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1.
10년째 무사고였던 아빠는 (때때로 10년째 무사고라고 자랑도 하셨다지)
그 말이 무색하게 교통사고가 두 번이나 났다.
게다가 두 번째는 차를 폐차시킬 정도로 크게 났다.
무사고라는 말은 없다. 10년이든 20년이든 그냥 사고는 언제든지 날 수 있는 법이다.

2.
그 날 나를 만나기 직전,
넌 사고가 나도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내 앞에 앉았지.
얼마나 놀랐을까. 
내가 뭐라고.

3.
주변에 차를 운전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사고 소식도 들린다.
제발 조심하자.
제발.

4.
사실 나도 안맞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무렴. 모를까봐. 알고도 남았지.
그래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애를 써보기도 하고,
질끈 못 본 척 눈감아보기도 하고,
그냥 왜 그러는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채로 넘어가기도 했었지.
그래도 어쩜 내 얼굴 앞에서 날 보며,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할 수가 있지.
그게 얼마나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지 생각이나 해봤을까.
그리고,
그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그런식으로 상대방에게 마음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한다면,
후련한지.
말은 내뱉으면 사라져버릴지 몰라도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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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1.
매번 (실패아닌 실패같던)사랑이 끝날 무렵에 드는 생각은, '이번에도 내가 사람을 잘 못 본 것일까.'
분명 사랑을 시작할 무렵에는 나와 너무 잘 맞(을 것 같)고, 기대와 설렘을 가득 품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는데. 
하지만 점점 끝이 보이고, 그만큼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때면
그 사람을 탓하는 것보다 내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맞는 사람으로 착각하며 지냈다고 생각했다.
남을 탓하면 그 남은 내가 바꿀 수도 없을 뿐더러, 옆에 두고 볼 수도 없으며, 내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할 자신이 없고,
내 마음이 전달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극도의 답답함과 아쉬움과 상실감을 견딜 수 없을거라 생각해서.
그래서 항상 내 마음을 애써 설명안해도 너무나 잘 아는 내 자신을 탓했다. 그게 편했다. 
다음 번에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생각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니까.

2.
나이를 먹고, 해가 지날 수록 느끼는건,
실수는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 이후에 어떤식으로 수습하느냐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되게 많이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깨닫는다.
말은 정말 아 다르고 어 다르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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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이 신경쓰인 적이 있었다.
새벽에 깨어있는 것도 신경쓰였고, 심지어 새벽에 자고있는 것도 신경쓰였다.
어떨 때는 새벽이 부담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고, 또 어떨 때는 새벽이 슬펐다.
하지만 이젠 새벽이 편안하다. 

2.
새벽 3시 반에 집에서 나가려고 일찍 알람을 맞추고 잔 적이 있다.
10시즈음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도 5시간 반 정도 밖에 잘 수 없는 시간이였는데,
원채 일찍자는 습관이 없어 쉽사리 잠이 오진 않았다.
쏟아지는 카톡이 궁금해서 11시가 되었고, 
내일이 기대되 12시가 되었다. 
그렇게 잠을 자는둥 마는둥 새벽 3시 10분에 일어나서
양치와 세수를 대충하고, 로션을 바르고, 헬맷을 쓰고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그랬던 나의 새벽.

3.
새벽이 아쉬워 한껏 만든 샌드위치 한 봉다리와 어디선가 주워온 접이식 테이블을 양 손에 쥐고 총총 나갔던 나의 잊지 못할 어린 시절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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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
발 아래로 개미들이 바삐 움직이는 나의 지금.
멍하게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는 나의 지금.
커다란 상추쌈을 입에 가득 우적우적 씹으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진미채를 집어먹는 나의 지금.
늦은 밤, 밥솥에 남은 밥을 그릇에 따로 덜어두려도 주걱으로 펐는데, 
그 밥이 너무 맛있게 보여서 그냥 그대로 계란간장밥을 만들어먹는 나의 지금.

2.
난 지금이 소중한지 몰랐지.
시간만 지나길 바라고 있었지.
그때가 반짝이는 줄도 몰랐고,
그 시간이 예쁜 지도 몰랐지.
미련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바뀔 줄 알았지.
지금을 간과하게 되면 변화도 없지.

3.
나와 한 친구의 카톡방 공지사항에는 (심지어 서로 1년 넘게 없애지도 않았다)
'오늘이 우리의 생 중 가장 젊은날~'이라고 되어 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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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입사원때 말이야.
나 말고, 동기가 2명이 있었어.
둘 중에 1명이 되게 붙임성도 좋고, 말 걸기 편한 그런 애라서,
덕분에 같이 우스갯소리도 하며 잘 지냈지.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서 신입사원 입사회식을 하겠다고 하는거야.
다들 술을 엄청 먹일거라며 으름장을 놓길래, 
속으로는 걱정이 되면서도 겉으로는 그냥 웃었지.
그리고 그 회식날이 되었어.
술을 많이 마실 걸 알기에, 나는 근처에 친구네 집에가서 자려고
내일 입을 옷들을 미리 챙겨왔었어.
근데 그 동기 한 명이 나보고 이 옷은 뭐냐고 물어보는거야.
정확히는 쇼핑백을 보고.
그래서, 내가 오늘 늦게 끝날 줄 알고, 근처 친구네서 자려고 한다. 라고 말했지.
근데 있잖아.
얘가 그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회식자리에서,
나를 가르키며, 
'얘는 오늘 술 많이 마시려고, 내일 옷도 싸들고왔다'라고 해버린거야.
그때 처음 느꼈어.
아, 이런 애가 세상에 있구나.
남을 이용해서, 자기가 어떻게든 분위기 띄우려고 주변에 누가 있든 말든 그냥 말을 나오는대로 하는구나.
어떻게 내가 바로 앞에 있는 데서 저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가 있지.
내가 너무 만만하게 보였나. 물론 내일 입을 옷을 들고 온 게 별건 아닌데,
그따위로 말하는 걜 보니 그냥 짜증이 확 났어.
그 자리에서 난 걔한테 질려버렸어.
그 뒤에도 크고 작은 일이 있었고.
그리고 지금은?
걔도 나도, 아직 그 회사를 다니는데, 서로 아는 체도 안해.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거지.
걘 회사에서 빅마우스라고 불려. 걔한테 무슨 이야기가 들어가면 전체 회사사람들이 다 알게되서.
그래도 걘 아직도 그냥 그러고 다니더라.
별로 개의치 않나봐.
그냥 입으로 망했으면 좋겠어. 걔는.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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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현금

1.
카드를 꺼내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지갑에 3만원이 있었다.
누군가가 날 위해 넣어둔 3만원이였다.
그때 그 3만원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3만원이라는 가치보다 그것을 넣어둔 마음이 그땐 뭔가 어른스러워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행동은 아무나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2.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현금을 더더욱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친구 아무개는 타코야끼를 사먹기 위해 만원씩 가지고 다닌다고 했지만.
요즘 구두방도 갈 일이 없고, 카카오톡으로 돈도 주고 받는 마당에.
하지만 얼마전 주말에 구디역을 경유해서 집에 왔는데, 그 앞에 옥수수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2개에 2천원을 주고 샀는데, 냄새부터 향긋하게 코 끝을 찌르는 바람에
집에 다 가기 전부터 걸어가는 길에 옥수수 하나를 우적우적 뜯어먹었다.
마침 허기가 져서 그런지, 진짜 맛있었다. 이제 다시 현금을 가지고 다닐 이유가 생겼다!

3.
SNS에서 어버이날 이벤트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휴지 1장에다가 그 밑에 줄줄이 사탕으로 천원짜리, 만원짜리를 잔뜩 붙여놓고,
크리넥스 휴지곽에 돌돌 잘 넣어준 뒤에,
아버지한테 휴지 좀 하나 뽑아달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하는 딸.
아버지는 아무 생각없이 본인 앞에 있는 휴지 1장을 슉 뽑았는데,
그 밑에 현금이 줄줄이 나와서 뽑기 바쁜 영상.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나도 나중에 저 이벤트를 꼭 해봐야겠다.
지금까지 본 현금이벤트 중에 가장 웃기고 재밌더라.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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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깍쟁이

1.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알지만,
겉으론 깍쟁이같이 보여도,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가까워질수록
딱히 그렇지 않구나, 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뭐. 깍쟁이 이미지 덕분에 편한 것도 있지만.
누군 나보고 그런다. 
가까워지지 않았을 때는 너무 깍쟁이같아서 별로였는데,
막상 친해지고 나면 아예 생각했던 것이랑은 반대라고.
약간 빈틈도 많고, 어떨때보면 야무지지도 못하고, 
물렁물렁한 면이 많아서 오히려 인간적이라고.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뭐 더 가까이 지내보면 나쁘다는 말보단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에 친한 사람들 중에 엄청난 깍쟁이는 없는 것 같다.
다들 겉으로는 연약해보이지 않지만 마음은 반대로 여린 사람들이 많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역시 아니다.
친구는, 주변 사람은, 내 거울이라고 했으니.

2.
평생 잊혀지지 않을 몇몇의 이야기들.
바보들의 이야기들.
바보들.
너도 나도 우리는 모두 바보들.
바보. 보고싶은 바보들.
우리 중에 깍쟁이는 없었어.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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