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힘든 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떠올려 미소 짓게 만드는 순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비록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라도 양산 밑에 숨어 아무도 알지 못하게 웃을 수 있게.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도시에서 문득 낯선 외로움을 느끼더라도 나의 지난날들이 뭉쳐 단단한 뿌리가 되어 자신을 다 잡을 수 있게. 이미 지금으로부터 지난 무수한 순간들은 너무 많이 꺼냈다 넣어다 반복하다 보니 해어지지 않은 것들이 필요하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 🔸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 🔹도란..
*솔루션 1. 말레이시아의 대리석 바닥 깔린 집에서 살다가 태국에서 오랜만에 장판 깔린 집에 사니까 무엇보다 발이 따뜻하고, 청소해도 표가 확실히 난다. 대리석은 스팀 청소나 물걸레 등 아무리 닦아도 살결이 닿으면 바로바로 얼룩과 자국이 남아 애써 외면하고 살아야 하는데 장판 바닥은 물티슈로만 슥슥 닦아도 뽀득뽀득한 느낌이고, 맨살이 닿아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다시금 오래 살 집은 어떻게든 장판이 깔린 집이 가장 최적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새겨놓는다. 2. 아무리 요리조리 피해다녀도 결국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결과가 어떻든) 마음은 가장 편하다. -Hee ········································································..
*건축 최근 유현준 건축가의 유튜브에서 뉴욕에 대한 콘텐츠가 올라오길래 무심코 눌렀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봤다. 어퍼웨스트부터 맨해튼을 지나 첼시, 브루클린까지 쭉 장소들과 유명 건물들에 대해 훑어주는데 이미 알고 있었던 곳인데도 몰랐던 이야기들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저런 시각이 있구나 싶은 놀라움 반, 흥미 반의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경청했다. 1. 비 오고 쌀쌀한 오후에 후다닥 걸었던 하이라인이 알고 보니 아래에서 줄지어 가는 차들이 전혀 보이지 않게 설계된 레벨이라는 것, 그리고 그냥저냥 빈 공간에 식물들을 심어둔 것이 아니라 여러 모듈로 공간을 섬세하게 나눠두어서 사람과 자연이 한 공간에 있는 느낌을 줬다는 디테일이 있던 장소였다. 2. 마라톤 뛰던 센트럴파크가 인..
*음소거 겉으로는 세상 좋은 사람처럼 인자하고, 아무 악의 없이 웃었던 그 사람은 알고 보니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는 척했지만 사실 볼륨을 음소거하고 주변 이야기들을 다 듣고 있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음흉한 사람을 살면서 처음 겪었다. 조력자인척했지만 실제는 최고 빌런이었던. 심지어 아주 듣기 싫은 목소리로 대놓고 '나는 원래 착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차라리 더 낫다고 느낄 정도였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 🔸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 🔹..
*메모장 짧은 생일 축하 메세지부터 마음을 꾹꾹 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길어진 이메일, 누구든 받기 싫은 장문의 카톡 메세지, 줄줄 외우고 들어갈 프레젠테이션 스크립트, 러프하지만 실속 있는 디테일한 여행 일정, 간단한 회의 내용, 온갖 플로우, 생전 입 밖으로 내뱉어 본 적 없는 영어 인터뷰 내용, 도무지 외울 수 없는 해외 주소, 일주일에 한번 써 내려가는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글, 유튜브나 구글링하다 우연히 만난 영어 문장과 단어들,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적 또는 물적 자원들, 로딩 화면 때부터 이미 무거움이 느껴지면서 다시 켜보기도 싫은 항공사 앱에서 복사한 예약번호. 아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더 많고 다양한 내용들이 새하얀 메모장에 기록됐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엔 5월에 출발해서 한 달 넘게 있을..
*우연히 1.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가다 순간 라쳇 소리가 들리면 순간 멈칫하며 마음이 일렁이는 때가 있었다. 특히 해가 갓 뜨려고 하는 아주 이른 아침엔 더욱. 그렇게 내 옆을 스쳐 지나가 점점 멀어지는 한 떼의 로드를 멍하니 보다 다시 정신차리고 마음을 다 잡는다. 그래, 어딜 가나 그때의 나를 마주칠 수 있고, 그저 그때의 나 일뿐이었다고. 수도 없는 다독임 속에 섞인 과거들이 뒤섞이고 뒤섞이며 덩어리를 이뤄 나를 덮치려고 할 때 나는 빵 반죽을 스크래퍼로 가르듯 순간순간을 곱씹으며 정면으로 맞선다. 나는 그때 충분히 행복했었고, 전혀 아쉽지 않은 선택들이었다고 나를 위로하면서. 2. 신기하게 영어 단어를 공부하다 보면 며칠 전 내가 공부한 영어 단어가 다른 곳에서 쓰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관성 1. 늘 우울한 이야기와 짜증 섞인 투정을 부리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또 어둡지만 날카로운 감정을 토로하고 있으며, 표정도 울상이다. 하루하루 투덜대지 않으면 어딘가 감정의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하루하루 과거만 되돌아보며 절대 달라지지 않을 시간들과 결과들에 우울함을 느낀다면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생각 회로를 늘 하던 대로 돌리게 된다. 2. 늘 100%를 채우고 있으면 변화하기 쉽지 않다. 조금은 부족하고, 작은 틈도 있고, 뭐라도 들어갈 공간과 자리, 그리고 여유가 있어야 마냥 끌려가거나 굳지 않는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
*오늘도 내일도 날 사로잡고 있었던 그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침에 눈을 떠서도, 커피를 마실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자기 직전에도 끈질기게 내게 달라붙었어. 단 한순간도 못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어. 심지어 내가 웃고 있을 때도 말이야. 끊임없이 내 생각들과 때론 마음속까지 존재하는 그것들 때문에 난 어쩌면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그냥 내가 끌어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고 인정해버렸지만 인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런데 그런 시기가 지나고 나자 조금씩 머릿속이 맑아지더라. 그리 어둡진 않았지만 매우 녹진 거리던 그것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나한테 없었던 새로운 것들이 내게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어. 오늘도 내일도 내 몸에 나도 모르게 생겨 찰싹 달라붙어 있는 점과 같은 존재..
*거스러미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기엔 자꾸만 거슬려서 신경 쓰이고. 그냥 쿨하게 다 없애버리고 싶은데 그러기엔 상처나 아픔 등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그런 거스러미 같은 존재처럼 지낸 날들이 내겐 트라우마가 되었다. 깔끔한 손가락에서 잊은듯하면 종종 나타나는 거스러미처럼 나도 또다시 그런 나날들을 무방비하게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뒷통수가 싸했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 🔸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트위터..
*강타 머릿속을 강타했던 몇 가지 말들 중 절반은 동기부여가 되는 말이고, 절반은 내게 상처가 된 말이다. 근데 전부 말들만 남았다. 화자는 기억나지 않는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 🔸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트위터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