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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무한

*무한내 과일 랭킹이 변한지 꽤 됐다. 언제까지나 부동의 1위는 사과일 줄 알았는데. 이제 1위는 망고와 두리안이다. 두리안은 사실 과일로 분류되긴 해도 맛이 워낙 신비로워서 나의 과일의 영역과는 조금 다른 분야로 벗어나 있지만 아무튼 1위는 1위다. 20대 때 친구랑 같이 어떤 마트의 시식코너에서 굉장히 딱딱하고 신 망고를 맛본 뒤로 요즘의 '밤티'마냥 뭔가 못생기고 별로면 우리끼리 망고라고 지칭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러던 나만의 망고 포지션이 10년 새 180도 변했다. 코창에서 정우가 체크 모양으로 열심히 망고를 손질해서 준 그 망고부터였을까. 방콕의 커다란 망고 가게에서 얼굴만 한 크기의 망고를 한 봉지 가득 사 와서 러닝 뒤 까먹은 망고의 맛. 코사무이 길가의 가판대를 넓게 펼친 과일가게에서 망..

639. 전쟁

*전쟁좋은 본보기를 만나기가 정말 어렵다.첫인상은 역시 믿을 게 못 된다.옆에서 보고 있으니 예민할 때가 많고, 때론 (정말 그러면 안 될 것 같은데) 감정 제어가 안 되는 것 같아 보였다.조금은 더 현명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는데.더 믿을 수 있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는데.겉과 속이 다르고, 앞과 뒤가 달랐다.웃는 얼굴 속은 천년 묵은 능구렁이 같아 보였고, 가까운 사람에겐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될 얄팍한 수를 내비쳤고, 입은 한없이 가벼워 보였고, 기분이 언짢으면 옆에 누가 듣고 있는지 신경도 안 쓰고 일단 욕설을 내뱉는다. 말로는 평온함을 추구하지만 실제로 그녀의 삶은 (무엇이 원인이 되었든)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덕분에 내 꿈들 중 하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Hee ····················..

638. 돌고 돌아

*돌고 돌아사실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나가버린 것에 미련을 둘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다 끝난 건 아닌데 말이야. 가질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최대한 그리워하다가 털어버리자. 지금도 우리의 시계는 끊임없이 돌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어떤 미래가 그리워하는 시간이 될 것임이 분명해.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트위터 바로가기

637. 맞닥뜨리다

*맞닥뜨리다평소에 불만을 얘기하는 편이 아니다.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하다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마음을 돌린다. 이건 참는 것도 아니고, 바보같이 불만을 얘기 못하는 것도 아니다. 불만을 이야기해서 바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히 이야기하겠지만, 어디 세상에 그런 게 얼마나 있겠나. 사람을 바꿀 수도 없고, 상황을 완벽하게 전환시킬 수도 없는 때가 많지 않은가. 난 무언가가 불만이라는 마음이 들면 내가 변하든, 상황을 변화시키든, 그걸 어떻게든 바꿔서 불만을 마음에서 털어내려고 노력한다. 불만을 갖고 있는 그 자체가 내게 스트레스고, 내 마음과 시간을 갉아먹는 것 같이 느껴진다. 불만을 털어놓으면 그게 해소가 될까.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이 절대 바꿀 수 없..

636. 애정결핍

*애정결핍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한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람을 만날 때 일단 좋아함을 먼저 기저에 깔아두고 시작한다. 내가 아닌 타인은 나와 다른 행동, 말투,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며, 모두가 다른 배경과 환경에서 자라고 놓여있기에 무엇을 함에 있어서 당연히 그만의 논리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타인의 불친절함이나 쌀쌀함을 느낀 적이 있다. 예상하지 못한 날카로움도. 나도 사람인지라 당황스럽고, 서운하고, 하루의 기분을 망쳤을 때도 있었다. 그 몇 마디 때문에. 그 한 마디 때문에. 그 표정 때문에. 때론 그것들이 뭉쳐서 내게 상처로 남기도 했다. 상처가 아물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나는 조금 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미워하고,..

635. 미세먼지

*미세먼지가끔 원효대사 해골물을 떠올리며 그걸 내 일상에 대입해 본다. 20대 땐 새벽을 지새우고 동이 트기 직전에 잠이 들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이 되고,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 적이 많았다. 불면증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생각하고 싶은 게 많았고, 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고, 잠을 자는 게 아까운 적도 많았다. 수면이 부족한 터라 다음날엔 분명 영향이 있을 터. 사람이 계속 '나는 피곤하다', '너무 피곤하다'라고 생각하면 정말 피곤하지 않은가. 아마 표정을 만드는 얼굴의 근육마저 지쳐서 마냥 피곤한 사람이 된다. 하지만 나는 그 다음 날도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피곤함에 정복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 자신을 속였다. 나는 어제 분명 12시 전에 잠들었고, 6~7시간을 충분히 자고 일어났..

634. 추억의 노래

*추억의 노래I wish - 오윤혜씁쓸하고 외로웠던 고등학생 시절, 당시 서로 생각하는 방식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방식이 거의 똑같다고 생각해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알려준 노래였다. 겨울에 정규 교육과정이 끝나고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야자(라고 하니 이제 어색하지만) 시간 중간에 이 노래를 들으며 괜히 고독을 더 씹었던 노래다. 절절한 목소리 덕분에 더욱 처절했지만.보고싶다(Inst.)20대 초반, 내게 음성 메세지가 왔다. 재생을 해보니 피아노로 '보고싶다'를 연주한 내용이었는데 그 앞부분의 반주가 너무 완벽해서 아직까지 생각난다. 그 리듬과 속도, 애드립까지도 만족스러웠다. 고작 1분 남짓한 메세지였지만 한 자리에서 5번 이상은 반복해서 들었었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 브로콜리 ..

633. 군만두

*군만두얼마전 회사 점심시간에 짜장면, 탕수육, 짬뽕을 배달시켜서 먹은 적이 있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중식을 언제 시켜 먹어 봤나 생각해보니 대학교 휴학하고 다녔던 회사에서 양장피를 시켜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뒤 거의 12년 만에 회사 점심으로 다시 중식을 먹게 됐다. 배달음식이 왔고 음식을 꺼내보니 군만두가 있었다. 예전에 먹었던 중국집 군만두는 굉장히 딱딱하고 납작하고 맛이 없었기에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근데 군만두가 하나 남게 되었고, 내가 군만두를 먹지 않았다고 하자 어느새 내 앞에 군만두가 놓여 있었다. 딱히 음식물 쓰레기 버릴 곳도 없어서 빨리 먹어치우자는 생각에 한 입을 물었다. 오잉? 생각보다 맛있잖아? 예전에 내가 먹었던 군만두랑은 차원이 다르다! 만두소도..

632. 원인불명

*원인불명일어나는 일들의 99.999%는 전부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날갯짓, 스치듯 마음을 훑고 지나간 한 마디, 짧은 순간이지만 강렬한 인상, 스쳐간 옷깃, 마음을 움직인 장면, 놓칠 뻔한 눈빛, 무심한 솔직함, 호르몬의 장난 등.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트위터 바로가기

631. AI

*AI1.챗지피티가 없었다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빠르게 이해하고 해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불친절한 전임자만 원망하며 여기저기 호소해가며 배웠겠지. 다행히 정형화되어 있는 일이므로 챗지피티가 열심히 중간중간 내 이름까지 불러가면서 알려준 덕분에 일단 물 흐르듯 지내고 있다. 지나다니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분의 모니터를 보니 거기도 챗지피티를 매우 애용하고 있었다. AI가 없었던 시절에도 물론 일은 잘 진행되었겠지만 AI가 있어서 시간의 질, 삶의 질을 높여주는 사실은 너무도 분명해졌다. 2.회사 동료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끔 챗지피티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너무 답답한 나머지 챗지피티를 혼낸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