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 누군가에겐 너무 당연한 것인데, 고작 그것들 중 하나를 겨우 해준 후 생색냈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런 네가 드디어 바라는 것을 해냈다니. 앞으로도 항상 한결같았던 그 모습 그대로 절대 변치 않길 바라고 바란다. 늘 불만이 가득한 채로, 뭐라도 변화가 있거나 변하려고 한다면 거부반응을 잔뜩 보이고, 항상 지나간 것들을 후회하면서, 그냥 그저 그렇게 살아. 그 순간 나와는 달라서 재밌었다고 느꼈지만, 결국 투덜거림으로 꽉 찼던 생활을 했던 사람아. 2. 내가 예약한 오지은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술에 취해있던 우리 세 사람은 신나게 떼창을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마음처럼 느껴졌었지. 그렇게 나는 그들과 친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 후로 셋이 다같이 모이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친해보였던 남은 그..
*묵인하다 처음 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아주 약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뿌리치지 못한 네가 원망스럽기도 했어. 알고 지낸 기간, 친밀감의 깊이, 단순히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아마 네가 더 잘 알고 있었겠지. 근데 난 네가 그렇게 위험한 선택을 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정말 차라리 내가 그랬으면 그랬지, 넌 절대 그럴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렇게 시작한 네 이야기를 들은 후 처음엔 괜히 어떤 이야기들만 들려오면 내 마음이 다 조마조마했고, 혹시라도 흔히 드라마에서만 보던 일들이 네게 생길까 봐 혼자 얼마나 머리가 쭈뼛했는지 몰라. 마치 예전에 네가 그 새벽에 나 때문에 문자 한 통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상상하기도 싫은..
*물욕 입술은 하나인데 왜 립스틱은 수만 가지일까. 심지어 입술에 한 번에 여러 색을 바를 수도 없고,(그라데이션은 하지 않으니 생략하고) 한번 꽂히는 색이 있으면 한동안 그 립스틱만 손에 가는 내 성향으로 인해 서랍 속에서 제대로 빛 한번 보지 못하고 버리는 립스틱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없다는 건 인정하지만 내 피부색은 하늘 아래 하나뿐이니 어울리는 색도 한정적이었다. 하루는 새빨간 계열의 립스틱이 지겨워져서 나도 청순한 느낌의 연한 분홍색 립스틱을 발라볼까 싶었지만 얼굴이 뭔가 칙칙해지고, 생기 있어 보이지도 않아서 그제서야 웜톤이니, 쿨톤이니 하는 소리를 믿게 되었고, 또 하루는 무턱대고 기분대로 백화점의 그 노란 조명 아래서 핑크색으로 알고 샀다가 집에 와서 다시 발..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에 연재됩니다- 도란도란 프로젝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oranproject/ 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https://brunch.co.kr/@doranproject/ 도란도란 프로젝트 텀블러 https://doranproject.tumblr.com/ 도란도란 프로젝트 트위터 https://twitter.com/doranproject 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oranproject
*요즘 어때? 1. 남은 2021년의 3개월은 꽤 정신없이 보낼 것 같다. 8일 후면 2차 백신을 맞고 난 후 14일이 지나면 카페, 레스토랑 DINE IN, 테니스까지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게 된다. 우습지만 지난번에 실패했던 유부초밥 만들어서 매트만 사두고 락다운때문에 가지 못했던 피크닉도 갈 거고, 수풀이 우거지고 자연 그대로라고 생각되어 그동안 엄두도 못 냈던 등산도 최근 우연히 괜찮은 코스를 발견했기 때문에 꼭 가볼 것이다! 등산 가려고 백팩 사두길 참 잘했지. 게다가 크리스마스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리조트를 갈 수 있게 되어서 다이어리에 써두고 손꼽아 기다리는 것도 나름 설렐 것 같다. 그리고 11월이면 더 좋고 넓은 집으로 이사도 가야하고, 이사가서 처음 해먹을 음식까지도 미리 생각해뒀다...
*샤워기 처음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 걱정되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물. 물에 석회물질이 들어있어서 한국의 물과는 차원이 다르고, 어떤 사람들은 말레이시아 물로 샤워했더니 몸에 두드러기가 났으며,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더욱 뻑뻑해진다는 소리도 있었다. 사실 말레이시아 물엔 사실 얼마나 많은 석회물질이 들어있는지 모른다. 그래도 그 말들이 무서워서 필터를 사서 샤워기에 장착하고, 정기적으로 갈아주고 있다. 사실 필터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갈아주는데, 새 필터 끼우고 3~4일만 되면 필터가 까맣게 변하긴 한다. 제대로 필터링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초반엔 그 샤워기 필터조차 잘 믿기지가 않아서 아예 물이 들어오는 수도 자체에 정수가 되는 커다란 필터를 몇 개씩 달아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일단 샤워기 ..
*합격 지금껏 열에 일곱은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들에만 도전했고, 참여했다. 물론 그 일곱 중에서 예상한 결과가 들어맞았던 순간은 99% 이상이었고, 나머지 셋은 도박과, 무모한 도전, 그리고 모험이었다. 겉으론 무엇이든 들이박는 불도저 같다고 보이지만 속으론 이미 결과까지 예상해 둔 상태였던 것이지. 그래서 지는 게임엔 거의 참여하지 않았고, 질 확률이 높은 것들은 져도 타격이 없을 정도의 횟수로만 (열 중에 셋) 뛰어들었다. 너도 그중 하나였는데.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
*목표 1. 사실 그땐 이렇다 할 목표랄 것이 없었다. 그저 예상치 못한 풍파로 인해 마음고생하지 않고 안온한 하루이길 바라는 것이 전부라면 전부였는데. 함께 목표를 세우려고 해봐도 자꾸만 엇나가고, 뒤틀렸고, 결국 동상이몽으로 끝나버렸다. 2. 3년 만에 예스24에서 한국 책을 주문했다. 콜로케이션이 잔뜩 들어있는 책. 동생한테 한꺼번에 택배로 보내달라고 해야지. 순간 눈여겨봐두었던 다른 책들에게도 눈이 돌아갔으나, 일단 영어책만 사기로 했다. 내 20대엔 팔자에도 없었던 것처럼 영어를 대했는데, 이제 와서 내 팔자에 끼워 맞추려고 하는가. 근데 끼워맞춰지고 있긴 하나? 늘 제자리걸음이라 스스로에게 화가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미지의 세계를 배우는 재미가 아주 조금 쏠쏠하긴 하다. 쏠쏠하다..
*대체 불가능한 생각보다 별로 의미를 두지 않거나 아끼지 않았던 것들이 의외로 내 곁에 오래 남아있다. 4년 전에 가산에서 산 러닝화가 그중 하나다. 디자인 면에선 전혀 생각하지 않고 가볍고 발이 편하고, 말 그대로 러닝에만 초점을 두고 샀다. 심지어 나이키 아울렛이라 가격도 매우 저렴했다. 5만 원도 안 했던 것 같아. 모든 신발이 그렇듯 막상 처음 살 때 샵에서 사이즈가 잘 마나 신어보는 것과 직접 신고 걷고 뛸 때와는 확연히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제발 잘 맞길 바라는 마음으로 처음 러닝 하러 나왔었다. 특히 나는 여름에도 겨울에도 10cm 이상 되는 하이힐을 신어서 늘 발톱이 성하지 않을 때가 많아서 더 걱정이 됐다. 근데 이 운동화는 아무리 뛰어도 발톱이 아프지 않고, 발의 어떤 부분도 전혀 불편..
*바퀴 1. 바퀴가 닳진 않았는지, 연결고리가 느슨해지진 않았는지, 수명이 다하진 않았는지 등 바퀴의 상태는 살펴보지도 않고 그저 굴러가고 있어서 만족하는 사람 같다. 어떤 바퀴든 굴러가긴 하겠지. 동그랗게 생겼으니. 한 가닥, 한 가닥 섬세함의 차이가 수레의 미래를 결정한다. 2. 모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는 법이니까. 잠시나마 놓았던 마음을 다시 채비해본다. 잊고 있었다. 절대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걸.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