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esmile 2025. 6. 29. 22:51

*김밥

19시가 넘어서야 저녁을 먹을 차례가 오는 밤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1층에 있는 고봉민 김밥을 가서 하루하루 김밥 종류를 바꿔가면서 김밥을 사 먹었다. 어떤 날엔 돈까스 김밥, 어떤 저녁엔 참치 김밥, 어떤 밤엔 치즈 김밥. 고봉민 김밥의 김밥은 늘 알이 크고 재료가 꽉 차서 두툼했기 때문에 주문할 때마다 밥을 적게 넣어달라는 말을 보탰다. 김밥을 사들고 올라와 나밖에 없는 조용한 곳에서 김밥을 우적우적 씹으면서 시답지 않은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렸다. 그때의 나는 하루하루 빠르게 지나가길 바라며 그저 관성에 이끌리듯 시간을 보냈다. 월급 날만을 기다리고, 또 한 달을 채우고, 또 월급 날만을 기다리고. 그래도 내 생애 처음 웃고 인사하며 좋은 마무리를 잘 지은 때였다. 누가 원인이든 늘 도망치듯 마무리를 하고 있었던 터라 그런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는데 나도 좋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는 걸 알아간 시기였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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