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것들1. 다음날 남는 것도 없고 별 시답지 않은 것들을 하며 새벽을 지새우는 것-그 시간에 잠을 자고 더 퀄리티 있는 다음날(아침)을 즐기자고 생각하는 요즘.2. 선택을 미루게 하는 많은 망설임-할까 말까 망설일 땐 그냥 해버리자는 마인드로 살고 있다. 표현도, 행동도, 생각의 꼬리를 잡는 것도, 누군가에 대한 안부도, 마음속 깊이 담겨있던 말들도.3.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남의 걱정-누군가의 하소연을 듣고, 같이 공감해 주다 보면 갑자기 깊게 감정 이입이 되어 헤어지더라도 나 혼자 있을 때 '그녀의 상태가 괜찮을까.', '그의 하루가 괜찮을까' 등의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기에 오로지 해답은 그녀 또는 그의 마음에 달렸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면..
*노란 사과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언뜻 보면 배인 줄 알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과 향과 맛이 나고, 약간 연둣빛을 띄는 멜론을 생각하고 반으로 가르자 안이 오렌지색으로 가득 차 있어 당황스러운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봤을 땐 너무 동안이어서 당연히 어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생각보다 나이가 많고, 흥미로운 경험과 아픈 과거들이 그 사람을 꽁꽁 둘러싸고 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겉모습이 풍겨오는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사람의 성격도 유추하게 되는데 겉과는 달리 의외의 마음 씀씀이와 생각지도 못한 언행으로 또 한 번 날 혼란에 빠지게 했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때때로 날 오만에 빠뜨린다. 다시 한번 되새기자. 당연한 건 없다.-Hee ·················..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3가지1. 등산화작년에 노스페이스 수유점가서 등산복을 보려다가 생각지도 못한 등산화를 득템했다. 두꺼운 양말을 신을 생각으로 등산화 사이즈도 크게 구매했는데 그 이후로 너무 잘 신고 다닌다. 발 한 번 까진 곳 없고, 물집이 잡힌 적도 없다. 보아 다이얼로 편하게 신발을 벗고, 신고 하니 끈을 꽉 조여맬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보아 다이얼은 겨울에 보드 타러 갔을 당시 부츠 신을 때나 탁 눌러서 돌리고 돌려서 사이즈를 조절할 때 사용했는데, 등산화에도 달렸을 줄이야. 등산화가 있으니 어떤 산이든 일단 가기가 수월해졌고, 실제로 접지력도 좋아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방수 기능도 좋아서 물이 고인 산길에서도 천하무적이 된다. (예전에 러닝화 신고 어떻게 등산을 했을까..
*성지1.어느 초여름, 막 더워지기 시작할 시기에 해동용궁사를 갔었다. 내가 가봤던 절 중 가장 예뻤던 건 불국사인 줄로만 알았는데 새파란 하늘 아래 절벽엔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 절이 있다니. 아무 기대 없이 그냥 잠깐 들렀다 나오려고 했었는데 입이 딱 벌어지고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곳에서 한참을 있었다. 주말이라 관광객들이 조금 많았었는데 평일 새벽쯤 사람들이 거의 없는 한적한 시간에 오면 더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곳에 사는 스님들은 이런 뷰를 매일 보면서 살겠지', '불교 신자도 아닌 나도 매일 오고 싶은데, 불교 신자분들은 이 절에 오는 발걸음이 굉장히 가볍겠지' 등 별 생각을 다 하며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눈에 담았다. 오늘같이 하늘이 파란 날, 한 번 더 해동용궁사를 가고싶다는 ..
*버터하루는 장을 보러 이마트에 갔다. 와인 코너를 지나 버터와 치즈가 모여있는 코너 앞에 서게 되었는데 굉장히 낯익은 상표가 보였다. 엘르앤비르. 말레이시아 살았을 때 특정 커피빈에서 베이글을 주문하면 꼭 엄청나게 맛있는 크림치즈를 같이 줬다. 너무 맛있어서 그 크림치즈 상표를 꼭 기억했는데 그게 바로 엘르앤비르 크림치즈. 생각지도 못한 조우에 들뜬 나는 엘르앤비르의 무거운 한 덩어리의 버터를 바로 집어 들고 카트에 넣었다. 그리고 신나게 집에 와서 종이호일을 꺼내 버터를 소분했다. 헤헤. 다음날 아침, 식빵을 토스트기에 노릇하게 구운 후 냉동실에서 소분한 버터를 꺼냈다. '같은 상표인 크림치즈가 맛있었으므로 이 버터는 분명 내가 만족할 만한 맛을 가졌겠지'라고 생각하며 입에 한가득 군침이 고인 채 ..
*올림픽언제부턴가 올림픽을 한다고 해도 그리 챙겨서 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았을 땐 집에 있으면 (특히 저녁에) 티비를 하루 종일 켜놓고 있을 때가 많아서 그냥 고개만 돌려도 올림픽 경기를 볼 수 있었는데 스스로 티비를 잘 켜는 일이 없다 보니 올림픽도, 축구 경기도, 야구 경기도 하는지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몇 번이나 시간까지 확인하면서 본 경기가 있다. 바로 알카라즈와 조코비치의 결승전! 보기만 해도 사람 좋게 생긴 알카라즈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직도 금메달 또는 1위 후보로 여전히 거론될 정도로 건재한 조코비치의 경기는 정말 명장면이었다. 16살 차이의 어린 선수를 거뜬하게(는 아닌가?) 이기고 승리한 조코비치는 곧바로 코트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
*(기아)카니발1."캐스퍼나 레이 같은 조그마한 차 타고 다니는 게 좋지 않겠어? 주차하기도 편하고 말이야""아니, 난 높은 차가 좋아. 무조건 SUV로 타고 싶어"얼마 전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는)대화 중.2.정말 얼마 되지 않는 운전 경험으로 봤을 때 높은 차가 더 편했다. 키가 작아서 그렇다는 말이 늘 따라다녔다. 아직도 모르겠다. 도대체 누워서 운전하는 사람들은 무섭지도 않나. 뭔가 바로 앞에 땅이 보여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거의 대부분 그렇지 않나 보다. 언제 운전을 제대로 하고 다닐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나중에 꼭 높은 차를 타고 다닐 거라고 생각(만) 해본다. -Hee ································································..
*나무1.말레이시아에 살아보니 내가 나무가 많은 곳에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곳엔 어딜 가나 초록 초록한 나뭇잎이 우거진 나무들이 많았고, 거기에 하얀 구름들이 뭉실뭉실 떠다니는 파란 하늘까지 완벽했다. 한국에 살 땐 나무들이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말레이시아에 살다가 다시 한국에 오니 가로수, 산, 근교에 있는 나무들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추운 겨울에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아파트 앞에 나무들이 모두 가지치기가 되어 있었다. 빨리 저 나무들이 쑥쑥 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분리수거를 하고 집에 오는 길에 아파트 앞에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가 되어 있는 모습을 봤다. 어찌나 눈이 즐겁던지. 또 아파트 관리사무소 뒤에는 조그마한 상록침엽수 같은 것이 이발을 동그랗게..
*종이 한 장 차이별일은 크게 없었다. 당장 해결해야 할 큰 고민도 없었고, 관계에 대해 고민할 사람도, 어딘가에 급하게 큰돈이 들어갈 일도 없는 그런 하루였다. 주변 친지가 아프지도 않았고, 누군가의 미움을 크게 사고 있지도 않은 그런 별일 없는 하루였다. 그런데 괜히 마음이 울적했다. 그저 그런 하루 중 하나였는데 마음에서 울적함이 떠나지 않았다. 새로움을 찾고 싶었다. 그 새로움에 내 관심과 정신이 쏠려 신선함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 목마름 중에 하나는 음악. 요즘 새로운 음악을 찾는 여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유튜브를 켰다. 이리저리 알고리즘을 타고 타다가 우연히 한 음악 채널을 발견했다. 커다란 건물과 건물 사이, 어떤 뒤뜰에 큰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앉아서 맥주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