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1.처음엔 이메일이 싫었다.딱딱하고, 마음이 담아지지도 않을 것 같고, 정성도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그냥 손으로 꾹꾹 눌러쓰는 손편지가 좋았나보다.그런데 이메일에도 따뜻하며, 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물씬 담아지며, 한 글자, 한 글자 고민하면서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쓴 흔적이 있었다.나 역시 그렇게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아마 임시보관함에는 그렇게 쓰고 보내지 못한 메일이 남아있을지도. 2.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메일을 확인하면 광고 겸 카달로그 메일이 한가득이다.한동안 외국사이트들의 메일링서비스들이 궁금해 마구마구 가입한 적이 있다.그 후 우리나라와 시간이 반대인 사이트들에게 밤새 메일이 띵동띵동 온다.정말 몇십개씩 쌓이는 메일들을 그룹핑하고, 그대로 휴지통으로 가는 메일도 많지만,기획할..
*행복한 아이들 1."난 항상 A를 응원해."라고 내가 말했다.그랬더니 "그럼 너 A가 어떤 걸 하더라도 믿을 수 있어?"라는 물음이 돌아왔다."당연하지. 난 믿을 수 있어."라고 내가 말했다.그랬더니 "너네는 정말 행복한 아이들이구나."라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내게 돌아왔다.내뱉진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 그의 감수성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꼈다.그리곤 "하하하. 행복한 아이들이라니! 표현이 참 좋군!"이라고 진심으로 좋아했다.그랬더니 "음.. 그럼 너 A가 진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짓을 하더라도 A편이야?"라는 약간은 무거운 물음이 돌아왔다."응. 그리고 A는 아주아주 만약에 그렇다하더라도 다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해. 나는 A가 나한테 변하지 않는 한 A편이야."라고 약간은 어렵게 대답했다..
*게으름 나는 나름 빠릿빠릿하다고 생각한다.어차피 할 거라면 지금해버리자는 주의.그래서 아침에도 벌떡벌떡 잘 일어난다.심지어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난 적도 많다.방정리도 꽤 나름의 규칙대로 잘 하고 있고,항상 씻고 난 후에는 하수구에 낑겨있는 까만 내 머리카락들도 그때그때마다 칫솔로 샥샥 문질러 쓰레기통에 버린다.그런데 아이폰에 있는 사진들을 다른 곳에 옮기는 작업은 왜 이렇게도 하기 싫을까.오늘 아이폰 앨범을 보니 사진이 5,097장이였다.1년 전에 다음클라우드에 아이폰 사진을 다 옮긴 후 다시 시작했는데 1년 사이에 5천 장을 찍었다니..아이폰 메모리가 거의 95%정도는 꽉 차서 사진을 다시 옮겨야한다.예전에도 사진을 옮길때 카테고리별 폴더를 만들어 차곡차곡 옮겨놓았는데, 다시 그 작업을 반복해야한..
*흔적 1.거짓으로 다이어리를 쓴 적이 있다. 많을지도 모른다.절대 누가 읽을 수 없는 나만의 다이어리인데도 불구하고, 그냥 몽땅 좋은 얘기만 쓴다. 그러다 문득 누가봐도 좋은 이야기들 이외의 다른 이야기들, 다른 생각들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내가 지금 무엇을 쓰고 있는 건지 깨닫게 된다.그 후 항상 솔직하자는 생각을 하며 다이어리를 쓰다보니 조금 더 다양하고, 여러가지 내용들이 쓰여진다.오늘도 조금만 더, 어제보다 더 솔직해져야지. 2.A친구와 대화하면 정말 큰 굴곡없이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시간들이 묻어나고,B친구와 대화하면 그때는 철없이 좋지 않은 선택을 했고, 보통 생각하기에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들어가다 이제서야 다시 평범해져 그때의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회상하고,C친구와 대화하면 어릴 적부터 다..
*양말 1.내가 가지고 있는 양말 중에 (사실 이것 빼고 내 양말이라고는 딱히 없지만) 가장 예쁜 양말은 바로 보드양말!예전에 STL에서 보드복을 샀었는데, 아마 그때 사은품으로 받은 것 같다.하양하양 바탕에 노랑, 파랑, 빨강 세 가지 색의 줄이 체크를 이루고 있다. 요즘 STL은 겨울보다는 여름을 밀고 나가나보다.보드복은 많이 안보이고 래쉬가드나 웨이크팬츠 등이 많이 보인다.보드양말은 일 년에 신는 날이 정말 한 손으로 꼽힌다.그래서 아직까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쫀쫀+쫀쫀하다.서랍을 열 때마다 보드양말이 보이면 괜히 빨리 보드타러 가고 싶어진다. 2.여름엔 맨발, 겨울엔 스타킹양말이 내게 필요할 때가 많이 없다. 아마 운동할 때, 등산 갈 때 정도?예전에는 발이 차서, 자기 전에 발이 시리면 양말을 ..
*I'm not the only one 어쩌면 짧았던 시간이였을지도 모를 그 당시에너에게 나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고,나 혼자만의 마음정리 후 내게 헤어지자고 고했었지.하지만 넌 내 뒷통수라도 치듯 헤어지기 싫다고 했었고,당황했던 나는 깨끗하게 헤어지지 못하고 끝내 얼버무리고 말았지.역시 말은 생각과 마음을 고착화시키는 능력이 있었고,하지만 내 입에서 헤어지잔 말이 나왔던 그 순간,이미 내 마음은 순식간에 정리되어버린 것을 알았고,더이상 내가 널 좋아하지 않고, 더이상 노력하고 싶지도 않다는 것을 알았어.뒤늦게 넌 내게 계속해서 잘해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지만난 단 한 순간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고,어쩌면 이미 헤어져버린 너와 내가 다른 무엇을 기대하긴 힘들었지.끝내 날 만나러 온 널 만나지 않았..
*서울 1.그 때 그 사람들은 없어도 장소만은 남아있는 곳.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에는 그 장소마저 남아있지 않은 곳이 늘어간다.애틋한 장소들이 많은데, 자꾸 그 장소들이 사라져간다.트위터 피드에는 자꾸 권리금 등의 문제로 건물주와 싸워 문을 닫거나 이전하는 내용이 잊을만하면 눈에 밟힌다.그 장소에 아무 연고가 없는 나조차 마음이 꿍실꿍실한데,심지어 나보다 5배, 10배, 40배는 자주 갔던 사람들. 그리고 주인의 마음은 어떨까.장소에서 추억들이 샘솟아나기 마련인데, 이제는 그 장소를 택하는 일마저 주저하게 된다.지금까지 알던 곳 이외의 새로운 곳에 무언가 내 마음을 주기가 겁이 난다.그렇다고 내가 지금껏 알던 곳이 최고인 곳들은 분명 아닐터인데.그깟 장소가 뭐가 중요하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 순간..
*자유시간 간간히 고독하고, 외로워하며, 무언가 무력함에 사로잡혀 있는 시간이 있다는 자체가 큰 잘못이라 생각했다.이런 감정은 정말 개인적인 것이며, 너무나도 사적이고 은밀한 것이기에 애초부터 누군가에게 이해받으려 하지도 않았다.그 시간들이 다가오면 그런 감정들을 오롯이 느끼며 시간들을 자근자근 밟아가면 지나가는 것을 알기에언제나 그렇게 해왔다. 그렇지만 그 밟아가는 시간동안 알수없는 자괴감과 낮아지는 자존감,무언가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워질때 이면으로 내가 잘못된 건 아닌가, 나는 왜 그래야 하는가, 자문하며 다시 악순환이 펼쳐졌다. 이런 와중에 며칠 전 에리히프롬의 글을 접했는데, 내게 생각지도 못한 큰 위안이 되었다. 인간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었지만, 힘겹게 얻어낸 자유를 다시 도피하려고 애쓴다..
*항상 1.내 안의 나를 지키려하는 이기심과 현재의 감정을 늘 표현하고 싶은 욕심들의 충돌.항상 아슬아슬하게 선을 지키려다가도 팽팽하게 버티던 충돌이 한 쪽으로 조금이라도 기울때기우는 낯섬에 한번 놀라고, 그 낯섬을 시작으로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않아 또 한번 놀라고.그래도 그래도 또 다시 안정을 찾으려 백번 천번 생각하고 수없이 입장을 바꾼 끝에이내 찾아온 평온. 그 평온을 지키고자 오늘도 노력하는 애쓰는 마음들. 2.기억이고, 추억이고, 그 모든건 이미 지나간 것이 분명하고,더 중요한 건계속해서 펼쳐질 내 앞의 시간들. 3.문득 궁금했다.왜 이 사람은 힘든적이 없는 걸까?분명 사람이면, 1년 365일 중에 힘든 날이 분명히 있는데 말이지.나는 어느정도 이제 힘들면 힘들다고 표현할 줄도 알고,때론 징징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