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1.
아직까진 좋은 호텔에서 쉬는 것보다는 해가 떠있을때부터 해가 질때까지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다니고, 밤이 되면 아무렇게나 계단에 걸터앉아 맥주마시며 깔깔대는 것이 더 힐링인걸. 

2.
과거에 친구들과 함께 호텔에서 놀다가 다음날 조식먹을 때 그랬다. 그냥 아침에 일찍 만나서 조식만 먹고 싶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나가든, 산책을 가든, 맛있는 음식을 먹든, 등산을 가든 뭐든 하는 건 좋으니까.

3.
두툼하고 매우 폭신한 호텔 침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두툼한 이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4.
생각을 정리하거나, 리프레쉬가 필요할 때, 그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을 땐 실컷 땀흘리며 운동하거나 파란 하늘 아래에서 나무들을 마음껏 보는 것이 내겐 최고의 방법이다. 내가 그 리조트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새 소리,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숲의 향, 빠질 수 없는 햇빛. 아무래도 나는 바다보다 숲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5.
20대 초반에 초등학교때 좋아했었던 남자애를 만난 적이 있었다. 나름 잘 해보려고 했고, 걔도 마찬가지였지. 화창한 주말, 데이트를 하러 나갔는데 선뜻 호텔을 가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거기서부터 잘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닫혀버렸다. 너무 뻔하고 재미없었어.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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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

1.
사실 지난 내 생일에는 황당한 편지를 받았다. 친한 회사 동료이자 나의 첫 말레이시아 친구 Y가 나한테 선물과 편지를 줬는데, 편지를 열어보니 구구절절 좋은 말들이 가득 했었지. 물론 영어였지만 'brave', 'genuine', 'adventure', 'dear'등 빼곡하게 깨알같이 꾹꾹 눌러 쓴 느낌의 편지를 보고 감동했었는데... 읽어보니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지 뭐람. 주어가 Y and I 로 되어있는 거야. 응? Y가 쓴건데 왜 자꾸 Y랑 I라고 되어있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Y의 남자친구가 내게 쓴 편지였다. 물론 Y의 남자친구도 전에 만난 적이 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그 Y의 남자친구 시점에서 쓰여 있는 편지였다. 그래서 Y에게 그대로 말했다. '이거 주어가 이상해! 난 네가 쓴 줄 알았는데 S(Y남자친구)가 쓴거였네?' 했더니 돌아온 Y의 말. '아, 원래 나랑 남자친구랑 같이 써서 주려고 했는데, 내 편지보다 S가 편지를 훨씬 더 길게 잘 썼더라고! 그래서 그냥 그 편지만 넣었어!' ... 응? 난 사실 Y의 편지를 받고 싶었는데.. 문화차이라고 생각하기엔 조금은 이상한 사건이였지.. (난 사실 여기서 내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가면, 싫어하고 이상하게 생각이 들기 전에 일단 문화차이라고 먼저 생각하는 자기방어습관이 있다) 아무튼 이상한 내 생일기념 편지였다. 내 생애 가장 웃긴 편지였을지도. 심지어 Y와 S는 그 뒤 얼마 안되어 헤어져버렸지 뭐람. 난 헤어진 커플의 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2.
마음속으론 수십 번이고 하고싶은 말들을 되뇌어보지만 막상 글을 적어 내려갈 엄두가 나진 않아.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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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르다

1.
대체로 마음속으로 결정을 해 버리면 옆에서 누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잘 먹히지 않는다.
아무리 대세라는 것이 그렇다 하더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지.
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말렸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그 친구는 솔직하고 소신 있게 내게 '나쁘다'라고 말했다.
보통은 내 생각이 얼마나 확고한지 들어보곤 그냥 어차피 말해도 안 들을 거 아니까
속으론 그렇지 않더라도 겉으론 그냥 내 뜻에 그렇게 해보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는 달랐다. 
하지만 난 그 친구의 말대로 '나쁜' 사람을 선택했었다.
결과도 물론 좋을 리 없었지만.

2.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에게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에 대해 말을 꺼냈지만 사실 그 사람은 좋은 걸 알면서도(뻔한 이야기지만 정말 모를 수도 있고..) 내가 얘기한 대로 하지 않았다. 난 정말 그 사람을 아끼고 사랑해서 말한 건데.. 그러자 갑자기 우리 부모님이 생각났다. 내게 얼마나 좋고 좋은 이야기를 수천 번 수만 번 해주셨을까. 하지만 난 얼마나 그 뜻을 거부하고, 들은 척도 안 했고, 따를 시늉조차 하지 않았나. 그때 부모님의 마음이 아주 조금은 이해가 갔다. 

3.
이런 내겐 어렵고 싫어도 항상 따라주는 노력 자체가 너무나 크게 와닿기 때문에 고마울 수밖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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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1.
더운 여름만 가득한 날들 사이에서
괜시리 따뜻해보이기만 하는 반짝이는 조명들과
빨간색과 초록색, 그리고 하얀색 솜뭉치와 털들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트리는 사지 않기로 마음 먹었지만
산타에게 선물 받은 것처럼 거실에 트리를 두니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구나 싶었다.
언젠가 천장이 높은 집에 내 키보다 높은 트리를 꾸미고 싶다.

2.
어렴풋이 떠오르는 19살 크리스마스는 파인애플을 안주삼아
맥주만 벌컥벌컥 들이키고 친구 자취방에서 밤새 토한 기억 뿐인데.
10년도 더 지난 올해 말레이시아의 크리스마스는
막걸리, 소주, 라거, IPA, 백세주 등 온갖 술을 다 마시고 

목청이 터져라 깔깔대고 웃는 시간이 있었다는 것.
지난 몇달간 파티(?)같은 약속했다가 번번히 실패했던 기억이 가득해서
파티라면 질색할 뻔했는데
이제야 파티다운 파티를 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3.
하지만 타국에서 만난 인연이라는 끈은 거미줄처럼 너무나도 얇아서
당장 내일부터 영원히 보지 않아도 아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고,
당장 내일 사라져도 아무렇지도 않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꽤 씁쓸해.
그래서 내일만 보지 말자고해도 아쉽고,
당장 사라지면 눈물만 줄줄 흐를 것 같고,
쌓아둔 추억들이 소중해서 자꾸 꺼내보고 싶은 내 친구들이 보고싶어.

4.
피크닉을 갈까하다 결국 변화를 주자는 생각이 더 커서
머리색을 바꾼 크리스마스.
노란끼는 커녕 갈색의 'ㄱ'자도 보이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해서
정말 까맣게 변한 내 머리가 마음에 든다.
당분간 거울보는 재미와 화장하고 옷입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5.
누군가 마카롱 사진을 올렸는데,
1박스에 10개가 들었대.
2개씩 5개만 먹으면 내년이래.
그렇네. 
벌써 5일 밖에 남지 않은 2020년이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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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

1.
말레이시아는 세일을 너무 자주하다보니까 전혀 세일답지 않다.
매달 4월 4일, 7월 7일 같은 월과 일의 숫자가 동일한 날에는 물론이고
힌두교, 이슬람교, 차이니즈 홀리데이를 기념하고
크리스마스도 빼놓을 수 없고, New Year은 더더욱 빼놓을 수 없고.
이렇게 잦은 세일들이 많다보니
막상 세일이라고 해서 들여다보면 딱히 큰 세일이라고 할 만한게 많이 없다.
물론 아주 가끔 파격적인 세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너무 드문 일이고
그냥 자잘한 10~20링깃 세일이 기본.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세일이?'라고 놀라며 세일 품목을 찾아봤지만
이제는 상술도 많고, 딱히 따지고보면 몇 푼 아끼는 것 같지도 않아서 무덤덤하다.

2.
억지로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 것 만큼 지옥이 있을까.
자고 있는 것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 분간이 안가고
다른 곳에 집중해서 정신을 팔고 싶지만
그럴 의지와 마음마저 상실해 버린 그 지옥같은 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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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자기만의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끌렸다. 자기만의 세계도 좋고, 자기만의 철학도 좋고, 쉽게 말하면 그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그런 사람. 너무 빤한 사람은 재미가 없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재미없었다. 그러려면 내가 아무것도 없으면 안될 것 같아서 닥치는 대로 흡수한 적도 있었다. 날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첫 페이지가 아니라도 좋았다. 그것이 중간 페이지라면 중간 페이지부터 읽었고, 마지막 챕터였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생각의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을 때쯤 만났던 사람들은 상상외로 정말 흥미로웠다. 평소 내 주변에선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그런 분위기와 공기들. 그들 사이에선 내가 외계인이였다. 내가 새로운 세계에서 어느날 그들의 세계로 뚝 떨어진 그런 느낌. 그들은 날 신기하게 봤고, 나 역시 그들의 호기심이 낯설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그들은 활동하는 시간 자체도 달랐다. 아침은 아침이고, 저녁은 저녁이고, 밤은 밤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내겐 상식을 뛰어 넘는 시간대였다. 그들과 다른 걸 느끼면서도 그들과 동화되고 싶었던 마음이 없지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일뿐 그들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를 열 듯 그들의 민낯을 알아버리고 말았을 때 느꼈던 그 충격은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마치 그들에 대한 애정이 결국 낯선 것에 대한 흥미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땐, 결국 나는 그들을 떠나고 말았다. 아니, 그냥 그들이 날 버리게 두었다고 해야하나. 버릴 수 밖에 없게 두었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 있는 그 무언가로 포장되어 있었을 뿐이였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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