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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 계곡

*계곡사실 계곡이라는 곳은 내게 그리 달갑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발이 닿는 곳에서만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나의 수영 실력이었고, 그다음은 맨발로 물속의 보이지 않는 바닥을 밟아야 하는 불안감이었다. (물론 아쿠아 슈즈라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도 밑창이 얇은 건 맨발과 동일한 불안함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계곡은 굳이 내가 먼저 가자고 말을 꺼낸 적도 없었고, 누군가 가자고 해도 시큰둥한 반응이 가장 먼저 나왔었다.정우를 만난 이후엔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됐다. 힘든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서 찝찝한 등산화를 벗고, 발을 담그는 것, 더 나아가 물살이 세지 않고 얕게 흐르는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바지가 젖는 것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정도까지 왔다. 원래의 나라면 당연히 수건이 있어야 했고, 바지가 젖으면 ..

655. DIY (Do It Yourself)

*DIY (Do It Yourself)예전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아빠는 젊은 시절 다방 DJ도 하고, 기타도 치고, 동호회에 들어가서 연주도 했었다. 어렸을 때 주말 오전이면 늘 아빠가 거실에 틀어놓은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보통 클래식 팝, 올드 팝을 틀어줬었고, 가끔 이글스 등 콘서트 DVD도 사서 수도 없이 반복해서 보곤 했다. 아빠 덕분에 웬만한 올드 팝은 다 알 정도로 듣고 자랐다. 요즘 아빠의 취미는 오디오 DIY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오디오를 튜닝하고, 심지어 당근에서 고장 나서 싸게 내놓은 전축을 사서 알리에서 부품을 주문한 다음 완벽하게 고치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고 한다. 주말 낮이면 거실 창가에 앉아 오디오를 전부 분해하고, 부품이 작아서 돋보기를 사용하고, 납땜을 하고, 다시 재조립..

654. 손바닥

*손바닥1.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떠한 일도 그만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그저 우연히 발생하는 일은 없다.2.언제부턴가 오른손 손바닥 위쪽에 굳은살이 생겼다. 왜인지 생각해 보니 테니스 라켓 때문이었다. 라켓을 잘못 잡은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내가 공을 칠 때 손바닥이 받는 압력이 큰 것 같다. 매번 약한 공만 받는 건 아니니까. 아직은 테니스가 재밌으니 영광의 상처로 알아야지.-Hee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도..

653. 사주

*사주호기심 반, 불안함 반으로 궁금했던 미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불안하지 않다.어떤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하기 보다는어떻게 그려나갈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나가야 할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Hee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X 바로가기

652. 지방

*지방'그 시골에서 뭐해? 심심하지 않아?'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듣는 질문이다. 안성도 그 안에서는 엄연히 도시와 시골로 나뉘지만 인프라가 넘치는 서울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그저 어디든 시골로 보인다. 안성으로 이사와서 조금씩 주변을 넓혀가며 눈에 익힌 지 벌써 3년. 3년을 돌아보면 우당탕하며 참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우선 우리가 좋아하는 안성맞춤랜드에서 결혼 사진을 찍었고, 채광이 잘 드는 결혼식장을 찾아 야외고, 실내고 모두 활용해 마음에 드는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살다보니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매일 아침이고, 낮이고, 저녁이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하드 테니스 코트를 마음껏 사용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테니스 클럽 총무까지 맡아 클럽 멤버들에게 늘 여러 관..

651. 고착

*고착1.생각과 사고 방식이 굳어버리는 게 싫어서 늘 새로운 무언가를 찾게 되는데, 이번엔 심리학 책을 빌렸다. 내가 모르던 시각을 찾고자 하고. 2.테니스를 치다가 공이 잘 안 맞으면 아예 이틀 이상을 쉬어버린다. 이상하게 치다가 그 자세로 굳어버릴까 봐 겁이 나서 그저 다시 리셋이라고 생각하고 몸이 그 이상한 자세를 잊게 만들기 위해서라지. 게임할 때 늘 진지하고 집중력 있게 임해야 하는데, 약간의 다른 생각만 해도 집중력이 흩어지고 타이밍도 달라지고 두 다리도 느려진다. 테니스는 치면 칠수록 예민하고 섬세한 운동이다. 요즘은 또 포핸드를 신경을 쓰고 있으니, 서브가 잘 안된다. 서브에 신경 쓰면 포핸드가 잘 안되고, 믿었던 백핸드도 잠시 관심을 덜 주면 고새 엇나간다. 좋은 자세와 타이밍을 찾다가도..

650. 혼자

*혼자요가원 다닌 지 6개월이 넘었다. 6개월 전보다 지금 요가 동작들을 더 잘 소화해 내고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일주일에 겨우 두 번만 요가원에 출석하고, 그 외 시간엔 테니스를 치거나 다른 활동들을 하다 보니 쉽게 늘긴 어려운 게 당연하겠지. 그런데 지난주에 머리 서기를 하다가 고작 5초였긴 했지만 정신 차려보니 내가 아무런 도움도 없이 (심지어 블럭도 없었음!) 머리 서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사실 블럭없이 코어 힘으로만 다리를 올리진 못했다. 열심히 아등바등 다리를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요가 선생님이 와서 내 두 다리를 살짝 더 들어줬었다. 두 다리를 들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요가 선생님도 나의 중심을 잡기 위해 옆에서 열심히 잡아주셨는데 그날은 컨디션이 좋았는지 요가 선생님이..

649. 제안

*제안1.8월에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제 어디서 무엇을 할지 행복한 고민을 시작해 봐야지. 어떤 곳을 가자고 할까. 무엇을 먹자고 할까. 무언가를 하자고 할까. 정답이 없는 무궁무진한 옵션들을 하나씩 하나씩 짚어볼 생각이다. 2.회사에 있으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각종 제안서를 볼 때가 많은데, 이게 업체에서 만든 제안서가 맞을까 싶은 퀄리티를 맞닥뜨릴 때 그 당황스러움을 잊지 못한다. 이렇든 저렇든 굴러가기만 하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3.재미있는 제안을 받고 싶네.-Hee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도란도란 프로젝트 Tum..

648. 섬나라

*섬나라1.연달아 여행을 일본 소도시로만 다녀오게 되자 딜레마가 생겼다. 술과 미식, 그리고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맛있는 것들 천국인 일본을 갈지, 바다와 그 잘 익은 생망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동남아를 갈지 매번 고민하게 된다. 환율과 코로나 이후로 내려올 줄 모르는 비행기 값으로 인해 어게인 뉴욕은 먼 훗날로 미룬지 오래. 이런 이유로 아직 올해 여행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날마다 선택지가 바뀐다. 과연 올해 나는 어디로 비행기를 타고 떠나게 될 것인가. 2.오늘 에리나랑 통화하는데 에리나가 물었다. 일본 여행 중 어디를 추천하고 싶냐고. 일단 눈이 호강하는 아소산을 먼저 이야기했고, 우동 면발의 쫄깃함으로 감동받은 다카마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에리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술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