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2) 나이 아흔 살이 넘으셨는데, 환갑만 넘으면 드시기 시작하는 고혈압약, 저혈압약 등등 그 어른들 사이에선 흔한 약 한 알 드시지 않고, 대신 세 끼를 나보다 더 많이 잘 챙겨드시는 우리 건강한 외할머니. 이미 전철이 노인분들에겐 공짜 교통수단이 된 시절부터 외할머니는 1호선을 타고 딸들 집을 왔다 갔다, 조금 유명한 재래시장이 있으면 거기도 다녀오시고, 늘 바쁘게 사셨다. 그리고 자식들이, 손주들이 그렇게 핸드폰을 사준다고 해도 아직까지 싫다고 절레절레 하시는 외할머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유일하게 집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할머니와 통화하려면 할머니네 집으로 전화를 걸어야 하고, 할머니가 받지 않는다면 어디 가셨는지 생각하면서 다시 할머니 오실 타이밍에 맞춰 전화한..
1. 일상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변화를 주는 것을 나름 좋아한다. 가장 흔한 일로는 아이폰 잠금 화면과 홈 화면 변경, 핸드폰 케이스 변경, 메신저 알림음 변경부터 시작해서 꼭 과일을 담는 것으로만 쓰던 그릇에 반찬을 담는 다던 지하는 그릇의 용도 변경, 화장대로 쓰고 있는 책상에 늘어져있는 섀도우를 몽땅 과감하게 첫 번째 서랍 안으로 집어넣고 꽂이형 통에 꽂혀있던 립스틱들과 브러쉬 등을 화장품 진열대 안으로 전부 넣는다던지하는 물건의 위치 변경, 잘 쓰지 않는 흔들의자의 자리를 창가 옆으로 옮긴다던지 하는 가구의 위치 변경, 부드럽지만 높아서 쓰지 않는 베개를 위치가 변경된 흔들의자에 등쿠션삼아 잘 쓰지 않았던 담요를 무릎에 덮고 노트북 사용하는 루틴의 변경, 횡으로 놓인 쇼파를 종으로 놓고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