신에게는 솔직해야한다고 생각한다.내 자신까지 속이면 나는 정말 힘이 들겠지. 3.올해 다래끼 약을 약국에서 두 번이나 샀고,지금까지..
*상실 1.내가 모르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어쩌면 내 외장하드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은근히, 아주 은근히 많다.그렇게 많은 줄 몰랐을 정도로,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많다.물론 용량이 1TB같은 사람도 있고,아주 어쩌면 나에 대한 기억이 1MB도 안되는 사람이 있겠지만,그 중에 내가 기억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음성도, 발음도, 모습도, 행동도, 전부.물론 나의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모습까지도.인연이라는 것이 신기하다.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내 모습이 전부가 궁금하기도 하지만,망각하고 있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더구나 나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기억들을 잊는 것에는 아주 도사니까. 2.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어디 가입하는 것 같네"라는 이 한 마디가 인상깊었다. 3,..
*100 1.나에게 이것은,생각만하고 있어도 설레이고,어떨 때는 뭉클하면서도,가끔씩은 버겁기도 하고,또 어떤 때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기도 하면서,어쩌면 대나무숲이기도 하고,지하철 역사에 걸린 대형 광고판같은 느낌도 들고,아주아주 가끔씩은 안타깝기도 하면서,어느 날에는 짠하고,종종 추운 겨울에 원두의 향과 스팀우유 향이 가득 퍼진 카페의 온도같기도 하면서,보면 볼수록 꽉 찬 마음이 들고,보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다양한 시각들이 마냥 예뻐보이고.소소한 생각들이 사랑스럽다. 2.너는 내게 말했다.날 보면 항상 신선하다고 했다.보통 한 사람을 꽤나 긴 시간동안 알고 지내면 어떤 사람인지 대충이라도 자신만의 기준으로 파악 할 수 있는데,나를 만나면 만날 때마다 항상 새롭고 여러가지 면들이 자꾸만 보여서시간..
*꽃게 1.고등학교 다닐때 저녁시간이었다.원래는 학교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야자를 해야하는데,서로를 죠스라고 부르는 친구랑 몰래 학교를 빠져나왔다.학교에서 저녁을 먹지않고 나와버려서 죠스와 나는 배가 고팠다.마침 죠스네 집이 우리집보다 학교에서 가깝고, 아무도 없다는 소식에 버스를 타고 죠스네 집으로 갔다.죠스네 집에 도착해서 식탁에 앉으니, 죠스가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반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죠스는 반찬을 꺼내다가 어떤 냄비 뚜껑을 열었보고는 환호성을 질렀다."아싸! 이거 있다!"도대체 뭐길래 저렇게 좋아하는거지, 라는 마음으로 "뭔데?" 물어보며 냄비 안을 보니 간장게장이었다.사실 나는 그때까지 간장게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우리집 식탁에는 젓갈, 게장이 한 번이라도 올라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종종..
*만족 예전에 경주에 여행가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을 읽어보고 가면 원래 보던 것도 다르게 보인다고.그 당시 내가 책을 읽을 시간은 되지 않아 아직까지 못 읽고 있지만, 정말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이처럼 내가 먹는 음식도 알고 먹으면 조금은 느끼는 것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아무 생각없이 매일 먹던 소고기, 돼지고기, 소세지, 닭고기, 달걀, 버터, 우유 등등.FOOD INC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체르노빌의 아이들처럼 그런 정적인 다큐겠거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약간은 빈티지한 영상에, 중간중간 애니메이션을 접목시켜 적어도 내 집중력을 높혀 주었다.미국 슈퍼마켓엔 계절이 없다고 한다. 이제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든 그렇지 않을까.과일..
*변명 1.변명을 싫어한다고 하기보다는 내 양심에 찔려서 못하겠다.아무렇지도 않게 변명과 핑계거리, 거짓말을 시시콜콜 늘어놓는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매우 불편하다.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더 이야기를 해봤자 변명하는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입을 닫아버린다.상대방에게 턴을 넘겨버린다.그러면 나를 평소에 어떻게 봐왔는지 알 수 있다.그 전에 변명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이겠지.양심에 찔리는 일은 하지 말자.잘못한 것들은 인정하자.나는 슈퍼맨이 아니잖아. 2.최근에 들었던 변명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하지만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내 주변에 떠도는 변명이 없어서 다행이다.앞으로도 변명이라는 것과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3.아 맞다.변명을 들었고 보았다.매스컴에서 떠드는 온갖 변명들..
*낭만 1.내 자신을 잃지 않는 것. 내 자신을 잊지 않는 것.난 이것에서부터 낭만이 시작된다고 믿는다.오롯한 '내'가 존재해야 '내가 느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오롯한 '내'가 실재해야 '내가 느끼는 감정'이 실재하는 것이다.오롯한 '내'가 존재하면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오롯한 '내'가 실재하면 '내가 만나는 사람'이 실재하는 것이다.만약 '내'가 없다면, 모든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아무것도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2.아직 나는 잠에서 덜 깬 아침. 아이폰에 푸시가 왔다.누구지, 하고 봤더니 내가 좋아하는 친구.요즘 만나면 기분좋고, 항상 자신에게 보고싶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고 있는 친구다.아침부터 무슨 일일까, 하며 비몽사몽 답장을 보냈다.전날 늦게 잔 탓에 피곤해서 ..
*11월 1.겨울, 너는 성질도 급하지.11월이 되지도 않았는데. 10월의 여유가 며칠은 남아있는데.그새 찬바람을 데려오다니.'나 아직 여기 있는데'라는 가을의 외침이 그나마 아직은 강한 햇볕으로 말해준다.나 역시 성질이 급해서 11월이 되면 내년 다이어리를 고른다.이번엔 어떤 다이어리를 써볼까, 하면서도 벌써 같은 브랜드의 다이어리를 3년째 쓰고 있다.내년에는 새로운 브랜드의 다이어리를 써 볼 생각이다. 2.여름이 가을이 되고, 가을이 겨울이 되면서, 내적으로 외적으로 꽤 많은 변화가 생겼다.무엇이든 변하는건 움추리고 있지 않다는 뜻이고, 경직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고, 고여 있지 않다는 뜻이다.변화가 클수록, 흔들림도 많아지고, 과도기인 순간들도 맞이하지만,어쨌든 좋다.무엇이 되었든 좋다.새로운 것을 ..
*커피 1.그런 관계 있잖아.그냥,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관계.더도 말고 덜도 말고,서로가 건강했으면 싶고, 어디 다치지 말았으면 싶고, 맛있는 음식만 먹었으면 싶고.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그냥 그저 같은 시간 안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관계.거대한 우주의 톱니바퀴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긴 삶도 짧은 삶도 아닌 우리의 생애를 살고 있는데,그 생애 가운데에 어쩌면 찰나의 순간일수도 있는, 그렇지만 한 사람의 우주 속에선 억겹의 시간으로 느낄 수도 있는,그런 순간순간 속에서 함께 웃고 떠들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내 마음속에, 내 머릿속에,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것 자체에,소중함을 품을 수 있는 그런 관계.누군가에겐 너무나도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일지 몰라도,어떤 누..
*전화 1.전화가 왔다.나는 사무실에서 나와 여자화장실 맨 끝 칸으로 들어갔다.수화기 너머로 그녀가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심장이 내려 앉았다.대충 전화를 얼버무려 끊었다.그녀는 왜 학교에 가지 않았을까.마음 속에 있는 무엇이 그녀를 힘들게 했을까.얼마나 그녀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그 이면엔 내 잘못이 있었던 건 아닐까.나의 충분하지 못한 애정이 그녀를 힘들게 만들진 않았을까.우리가 같이 있던 시간에 조금이라도 그녀를 더 애정으로 대해줄걸.엄청난 시간들을 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에게 따뜻하지 못했다.항상 나를 먼저 생각했고, 그녀는 항상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게 양보했다.나는 항상 그녀의 앞에 있었고, 그녀는 항상 내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어렸던 나는 그녀의 마음을 살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