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1.
어느날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은 적당히 마실 만큼 마셨고, 자리를 옮겨 술을 더 마시기 싫었던 여자친구는
남자친구를 블랙잭 할 수 있는 펍에 데려갔다.
평소에 심리전에 강한 편이였던 그 남자친구는 딜러와 심리전에 재미붙이며
블랙잭에 눈을 떴고, 매번 따고 잃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빠져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여자친구와 남자친구는 인연이 다해 헤어졌고,
헤어졌지만 잠시동안 서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친구로 지냈던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는
각자 친구와 그 펍에 갔다가 마주친 적이 몇 번 있었고, 같은 테이블에서 게임을 하고 술을 마셨다.
이후 여자친구와 남자친구는 더이상 친구로 지내지 않을 정도로 등을 돌렸고,
남자친구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소개해준 그 블랙잭 펍을 평일에도 퇴근 후 자주 가곤 했다.
하루는 남자친구가 회사에 입고 오지도 않던 정장을 입고 왔고,
남자친구의 회사 동료는 오늘 무슨 날이냐며, 갑자기 왜 멋있게 입고 출근했냐고 물어봤다.
남자친구는 오늘 자기가 자주 가던 블랙잭 펍에서 블랙잭 대회가 열리는데 거기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한테 꽤 중요한 대회라고 하면서.
그 남자친구는 아주 가끔 헤어진 여자친구의 생각에 잠기긴 하지만 
곧 딜러에게 패를 더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로 돌아오고 만다.

2.
가끔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될 때
종이를 작게 오린 후 몇 장 그 곳에 깨알같이 메뉴들을 각각 적어서
보이지 않게 두 번 접은 후 바닥에 던지든, 통에 넣든 잘 섞이게 한 후
하나를 뽑아보자.
근데 그걸 나랑 하면 어차피 뽑은 메뉴는 결국 먹지 않는다는 게 함정.

3.
망설이고 고민될 땐 그냥 하고 말지 뭐.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봐야 아는 나처럼.

4.
도박을 하고도 운명인 줄 착각하는 사람처럼.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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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1.
케이크 먹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말했더니,
어느 날 냉장고에 케이크가 있었고
마른 오징어 먹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말했더니,
어느 날 냉동실에 마른 오징어가 있었다.

2.
친구랑 삼거리 빵집에서 마늘빵 산 후에
지금은 사라진 전통카페에 가서
전통차와 함께 먹던 마늘빵도 좋았다.

3.
몇 년 만에 마늘빵이 너무 먹고 싶었던 어느 날,
운동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마트에 갔어.
네 생각이 나서 네가 좋아할 만한 다른 빵들도 잔뜩 집었지. 
이것저것 마구 집어 들다 보니 내 두 손으로 겨우 들 정도가 되었고,
너를 만나러 가는데 넌 마중 한 번 안 나오더라.
혹시나 싶어 내가 빵을 먹고 싶다고, 마트에 가고 있다고,
많이 살 거라고, 별의별 말을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눈치가 없었던 건지, 내가 너무 알아듣게 말하지 못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너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고,
네가 밖을 나오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어서
내심 기대했는데.
마중 한 번 안 나오더라.
그게 아직도 기억이 남네.
네가 마중 나오길 바랐던 날들에
마중 한 번 안 나오는 널 보면서
기대를 접어야 했던 내 마음이.
그 날들이.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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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1.
인스타 프로필에 쓴 글이 너무 와닿아서
팔로우 한 배우(인줄 사실 몰랐다)가 있다.
그 프로필에는 
'완벽한 계획은 필요없어.해 지금.'라고 적혀있었다.

2.
평소에 있던 걱정도 날려버리고도 남았을 난데,
누구한테 '걱정하는 법'을 조금은 배워버려서
요즘엔 나도모르게 걱정을 하긴 한다.
근데 항상 이렇게 걱정해봤자
해결되지도, 좋아지지도, 나아지지도 않을 거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리고 내가 왜 걱정을 하고 있냐며 나를 나무란다.
배우고 싶지 않은 부분을 배워버려서, 잊고 있는 중이다. 

3.
내 기억 어딘가에 숨어있던 
그 당시 찍은 사진이 내 꿈 속에 나왔어.
심지어 네 사진도 나왔지 뭐야.
맥북 포토부스 필터 중 넙죽이처럼 나오는 필터를 이용해서 찍은 그 사진.
난 진짜 까맣게 잊고 있었거든?
근데 그 우스꽝스러운 사진이 꿈에 나왔더라.
앞으론 다신 웃으며 볼 일이 없을 너와 내가.
아무리 다시 되짚어봐도 
너도 나도 서로 어떤 말을 해도 용서되지 않을 것들을
잔뜩 늘어놓은 주제에 말야.

4.
솔직히 잘 못지낼(길 바랬을지도)줄 알았어.
근데 괜한 기우였지.
어쩌면 나보다 더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더라고.
평소 좋아하지도 않던 카페도 자주 가질 않나,
커피와 디저트 같은 건 또 뭐람.
괜한 걱정하던 내가 다 무색해지더라고.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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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정말 기분 좋을때만 하나도 쓰지 않은 술.
불광동에 출장갔을때 불광시장에 있던 옛날 순대국 집으로 
(나머진 원래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이라 나만 잘 모르던) 8명정도가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10월 말이라 쌀쌀했지만 순대국집 안에는 솥에서 육수 끓이는 냄새가 솔솔 나서 그런지 공기가 후끈했고,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 순대국 냄새를 맡으니 자연스럽게 생각나던 술.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 소곱창집에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목청껏 떠들며 홀짝홀짝 마시던 술.
말레이시아에서는 9천원정도 하는 술.
예전에 아는 선배가 평택역 앞 홍콩반점에서 알려주던 칭쏘비율이
지금까지도 인생비율이 되서 항상 그 비율대로 맥주와 섞어 먹는 술.
신입사원때 우리팀만 야근을 했는데 일이 끝나고 대표가 순대국집에서 한 잔씩 돌리던 (맛없던) 술.
기분이 좋지 않으면 진짜 너무 쓰고, 맛이 없어서 한 모금도 마시기 싫은 술.
우정인 줄 알고 만난 사람과 연남동의 어느 바에 앉아서 토닉과 섞어마셨던 25도정도 되었던 증류수 술.
맥주보다 소주를 더 좋아했던, 그리고 정말 잘 마셨던 예쁘고 귀여운 친구가 생각나는 술.
괜히 빨갛고 얼큰한 국물이나 과자랑은 먹기 싫은 술.
이 술을 굳이 안마셨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 저녁에 4-5년 전에 내가 가장 좋아하던 친구랑
학교 앞 삼거리끝 술집에서 새우머리버터구이와 마셨던 술. (청하도 소주라고 하긴 좀 그렇나?)
지금 생각나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마시자고 하고 싶은 술.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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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소비

햇빛이 쨍하게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날엔 꽃무늬 블라우스에 그렇게 꽂혔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내 눈이 가는 꽃무늬란 꽃무늬 블라우스는 사고 또 샀다.
처음에는 7일 내내 다른 옷들을 입어도 될 정도여서 웃겼는데,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7일은 무슨.
2주를 입어도 더 남을 정도까지 되어버렸다.
그리고 계절이 지났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회사원이 되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 있는 모든 시청이나 구청. 관공서, 공사공단들을 돌아다니게 되었는데,
그때 내 복장은 치마정장이였다.
치마정장에는 꼭 하이힐을 신고 싶었던 내 욕심에 하이힐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되니 생각보다 내 시간이 많이 사라져버려서
온라인으로 눈으로만 보고 하이힐을 사버렸더니,
이게 뭐야. 버리는 게 반이였다.
보기엔 라인도 잘빠지고, 너무 예쁜데, 발이 너무 아파 한 번 신고 버린 힐도 있었고,
버리기엔 너무 아까울정도로 예뻐서 억지로 두어번은 더 신고 역시나 버린 힐도 있었다.
예쁜 디자인에 플러스로 편안하게(사실 하이힐에서 편안함을 찾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신고 다니던 힐은 역시나 손에 꼽았다.

옷과 구두들의 쇼핑이 이제 질렸을 때쯤
(몇 년을 반복하다보면 디자인이고, 패턴이고 다 비슷비슷한게 보여서 흥미를 잃는다)
귀걸이로 눈길을 돌렸다.
귀걸이는 마치 야금야금 군것질을 하는 것처럼 생각보다 저렴한 것들도 많았고 
온라인으로 쇼핑을 해도 실패할 확률이 적었다.
부모님이 튼튼하게 낳아주신 덕분에 금이고 은이고 그런 귀걸이말고도
정말 아무 귀걸이나 거뜬히 착용할 수 있는 귀를 가진 것도 한 몫 했다.
그래도 나름의 귀걸이 쇼핑기준은 있어야 하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귀걸이들과 똑같은 모양만 아니라면 사보자, 라는 기준을 정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수만가지 종류의 귀걸이가 있지 않은가.
이건 거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냥 다 사자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옷은 주변 사람들이 봐도 딱 내 스타일이라고 할 정도로 나만의 스타일이 정해져있었고,
그 틀을 깨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에 반해 귀걸이는
내게 어울리고 안어울리고 생각할 필요없이,
새로운 스타일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던 것이라 그냥 정말 이쁘면, 새로운 것이면 산 것 같았다.

말레이시아에 와서 다시 또 하이힐 욕심이 도졌다.
여긴 항상 여름이라 앞 코가 막힌 하이힐보다 샌들을 매일 신고 다녔는데,
힐이 높은 샌들을 찾던 와중에 우연히도 기가 막히게 편안한 브랜드를 찾아버려서
주말만 되면 신상이 나왔는지, 내가 못 본 샌들이 있는지 방앗간처럼 그 샵을 찾아갔다.
그리고 쇼핑몰마다 그 브랜드의 샵이 있었는데 샵마다 또 가지고 있는 재고가 달라서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제일 최근에 산 분홍색 힐을 한 번 신고 출근하고 난 후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시아에 심각하게 확산되어 말레이시아 정부는 락다운을 시행했고,
한 달 내내 힐은 신지도 못하고 맨발로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어느새 락다운은 야금야금 3번째 연장이 되었고, 다행인지불행인지 내 쇼핑은 또다시 멈춰졌다.

그리고 조금씩 온라인 쇼핑을 해봤는데, 역시 택배천국 한국과는 다르게
이곳은 해외직구하는 것마냥 잊을만하면 택배가 오고,
그것도 샵마다 천차만별이여서 일주일은 기본이고, 2-3주 걸리기도 한다.
또한 집에 꼭 있어야 택배를 받을 수 있다. 집에 없으면 다시 가져가버린다.
훙. 이런저런 이유로 흥이 지속되지 않는다.
덕분에 적금통장은 하나 더 늘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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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1.
30년이 넘게 살면서 우리 가족 식탁에 킹크랩이 올라온 적이 없다.
일단 치킨도 젓가락으로만 드셨던 아빠는 어떤 음식을 먹기 위해
양 손을, 손가락들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고,
덕분에 나랑 동생도 자연스럽게 킹크랩을 즐겨먹지 않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로 킹크랩을 먹고싶었던 엄마는 이모나, 친구들이랑 먹고 들어오셨다.
그 후 성인이 되고, 킹크랩을 먹으러 가야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익지도 않고 먹기가 어려웠다.
요령이 없던 덕분에 게 다리는 얼마나 딱딱한지, 내 맘대로 잘라지지도 않았고
여기저기 꼬챙이로 엄한 게다리만 쑤시다가 그냥 먹기를 포기하기 일쑤였다.
같이 나온 랍스타는 그나마 살이 발라져 있어서 먹을만 했지만,
킹크랩은 나에겐 아직도 어려운 음식.

2.
게장 역시 마찬가지다.
젓갈류나 게장류 또한 집 식탁에 올라온 적이 없어서
내게 친근한 음식은 아니다.
그래도 안면도에서 먹었던 전혀 짜지 않았던 간장게장의 맛과,
광주에서 먹었던 낙지젓갈의 맛은 잊지 못할 기억이지.

3.
킹크랩보다는 회!
갑자기 숙성회가 먹고싶다.
예전에 망원동에서 먹었던 숙성회가 갑자기 생각났다.
자그마한 회 한 접시를 가운데 두고
열심히 술을 잔에 따라마시며 웃었던 그 때.
다신 돌아갈 수 없을 그 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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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양배추가 항상 냉장고에 있어.
양배추로 할 수 있는 요리라곤 
(요리라고 하기도 조금 뭐한) 양배추 찜이였는데,
요즘 하나가 더 생겼거든.
우연히 유튜브 어느 채널에서 본건데,
요리를 쉽게쉽게 하는 것 같은 거야.
그 사람이 하루는 양배추 덮밥을 만들더라고.
근데 일단 재료가 정말 몇 개 안되고,
심지어 집에 다 있을 법한 재료들이고,
되게 쉬워보이는거 있지.
그래서 도전해봤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쉬운 요리(거의 조리수준)인데
나 요리 초보라 처음 만들 때는 유튜브 영상을 아예 켜두고
재료 손질부터 하나씩 하나씩 따라했지.
일단 영상보고 멈추고, 그대로 따라하고, 또 영상보고 멈춘 후, 또 따라하고.
그러다보니 뭔가 그럴싸한 양배추덮밥이 되더라.
이제는 영상없이도 할 수 있어.
나름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더 넣고 응용도 가능하고.
양배추가 위에 좋은 채소인 줄도 이번에 알았어.
다이어트 식품이라고도 많이 하더라고.
락다운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데, 
다이어트하기엔 딱 좋은 요리인 것 같아서 자주 해먹어.
그리고 남은 양배추는 다시 쪄서 쌈장에 찍어먹기도 해!
양배추 쌈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것 같아. 
고기랑 같이 먹어도 좋고, 그냥 밥에 먹어도 좋고.
양배추는 여러모로 매력있어.
근데 양배추,... 즙은 다들 꺼려하더라...
거기까진 도전 안해보려고..

2.
누군 여기서 디테일이 떨어지고,
누군 저기서 디테일이 뛰어나고.
각자 다 다른 매력이 있어버린거지.

3.
더이상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것과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는?
관성인 줄 알면서도 그걸 너무 쉽게 인정해버리면 조금 슬프고 재미없잖아.

4.
사람의 그대로를 전부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바람에
노력이 헛수고가 되진 않았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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