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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 자전거

*자전거따릉이부터 비토, 첼로, 아르곤18, 브롬톤까지 MTB 빼곤 웬만한 종류의 자전거는 다 타본 것 같다. 따릉이를 타고 평화로운 밤, 안양천을 달리면서 내 자전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으로 비토를 사고 신나게 한강을 달렸다. 운 좋게 주변에 로드를 내게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고, 첼로를 사고, 기변을 해서 아르곤18을 타고 점점 기동력을 넓혀갔다. 난 아르곤과 함께 말 그대로 동해 번쩍, 서해 번쩍 평소에는 듣도 보도 못한 곳들을 달렸고, 안양에 있는 망해암에 갔다가 인생에서 자전거를 제외해도 좋을 만큼 낙차 해서 크게 다치기도 했다. 그 이후 겁이 나서 도전은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슬슬 마실만 다녔지. 브롬톤이 더해지면서 마실 라이딩은 늘어갔고 그러다 모든 자전거를 정리했다. 그리고..

658. 두유

*두유그리 숨이 차진 않았다. 태국으로 떠나기 바로 전날 밤, 테니스 치다가 허리를 삐끗한 정우로 인해 평소보다 훨씬 천천히 뛰었다. 며칠 내내 슬리퍼를 끌고 다녔던 우리는 러닝화를 신자마자 발이 너무 편하고, 걷기가 너무 편하다며 킥킥댔다. 생각보다 코사멧은 덥지도 않았고, 전혀 습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떠나기 전 한국보다 훨씬 시원했다. 해는 강렬했지만. 먼저 우리는 숙소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뛰었다. 늘 거닐던 해변의 끝을 지나 섬 안쪽으로 처음 들어가 봤다. 어느새 양쪽에 레스토랑이나 카페, 리조트는 모두 사라지고 나무들이 울창했다. 예전 코창에서 다니던 길이 떠올랐고, 정우도 마침 그 생각이었는지 '이런 길은 개가 등장할 느낌인데'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코너를 낀 언..

657. 인형

*인형1.나의 우선 순위에서 가장 최하위로 밀려난 것은 바로 인형이다. 아무리 소중한 인형이라고 의미를 부여해봤자 어떤 순간들이 오면 가장 먼저 외면당하는 것. 어렸을 땐 나름 나도 인형을 좋아하고, 내 인형이라고 찜해둔 인형들도 있었는데. 자라면서 인형에 대한 마음이 가장 먼저 차갑게 식었다. 게다가 국내외로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면서 부피와 무게를 지닌 인형에 대한 소유욕은 눈곱만큼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하지만 지금 우리 집엔 4개의 인형이 있다. 뚱하게 생긴 토끼 인형은 지금 활동하고 있는 테니스 클럽 가입한 초기에 생겼다. 나와 정우를 예뻐해 준 당시 총무님이 월례회때 우리에게 그 인형을 선물로 주셨다. 하루는 친한 친구에게 정우가 날 보고 페더스 맥그로우를 닮았다고 말하며 카페에서 깔깔대며 수다..

656. 계곡

*계곡사실 계곡이라는 곳은 내게 그리 달갑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발이 닿는 곳에서만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나의 수영 실력이었고, 그다음은 맨발로 물속의 보이지 않는 바닥을 밟아야 하는 불안감이었다. (물론 아쿠아 슈즈라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도 밑창이 얇은 건 맨발과 동일한 불안함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계곡은 굳이 내가 먼저 가자고 말을 꺼낸 적도 없었고, 누군가 가자고 해도 시큰둥한 반응이 가장 먼저 나왔었다.정우를 만난 이후엔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됐다. 힘든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서 찝찝한 등산화를 벗고, 발을 담그는 것, 더 나아가 물살이 세지 않고 얕게 흐르는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바지가 젖는 것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정도까지 왔다. 원래의 나라면 당연히 수건이 있어야 했고, 바지가 젖으면 ..

655. DIY (Do It Yourself)

*DIY (Do It Yourself)예전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아빠는 젊은 시절 다방 DJ도 하고, 기타도 치고, 동호회에 들어가서 연주도 했었다. 어렸을 때 주말 오전이면 늘 아빠가 거실에 틀어놓은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보통 클래식 팝, 올드 팝을 틀어줬었고, 가끔 이글스 등 콘서트 DVD도 사서 수도 없이 반복해서 보곤 했다. 아빠 덕분에 웬만한 올드 팝은 다 알 정도로 듣고 자랐다. 요즘 아빠의 취미는 오디오 DIY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오디오를 튜닝하고, 심지어 당근에서 고장 나서 싸게 내놓은 전축을 사서 알리에서 부품을 주문한 다음 완벽하게 고치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고 한다. 주말 낮이면 거실 창가에 앉아 오디오를 전부 분해하고, 부품이 작아서 돋보기를 사용하고, 납땜을 하고, 다시 재조립..

654. 손바닥

*손바닥1.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떠한 일도 그만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그저 우연히 발생하는 일은 없다.2.언제부턴가 오른손 손바닥 위쪽에 굳은살이 생겼다. 왜인지 생각해 보니 테니스 라켓 때문이었다. 라켓을 잘못 잡은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내가 공을 칠 때 손바닥이 받는 압력이 큰 것 같다. 매번 약한 공만 받는 건 아니니까. 아직은 테니스가 재밌으니 영광의 상처로 알아야지.-Hee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도..

653. 사주

*사주호기심 반, 불안함 반으로 궁금했던 미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불안하지 않다.어떤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하기 보다는어떻게 그려나갈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나가야 할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Hee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X 바로가기

652. 지방

*지방'그 시골에서 뭐해? 심심하지 않아?'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듣는 질문이다. 안성도 그 안에서는 엄연히 도시와 시골로 나뉘지만 인프라가 넘치는 서울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그저 어디든 시골로 보인다. 안성으로 이사와서 조금씩 주변을 넓혀가며 눈에 익힌 지 벌써 3년. 3년을 돌아보면 우당탕하며 참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우선 우리가 좋아하는 안성맞춤랜드에서 결혼 사진을 찍었고, 채광이 잘 드는 결혼식장을 찾아 야외고, 실내고 모두 활용해 마음에 드는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살다보니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매일 아침이고, 낮이고, 저녁이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하드 테니스 코트를 마음껏 사용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테니스 클럽 총무까지 맡아 클럽 멤버들에게 늘 여러 관..

651. 고착

*고착1.생각과 사고 방식이 굳어버리는 게 싫어서 늘 새로운 무언가를 찾게 되는데, 이번엔 심리학 책을 빌렸다. 내가 모르던 시각을 찾고자 하고. 2.테니스를 치다가 공이 잘 안 맞으면 아예 이틀 이상을 쉬어버린다. 이상하게 치다가 그 자세로 굳어버릴까 봐 겁이 나서 그저 다시 리셋이라고 생각하고 몸이 그 이상한 자세를 잊게 만들기 위해서라지. 게임할 때 늘 진지하고 집중력 있게 임해야 하는데, 약간의 다른 생각만 해도 집중력이 흩어지고 타이밍도 달라지고 두 다리도 느려진다. 테니스는 치면 칠수록 예민하고 섬세한 운동이다. 요즘은 또 포핸드를 신경을 쓰고 있으니, 서브가 잘 안된다. 서브에 신경 쓰면 포핸드가 잘 안되고, 믿었던 백핸드도 잠시 관심을 덜 주면 고새 엇나간다. 좋은 자세와 타이밍을 찾다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