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1.
명절때 괜히 일찍자기 아까워서 이것저것 보고 듣다가 새벽에 자서 아침에 깨고, 낮잠도 자고, 밤에도 자고, 또 새벽에 깨어있다가, 낮잠도 자고, 그렇게 몇일을 보내다가 몸이 찌뿌둥하고 이제 일 좀 열심히 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잠든 일요일 새벽 2시 30분. 그리고 평소 워킹데이보다 1시간 반은 늦게 일어난 월요일 아침. 그야말로 대 늦잠! 

2. (사랑의) 저주
문득 생각난건데, (저주아닌 저주이지만,) 나는 네가 늦잠자고 일어나서 화들짝 놀라는 그 마음처럼, 날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화들짝 놀라게 깨달아버려서 내게 더 잘해줄 걸 후회와 미련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플러스로 앞으로 그러면 더 잘해주지 않을까? 맨날 매순간 다정다감하게!)

3.
주말에 늦잠자는 날이 점점 사라지는 계절이 오고있다.

4. (괴기한) 어제의 꿈
꿈에서 말이야.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고등학교에서 다같이 급식 비스무리한 것을 단체로 먹었어. 선생님들까지 전부. 근데 그게 독성(?)이 있는 음식이였었나봐. 갑자기 학생들과 선생님들 몸에서 막 나무뿌리 또는 두꺼운 줄기 같은 게 나기 시작하는거야. 어떤 사람은 얼굴에서 나고, 어떤 사람은 팔에서 나고, 어떤 사람은 몸통에서 나고. 다들 놀라고 고통스러워하는 틈을 틈타 나는 밖으로 도망쳤어.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자초지종을 말했지. 나 이런걸 먹었고, 사람들이 이상해졌다.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이상한 뿌리같은게 나는거 아니냐고 막 걱정해줬어. 그러다가 잠에서 깼어. 되게 생생해서 엄청 무서웠단말이야.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어제 밤을 찐게 생각이 났어. 우리엄마가 2-3주 전에 나한테 큰 공주 알밤 열 몇 알 정도를 사주셨었거든. 그걸 내가 아일랜드바에 놓고 있다가, 어제 생각이 나서 썩기 전에 빨리 밤을 쪄 먹어야지, 하고 밤이 들어있는 봉지를 열었는데, 글쎄 말야. 나는 밤에 싹이 난 걸 처음봤어. 정말 너무 괴기했어. 진짜 소름끼치도록 이상했어. 몇 알은 싹이 났길래 인터넷에 찾아보니 밤은 싹이 난 부분만 제거하고 먹어도 된다고 써있더라. 그래서 싹을 과도로 다 잘라버렸지. 그 큰 공주 알밤에 싹이 나 버리니 정말 징그럽기 짝이 없었어. 그게 내겐 무의식 중에도 너무 충격적이였나봐. 그래서 그런 꿈을 꾼 것 같아..

5.
하루는 정말 원없이 자본 적이 있는데,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럽고, 온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더 안좋아지는 것 같아서 엄청난 늦잠은 딱히 좋지 않구나, 라고 느꼈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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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자리

1.
친구랑 놀았다. 그 친구의 친구도 같이 놀았다.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친구랑 내일 오전에 영어학원을 가기로 약속하고, 내가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술에 취한 나머지 씻지도 못하고 그냥 침대에 누워서 잤다.
다음날이 되었다. 친구한테 잘 들어왔냐고, 학원에서 보자고 연락을 했다.
그리고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우리집은 상가건물 내에 있어서 (가게를 했다) 상가 건물 화장실에 샤워실이 함께 있었다.
어쨌든 열심히 샤워를 했다.
샤워를 다 하고 다시 방에와서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당연히 와있을 줄 알았던 친구의 답장이 없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순간 두려웠다.
어제 친구가 놀다가 어디서 사고를 당한건 아닐까,
누구에게 납치를 당하진 않았을까,
무슨일이 생겨서 아직까지 집에 돌아오지 못한 것은 아닐까.
너무 무서웠다. 걱정을 하면서 일단 학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핸드폰을 늦게 봤다고 했다. 너무 안심이 되었다.
영어학원에 가서 친구의 얼굴을 보자 너무 기뻐서 막 웃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꿈이 너무 생생했다. 친구가 연락이 안되서 두려워하는 기분까지도 생생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해봤다. 그랬더니 여느때와 다름없이 5분 내로 답장이 왔다.
휴.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

2.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집에 와서 씻지도 못하고 잠이 들 때,
항상 머릿 속에서 나는 이미 옷을 벗고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가고,
샤워를 다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눕는 꿈을 꾼다.
사실 그것이 꿈인지, 환상인지, 생각인지, 여운인지, 바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생생해.
근데 사실은 아냐..

3.
우스갯소리로 조상님이 나와서 로또 번호를 알려준다는데,
왜 우리 할아버지는 나 안보러오나.
나 안보고싶나.
나는 로또 번호가 보고싶은건가, 할아버지가 보고싶은건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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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1.
어릴 적에 부모님이 슈퍼에서 까까하나 사오라고 하면서 만원을 쥐어주면,
나는 정말 까까하나만 사오고, 거스름돈을 몽땅 남겨왔다. 반면에 동생은 까까뿐만 아니라, 남은 돈을 더 채워서 다른 까까들과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등을 만원 꽉 채워 사왔다. 매번 그랬다. 나는 딱 부모님이 말한 것만 사오고, 남은 거스름돈을 그대로 들고와서 부모님 손에 쥐어드렸다. 손이 딱히 크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왜 그랬는지 생각해보면, 뭔가 부모님이 말한 것 외에 것들을 예고없이 부모님 돈으로 사오기가 괜히 미안해서 그랬다. 이건 다 우리 엄마의 경제관념 때문이다. 엄마는 무조건 아꼈다. 특히 돈에 관해서는 진짜 용돈도 박했고, (예컨대 초등학교때 친구들이랑 수영장간다고 오천원만 달라고 해도, 돈이 없다고 안주셔서 서러워서 운 기억이 아직도 난다) 굳이 아끼지 않아도 될 것인데도 아꼈다. 그래서 나는 어린 마음에, 딱히 우리집이 엄청나게 부자는 아니다, 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박혀있어서 남은 몇 천원들을 다 쓰기가 괜히 겁이 났다. 내가 만약에 남은 돈을 다 써버렸다고 하면, 부모님이 당황하시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하며 덩달아 나조차 무안해질 것 같다는 마음에 쓰지도 못하고 작은 손에 고이 접어서 들고 왔던 기억이 난다. 내 돈을 스스로 벌 수 있는 시기가 오자, 마트에서 과자나, 맥주, 과일 등을 마음껏 집어들어 계산하는 날 보면 뭔가 나도 어른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래도 물가가 오르는 것을 보면 왜 엄마가 아끼라고 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2.
왜 가루가 많이 떨어지는 과자가 더 맛있을까.
(특히 집 쇼파에서 먹기 어려운 과자들 있잖아)
후렌치파이(딸기), 쌀로별(오리지널), 콘칩, 새우깡, 콘초코, 포테토칩(오리지널) 같은거.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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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

하루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수가 얼마 안되는 작은 아파트단지 앞을 지나가는데 
아파트 정문 관리사무소 건물 바로 뒤로 감나무가 엄청나게 큰 것이 심어져 있었다.
마침 때가 가을이라 주홍빛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는데, 
진한 초록잎과 쨍한 주홍빛 감과 새파란 하늘이 너무 조화로워서
집에 가지못하고 계속 그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서성서성 거린 적이 있었다.
그것들의 조화가 진짜 너무 마음 벅차게 예뻐서 보는 내내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상당히 안정적인 색들이면서도 가슴뛰는 조화였다.
하루는 제주도에 가서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데, 귤인지 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귤이 유력하다. 제주도였고 나무도 약간 낮았다) 어떤 농장에 초록나무에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엽고 예쁜지. 계속 예쁘다, 귀엽다를 연발하며 그 곳을 지나갔다.
나무에 동그란 열매가 매달린 모습이 나는 정말 좋다.
누군 나보고 열매성애자라고 한다. 껄껄.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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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1.
좋은 것들은 바로바로 소비해야 한다.
먹는 것, 보는 것, 쓰는 것, 듣는 것, 말하는 것 따위 모두.
예전엔 꽤나 아꼈다.
좋은 것들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있어, 함부로 낭비하지 말아야지, 쉽게 사용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유통기한이 있었다.
엄마가 정성들여 해준 더덕무침을 냉장고에 넣고 아끼다가 모두 상한 일.
자주 만나면 혹시나 질리진 않을까, 혹시 너무 쉽게 생각하진 않을까 등등 잡념에 사로잡혀 비싸게 굴다가 인연을 놓친 일.
비싼 명품 화장품이 어느날 내 화장대에 들어왔고, 아까워서 서랍 안 쪽에 넣어두고 그만 잊어버린 후 유통기한이 지난 뒤에 발견한 일.
그 때의 감정을 불러오기 싫어서 좋은 노래들을 아끼고 아끼다가 결국 내 자신이 바뀌고 말아, 더이상 그 노래가 좋지 않은 일.
표현하기 쑥스러워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못하고 결국 헤어진 일.
별의별 일들을 겪은 후 가치가 바뀌었다.
아끼면 똥된다는 말이 사실이였다. 
나는 앞으로 좋은 것들은 마음껏 낭비할 것이다!

2.
'아, 진짜 이 시간들도 내게 낭비일까. 이렇게 내 마음을 뒤집어놓는 이 시간들 모두 낭비인 것일까. 이제 그만 끝내야 할까.' 
작년 여름,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했었다. 끙끙 앓고 있었고, 주변은 도무지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것들 투성이였으며, 무엇보다 신뢰가 무지막지하게 깨어져 버린 것만 같았다. 그렇게 힘들 때, 과거를 되돌아봤다. 과거에도 분명히 이런 힘든 시점이 있었고, 혼자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던 것들이, '모두 다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어찌어찌 지나가서 지금까지 왔다. 결국 그런 고민과 스트레스로 힘들었던 시간들은, 되돌아보면 다 아무 의미 없었던 것들도 많았다. 다시 말해 감정낭비. 감정소모. 아픈 것들은 모두 훗날 의미가 있지 않았고, 사실 대부분 도움이 되지도 않았으니까. 버텨진 시간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수백번 끝이라고 생각하고 체념했던 때에,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났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아팠던 시간들이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않게 우리는 그 시간들에 대해 되짚어보았고, 되뇌였고, 양분이 되도록 곱씹었다. 아직도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 사람이 완전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웃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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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


1. 어떤 잔상
-아빠가 나 초등학교때 내 방 책상에 앉아서 리아의 눈물을 혼자 들으며 감상에 젖어있던 모습
-동생이 고등학교 1학년때 잠깐 밥 먹으러 집에 들어왔는데, 식탁에서 오리털잠바도 벗지 못한 채로 고추참치 캔 하나 따서 밥을 열심히 먹고 있던 모습(심지어 그때 나도 집에 있었는데, 그 모습이 우스워서 사진을 찍으니까 나를 흘려보면서 찍지말라며 짜증냈던 일까지)
-엄마가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TV셋탑박스로 음악을 틀 줄 알게 되면서, 기타클래스를 다니면서 배운 노래를 틀게하고, 부르면서 설거지를 하던 모습

2.
너의 잔상이 이제 희미해져.
처음엔 장소고, 음악이고, 너무 잔상이 남아서 어지러웠는데,
이제는 너의 잔상이 희미해지고 옅어졌어.
너와 비교하는 것도 완벽하게 사라졌고, 널 추억하는 순간들 또한 이제 내 하루 어디에도 없게 되었어.
나에게 이런 시간도 오다니. 다행이야. 모두에게.

3.
사실 아직 다운힐이 겁이 조금은 난다.
예전 낙차하기 직전 이제 넘어질 것을 알던 그 마음이 아직까지 생생해서
상상할 때마다 심장이 마구 뛴다.
작년에 그나마 다운힐에서 큰 사고없이 잘 다녔는데,
올해도 무사하길 바라며. 겁내지 말고 해야하는 대로 차근차근 해보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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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1.
모든 마음이 처음과 같게 유지되긴 어렵다.
하지만 처음보다 더 진하고 끈끈하게 유지될 순 있다.

2.
작년부터 우리 아빠의 카톡상태메세지는 '언제나 처음처럼'.

3.
회사에서 도무지 처음과 같이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나는 현재 이 회사에서 해보지 않은 팀의 일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데, 제일 최악의 팀장을 만난 것 같아서 마음이 언짢다. 처음에는 몰랐다. 어쩜 사람이 순수하게 바른 말만 하는지. 그 말을 의심할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센터장의 직함을 가진 그 사람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이름만 센터장이였지,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팀원들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자신마저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있으니. 그래,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센터장이 아직 나이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더 윗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당할 재간이 어디있겠나. 하지만, 더 최악인건, 사소한 것까지 팀원의 탓으로 돌려버린 다는 것과, 자신이 제일 쿵짝이 잘 맞는 팀원과 나와 사이가 틀어지자, 팀장 역시 제대로 상황파악도 하지 않고 그 팀원의 말을 믿어버린다는 것이다. 또한 나를 포함하여 다른 팀원까지 지금의 팀을 만드려고 그 팀장이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자신도 퇴사를 하고 싶다고 떠들고 다닌다. 실망 그 자체다. 처음에는 그 팀장의 해맑음이 좋았는데, 이제는 너무 터무니없고, 답답하다. 이렇게 책임감도, 리더쉽도 없고, 융통성도 없고, 이성적이지 않은 팀장은 처음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정말 별로인 사람 넘버3 안에 들어간다. 조만간 회사에서 또 연봉협상과 함께 조직이동이 있을 예정인데, 아마 우리팀은 사라질 것 같이 보인다. 사실 처음 이 말을 듣고 안심했다. 더이상 나는 지금의 팀장과 소통하기가 싫다. 물론 어느 순간부터 소통이란 것도 없었지만. 하지만 다시 흐름을 보니, 팀이 살아남을 것 같아 괜히 또 언짢다. 처음처럼 일하려고 계속 마인드컨트롤은 하고 있지만, 팀장을 보면 너무 속에서 불이 난다.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버티자. 언젠가 다 지나갈 일이겠지. 여러 상황들을 보며 하지 말아야 할 것들과 이렇게 했어야 할 것들을 구분하여 흡수해버리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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