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그럼 우리 나가서 세 번째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여덟 번째 정류장에서 무조건 내리는거다' / '그래!'대학로 파스쿠찌 2층에서 현재 앉아있는 이 파스쿠찌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바라는 어플리케이션의 이상과 머릿속 한 구석에 숨어있던 만들고 싶은 것에 대한 어떤 것에 대해 가지치기를 하다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이미 아침일찍 안국역에서 시작해, 북촌한옥마을을 한바퀴 빙 돈 후, 성균관대학교를 지나 혜화동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뭐 그리 신나는지, 어딜 그리 그렇게 가고 싶었는지, 아니면 이미 산책아닌 산책을 엄청나게 하고 난 뒤 그 뒤에 찾아오는 어쩔 수 없는 생체리듬의 루즈함을 이겨내고 싶어서였는지, 새로운 곳에 대한 갈망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페 2층에서..
*같으면서도 다른 시선이 마주쳤다. 어떤 이의 시선1. '종종 우체국에 와서 택배를 보내는 그녀다. 오늘 신고 온 부츠가 예쁘네. 가방도 내가 한번도 사본 스타일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네. 그녀가 묻는다. 저울에 택배 무게를 재봐도 되냐고. 항상 무언가를 뽁뽁이에 고이 싸서 들고오는데, 대충 화장품인것 같기도 하면서, 어떨때는 접시같기도 하고. 그렇게 뽁뽁이채로 들고와서 1호박스를 자연스럽게 꺼내어 물건을 담는다. 처음에는 상자를 패킹하는것도 서툴렀는데, 이제는 곧잘한다. 해외로 보내는 일이 잦아 무게에 민감한 그녀다. 인터넷에서 미리 조사를 해왔는지, 특정 국가로 보낼때 무게가 어느정도 나가야 어떤 요금이 부과되는지 잘 알고 있다. 아, 그런 적도 있었다. 지난 번에도 어김없이 무게를 재보는데, 무게가..
*소세지 새해 첫 날, 가족끼리 회에 술 한 잔씩 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아빠는 말했다.'나는 엄마랑 뒤에 너랑 진희랑 온가족 다 태우고 어디 놀러가는 시간이 제일 행복해'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아빠 차 뒤에 타고 어디 갔던 일이 은근히 많았는데,점점 커가고, 하는 일이 생기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리저리 바빠지면서 아빠 차 뒤에 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매일 같이 늦게 집에 들어와서 잠만 자고 나가고, 어떨땐 같은 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빠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하루를 지나칠때도 많았다.그래도 가족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며, 밤에 드라마를 볼 시간에 나도 거실에 나가 같이 앉아 있긴 하지만,드라마가 정말 내겐 재미없고, 또 그 옆에서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리는 일이 많아 같이 있어도..
*내 인생의 물음 며칠 남겨두지 않은 2014년 끄트머리에서 내게 묻는 질문. Q1.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걸까? Q2.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관계를 더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Q3. 궁극적으로 나는 어떤 행복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Q4.작년보다 올해, 지난달보다 이번 달, 지난주보다 이번 주,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삶인가? Q5.무의식중에 괜히 지금 맞닥뜨려진 상황이나, 또는 타인을 탓하고 있는건 아닐까? Q6.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Q7.지금 나는 행복한가? Q8.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나의 대답은, -Hee ----------------------------------------------------------------------..
*진짜 1.어린 나이의 B. 하지만 불행하게도 B는 자신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 모른채 하루하루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치인다. 물론 B는 자신의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인지, 아닌지 알아채지 못한다. 그렇게 하루는 이 상황에 맞추어 자신을 둔갑하고, 또 하루는 저 상황에 맞추어 자신을 둔갑한다. 어떨때보면 마치 카멜레온과도 같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테지. 그렇게 B의 시간은 흐른다. 자신의 모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른채, 가끔가끔 마주치는 진짜의 모습은 외면한 채, 그렇게 B의 시간은 흐른다. 물론 B에게도 자신을 오롯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오롯이 보려고 노력할때, B의 마음에는 이 사람, 저 사람, C, D, Z 등 여러 인물들이 떠오른다. 그 여러 사람들의 관계(때에..
*지갑 1.언제나 엄마의 지갑은 항상 굳게 닫혀있었다.엄마는 어릴 적 부터 쉽사리 내게 지갑을 열지 않았다.초등학교 4학년때였나. 친구들이랑 수영장을 가기로 약속했는데, 용돈을 다 써버리고 없었다.그래서 엄마한테 수영장가야한다고 용돈을 달라고 하니, 절대 정말 절대로 주지 않으셨다.친구들이 하도 내가 나오지 않아서 우리집까지 찾아왔으나, 엄마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셨고,그래서 친구들은 돌아갔고, 덕분에 나는 골이 나서 방에 들어가서 문닫고 괜히 서러워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그 후에도 엄마의 지갑을 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다. 학교 준비물 등등 필요한 돈이 있어도 엄마에게 말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단 한번도 엄마가 쿨하게 '아 그래? 잠시만' 하면서 지갑을 쉽게 연 적은 없었다.준비물 같은 경우에..
*동생 1.땡볕아래 어느날 운동장에서 한 여자아이가 쓰러졌다. 그 여자아이는 선생님 등에 업혀가 급한대로 숙직실에 몸을 뉘였다. 여자아이는 의식이 없었다. 그로부터 몇십 분 뒤, 여자아이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숙직실에 도착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양호선생님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듣고 나서야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그 여자아이도 의식을 되찾아 눈을 떴다. 선생님이 여자아이의 어머니한테 직접 전화해서 알렸기 때문에 여자아이의 어머니가 학교에 오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선생님이 여자아이의 어머니에게 전화하기도 전에 여자아이의 동생이 어머니한테 뛰어가서 우리 언니가 죽는다며, 쓰러졌다며, 울고불고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고 한다. 그 당시 그 여자아이와 동생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둘다 어렸기 때문에 매일 ..
*여행 1-1. 전의역에 갔었다. 물론 목적지는 다른 곳이였지만, 전의역을 경유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우와! 우와!! 생각지도 못한 정말 평화롭고 잔잔한 풍경들이 언제나 든든한 어깨넓은 남자친구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 산은 푸르고. 전의역 건물은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역처럼 아담 그 자체였다. 누군가가 마을에 벽화사업을 진행했었나보다. 귀여운 벽화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었고, 벽화들과 아담한 건물들이 제법 어울리지 않는 듯하며 어울렸다. 1-2.전의역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역 주변에 정말 사람 손길이 물씬 느껴지는 화단들. 선반에도 화분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었고, 땅에도 예쁜 모종들이 심어져 있었다. 그런 손길들이 담긴 식물들을 보니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
*만약 내가 그였다면,추운 겨울 밤, 함께 택시를 타고 가자고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가까이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되었던 날을챙길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누가 들어도 시덥지 않은 소리를 하고있는 상대방을집중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미처 생각하지 못한 차이를 맞닥뜨렸을 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상대방이 떡볶이를 먹다가 실수로 입 안에서 떡볶이의 잔재가 수직으로 식탁 위에 떨어졌을때 정색하지 않고, 또는 모른 척 하지 않고, 그냥 낄낄대며 웃을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정말 그냥 자신만을 생각해서 뒤돌아보지 않고 가고 싶었을 때가지 않고 한번 더,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다른일로 짜증내는 상대..
*30분 시간이 되었다.입고있던 편한 반팔과 반바지를 벗고,위엔 예전 에너자이저 나이트마라톤대회에 나가 사은품으로 받은 티셔츠를 입는다. 아래엔 그냥 엄청 부드럽고 가벼운 편한 검정색 트레이닝복을 입는다.앉아서 양말을 꺼내 쓱쓱 양 발에 신는다.일어나서 살짝 옷장 앞에서 고민한다. 얇디 얇은 바람막이를 입을 것인가.아니면 그냥 바람막이 생략하고 두꺼운 패딩을 입을 것인가.살짝 어제를 떠올려본다.어제는 반팔 위에 바람막이를 입고, 두꺼운 패딩을 입었다.그런데 막상 바람막이는 나중에 돌아올때 왼손에 들고 왔다.안되겠다. 그냥 바람막이는 생략하자.패딩을 단단히 입고, 아이폰과 이어폰을 왼쪽 주머니에, 현관 카드키를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거실로 나왔다. 타이어 두개를 쌓고, 그 위에 천을 깔고, 유리를 얹어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