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1.
분명 친했던 것 같았다.
같이 모여서 웃고 떠드는 날이 많았고,
우리들은 그를 더 생각하고, 더 챙겼다.
그의 마음이 우리에게 조금 열린 것 같다고 우리는 생각했고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가 해외로 유학을 다녀온 뒤에도 우린 꼭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만나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안부를 건넸다. 다시 봐서 반가운 마음을 온몸으로 전했다.
시간이 흘러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했고, 우리는 그때처럼 기뻐하고 놀라워하며 축하해 줬다.
근데 딱 거기까지였나 봐. 
아마 우리들도 마음속 어렴풋이 그의 집들이 초대를 받기는커녕 
다시 볼 수 있는 날조차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 톨의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속상하진 않은 그냥 그런 사이였으니까.

2.
한 손엔 뭣도 모르고 그냥 대뜸 골라잡은 포도주와 
생일 때만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케익을 처음으로 누구의 생일도 아닌 날 한 손에 들고
단순히 우리들의 시간을 빛내기 위해 초에 불을 켜고 함께 불던 그 시간이 있었다.
머리 스타일은 그때와 거의 변한 게 없지만 우리들이 있는 곳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더 나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모두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여기자.
또다시 모여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비우기 위해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하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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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

3년 전 회사 근처에 마라탕 집이 새로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봄이었던가. 편한 회사친구랑 같이 나와서 둘이 마라탕 집에 갔다. 뷔페처럼 가운데에 완성된 음식들이 놓여있는 게 아닌 각종 채소들, 사리들 등등 음식재료들만 잔뜩 놓여 있었고, 직원은 커다란 양푼 같은 그릇에 원하는 재료들을 골라 담는 거라고 했다.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신중하게 내가 먹고 싶은 재료들을 담았고, 매운맛은 중간 정도로 주문했다. 같이 간 친구는 매운 걸 먹으면 땀이 폭발하는 친구라 순한 맛으로. 자리에 앉아서 주문한 마라탕이 나오길 기다렸고, 드디어 마라탕이 나왔다! 마라탕 국물을 한 술 뜨면서 느낀 처음 생각은, '와 진짜 몸에 안 좋을 것 같다' 였다. 원래 간이 싱거운 나는 이렇게 진한 국물을 대하기가 어색했던 것이지. 그래서 그다음부터 국물은 먹지 않고 안에 재료들만 골라먹었다. 순한 맛은 땅콩소스 맛이 다했더라. 그리고 그 뒤로 다시 그 마라탕 집에 가지 않았다. 

3년 전 마라탕 집 근처에도 가지 않던 나는 3년 뒤 말레이시아에서 나는 마라 소스를 찾고 있었다.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마라가 갑자기 생각난 이유는 말레이시아에는 매운 음식이 그렇게 맵지 않다는 것이 일단 내 매운 맛 니즈를 계속 자극시켰다. 지금 한국음식 중 가장 먹고 싶은 것이 엽떡이니까. 한국에서도 엽떡을 자주 먹진 않았지만 가끔 아주 매운 맛이 땡길땐 엽떡을 찾았다. 근데 말레이시아에선 매운 음식을 찾아 먹어도 그렇게 내 입맛엔 맵지가 않아서 의도치 않게 매운 맛 찾아 삼만리. 그런데 하루는 차이니즈 음식점을 갔는데 거기서 아주 매콤한 시추안 소스 베이스인 누들을 먹고 갑자기 마라가 생각났다! 마라를 먹으면 매운 맛이 충족될 것 같은 기분! 특히 마라탕보단 마라샹궈!

생각해 보니 말레이시아엔 말레이시안차이니즈(말레이시아 국민 중 23~25%)가 많으니 제대로 된 차이니즈 마라요리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쇼핑몰이나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꼭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식당들 대부분이 훠궈집이지 않았던가. 게다가 여기서도 마라가 인기인지 한국 치킨전문점에서도 마라 치킨이 나오고, 한국 돈까스집에서 마라 돈까스가 나오고, 맥도날드에서도 마라버거가 나올 정도니까 당연히 마라샹궈도 찾아보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검색해도 훠궈집만 나올 뿐 아직까지 마라샹궈를 메인으로 하는 전문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마라소스를 사서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지난주에 마트에 가보니 하이디라오 소스가 soup용 밖에 없어서 허탕치고 돌아왔다. 나는 볶음요리용이 필요했는데... 언젠가 볶음용 마라 소스를 찾아서 직접 마라샹궈를 만들어볼 테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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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하지 마요

1.
나도 그 정도쯤은 할 수 있는데
자신의 방법과 내 방법이 다르다고
마치 내 방법이 틀린 것처럼 말하는 어조는 
정말 옳지 않아
서로 간 역효과만 낼 뿐이야
만약 정말로 틀린 부분이 있다면 
더욱 상냥하게 말해봐

2.
각자의 소신을 가지고 가는 길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2020년.
그래도 옆에서 누군가가 (굳이 그 사람에겐 그럴 필요도 없는데) 계속 말과 생각을 더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말과 생각 뒤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정도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네 글을 읽었을 때 참 뿌듯했어.
그래도 이유없는 반항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항상 그렇게 있어줘. 
네 시간들도 많이 반짝이고 있구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3.
이 이야기는 지금 안 해줄 거야.
시시콜콜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지금은 꾹 참을 거야.
나중에 꼭 말할 때가 있을테니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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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네가 그때 지원해보라고 했었던 그 자리 말이야.
사실 서류부터 떨어질까봐 두려웠어.
그 자리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절대 아니야.
그 자리가 내 자리라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말하던 네 모습을 보면 볼수록
면접은 커녕 서류 광탈 할 것 같은 조바심이 커져만 갔어.
결국 마치 내가 그 자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지.
단 10초도 너랑 같은 회사에 다닐 것 같다는 헛된 꿈을 꾸고 싶진 않았어.
네게 희망을 주고 싶지도 않아서 관심이 많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어.
그야말로 헛된 꿈이라는 것을 난 알고 있었으니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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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상담

예전에 어떤 오빠는 내게 '여자친구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오빠 여자친구는 해외에 잠깐 어학연수갔던 상태였었지.
난 '조금만 기다리면 곧 올거야'라고 대답하면서 당시 듣던 노래를 추천해줬다. 좋으니 들어보라고.
같은과 오빠였는데 비슷한 동네에 산다는 이유와 듣는 노래가 비슷했고, 성격도 생각보다 잘 맞아서 친해졌었다.
종종 1호선 안에서 마주치기도 했었다.
뭔가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서로는 절대 이성 간으로 생각되지 않았고(뭔가 그러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덕분에 남매까진 아니지만 그 비슷하게 친해졌었다.
서로 매일 연락은 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집에 가던 길에 만나기라도 하면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가감없이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던 사이.
서로 만나고 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때론 감정이 격해지면서 상스러운 욕도 튀어나왔고,
서로 철없이 누군가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말 가깝지는 않지만 멀지도 않았던 그런 사이.
하루는 그 오빠가 나보고 그러더라.
친구가 오피에 가자고 했다나 뭐라나.
사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확실한 건 '오피에 가다'라는 말이 들어갔었다.
사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오피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알고 보니 오피스텔에서 성매매하는 곳을 그렇게 부르더라고.
해외에 있는 여자친구는 보고싶은데, 오피가 생각이 났나봐. 
너무 서로 편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정말 편했나봐.
그런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걸 보고 밥맛이 떨어졌다.
편하고 털털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안에 속은 시커멨다. 재미없게.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거기에 말을 더하면 하기 싫은 대화들이 이어질 것 같아서 말았다.
그리곤 이후 점점 대화를 줄였다.
성매매라는 건 일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인줄 알았지.
그런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20대 초반에 잠깐 다녔던 회사에서 윗 사람들이 회식 후 술만 취하면 성매매를 한다는 것을 처음 들었고,
두 번째로 주변에 성매매를 하는 사람을 알았던 기억.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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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어떤 생일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뭐라도 하고 싶어서 오기로 치킨을 시킨 적이 있었다.
특히 그날은 일요일 저녁이여서 다음날 출근해야 했는데
완벽한 월요일 아침은 마치 이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코앞에 모니터로 만든 텔레비전을 앞에 두고
10시가 넘어서 도착한 치킨을 뜯은 적이 있었다.
왜 이제서야 넌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듯 따지고 싶었지만
그 말은 치킨과 함께 목구멍 속으로 삼켰다.
머릿속엔 최악의 생일이라는 단어는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뻔하게도 그 해엔 최악의 날들이 많았다.
내 생일조차 그런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옆에 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축하받지 못했고,
속만 상했었으니까.

아마 같은 해였던 것 같다.
오전부터 싸우고 실컷 울고 밤까지 제대로 된 밥 한 번 먹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배는 곯을 대로 곯았고,
새까만 밤이 되어서야 배달앱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과거에 시켜 먹었던 몇 개 브랜드 치킨 중에 닭다리가 컸던 치킨이 떠올랐다.
하지만 결국 그 치킨을 먹진 않았다.
싸움에도, 화해에도 매우 수동적이었던 네 모습은
전혀 관계가 개선될 의지라곤 닭다리에 붙은 살 만큼이나 보이지 않았다.
사실 네 마음도 속으론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그런 내 마음은 또다른 나를 달래주지 못했고,
서운해서 죽어버릴 지경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배가 고파 죽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냥 내가 시킬걸. 
시켜 먹을걸.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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