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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91.여자

puresmile 2015. 10. 3. 23:36

*여자


1.

성별에 관계없이 우린 모두 다 똑같은 사람이고, 인간일 뿐이다.

인간이라서 사랑하는 것뿐이고, 상처받는 것뿐이고, 기억하는 것뿐이고.

우리는 고독하다.

어떨땐 너무나도 고독해서 그 마음을 헤아릴수도, 걷잡을수도, 다독일수도 없어 허한 마음을 부여잡고 있을 수 밖에.

때로는 이리저리 휘청이고, 흔들리고, 갈피조차 잡을 수 없어 두려움이 생기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우리는 한없이 나약하다. 그래서 사랑한다.


2.

처음 본 그 여자는 굉장히 까맣고 팔다리가 길었으며 말랐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하지만 무언가 발라져있긴 했다)듯한 얼굴에, 검정색 뿔테안경을 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인사에 답하며 굉장히 멋쩍어하면서도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만난 목적에 알맞게 서로 상투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그녀의 말에 거짓이 있는지 확인은 할 수 없었지만, 나는 그녀의 질문에 거짓없이 대답했다.

약간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그녀의 투박한 말투가 약간 당황스럽긴 했지만 솔직해 보였다.

그 후 그녀를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만났다.

난 그녀와 대등한 관계를 원했으나 그녀는 그 관계를 원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에게 익숙한 습관같은 관습이 그녀를 움직였고, 이야기시켰다.

그래도 나는 그녀와의 관계를 쉽게 끝내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그녀와 나는 힘들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녀는 내 정곡을 알고 싶어했고, 나는 그걸 노리는 질문을 들을때마다 의도를 알면서도 모른체했다.

그녀와 나는 항상 대화할때마다 신경전을 벌였고, 서로가 우위를 점하려고 했다.

그녀와 대화를 마무리짓고 뒤돌아서 나올때마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

결국 그녀와 나는 맞지 않는 사람으로 서로에 대한 결론이 났고, 그 후로 그녀를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녀와 내가 만난 목적이 그때와 달랐다면 어땠을까.

계속해서 그녀와 볼 수 있었을까.

분명히 맞는 부분을 난 찾을 수 있었는데.

투박하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그녀에게 나는 조금 더 애정을 줄 마음이 있었는데.


3.

여자다운 것이란 말을 살면서 많이 듣는다.

여자다운 것이란 뭘까?

진한 화장을 하는 것?

조신하게 이야기하는 것?

행동가짐을 조심히 하는 것?

손톱에 주기적으로 메니큐어를 바꾸는 것?

머리가 긴 것?

단정한 옷을 입는 것?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나다운게 좋다.

화장을 굳이 진하게 하지 않아도,

욕이 나올땐 욕을 해도,

신이날땐 소리높여 이야기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며,

항상 손톱이 짧고,

단발머리를 좋아하고,

짧은 치마를 즐겨 입는,

그냥 나다운게 좋다.

성별로 사람을 단정짓는 일은 한 사람을 알아갈 새도 없이 그 한 사람과 멀어지는 일이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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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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