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

입술은 하나인데 왜 립스틱은 수만 가지일까. 심지어 입술에 한 번에 여러 색을 바를 수도 없고,(그라데이션은 하지 않으니 생략하고) 한번 꽂히는 색이 있으면 한동안 그 립스틱만 손에 가는 내 성향으로 인해 서랍 속에서 제대로 빛 한번 보지 못하고 버리는 립스틱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없다는 건 인정하지만 내 피부색은 하늘 아래 하나뿐이니 어울리는 색도 한정적이었다. 하루는 새빨간 계열의 립스틱이 지겨워져서 나도 청순한 느낌의 연한 분홍색 립스틱을 발라볼까 싶었지만 얼굴이 뭔가 칙칙해지고, 생기 있어 보이지도 않아서 그제서야 웜톤이니, 쿨톤이니 하는 소리를 믿게 되었고, 또 하루는 무턱대고 기분대로 백화점의 그 노란 조명 아래서 핑크색으로 알고 샀다가 집에 와서 다시 발라보니 거의 자주빛의 가까운 립스틱이어서 경악한 적도 있었다. 

그 밖에도 여러 이유들로 그냥 있는 립스틱 다 쓰고 난 후 새로 사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지만, 이놈의 뷰티 브랜드들은 쉬지도 않지. 계절이 바뀌면 늘 립스틱이 새로 출시되고, 어떤 브랜드는 텍스쳐가 달라졌다며 고운 립스틱 색깔들을 선보이고, 뷰티 인플루언서들은 서로 각자의 방식으로 입술이고, 팔뚝이고 립스틱 발색을 앞다투어 보여주니 또 눈이 돌아갈 수밖에. 어제도 어떤 브랜드의 립스틱 발색을 보고 혹해서 후기를 한참 찾아보다가 다시 요즘 마스크쓰고 다닐 수 밖에 없는 현실에 현타가 와서 보던 창들을 모두 닫아버렸다. 이러다 조만간 또 검색창에 립스틱 모델명을 검색해보겠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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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때?

1.
남은 2021년의 3개월은 꽤 정신없이 보낼 것 같다. 8일 후면 2차 백신을 맞고 난 후 14일이 지나면 카페, 레스토랑 DINE IN, 테니스까지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게 된다. 우습지만 지난번에 실패했던 유부초밥 만들어서 매트만 사두고 락다운때문에 가지 못했던 피크닉도 갈 거고, 수풀이 우거지고 자연 그대로라고 생각되어 그동안 엄두도 못 냈던 등산도 최근 우연히 괜찮은 코스를 발견했기 때문에 꼭 가볼 것이다! 등산 가려고 백팩 사두길 참 잘했지. 게다가 크리스마스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리조트를 갈 수 있게 되어서 다이어리에 써두고 손꼽아 기다리는 것도 나름 설렐 것 같다. 그리고 11월이면 더 좋고 넓은 집으로 이사도 가야하고, 이사가서 처음 해먹을 음식까지도 미리 생각해뒀다. 이제 계획한 것들을 하나씩 하기만 하면 돼! JUST DO IT!

2.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가 내게 대뜸 '오늘 기분이 어때?'라고 물었다. 눈치 빠른 나는 그 친구가 내 기분을 물어봤을 때 이미 그 친구가 바로 어떤 이야기를 꺼낼지 96% 이상 눈치채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어.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구글 드라이브에 있는 하나의 스프레드시트를 그대로 지워버렸다. 미처 닦지 않은 얼룩처럼 남아있던 스프레드시트였는데, 말끔히 지워버렸다. 가지고 있어봤자 무슨 소용이람. 예전부터 어느 정도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곤 있었는데, 막상 그날이 닥쳐오니 놀랍게도 내 기분은 전혀 나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후련함이 밀려왔다. 마음의 짐같지도 않았던 짐을 혼자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지. 아무도 모르게. 그래, 그 정도면 됐고, 이 정도면 됐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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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

처음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 걱정되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물. 물에 석회물질이 들어있어서 한국의 물과는 차원이 다르고, 어떤 사람들은 말레이시아 물로 샤워했더니 몸에 두드러기가 났으며,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더욱 뻑뻑해진다는 소리도 있었다. 사실 말레이시아 물엔 사실 얼마나 많은 석회물질이 들어있는지 모른다. 그래도 그 말들이 무서워서 필터를 사서 샤워기에 장착하고, 정기적으로 갈아주고 있다. 사실 필터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갈아주는데, 새 필터 끼우고 3~4일만 되면 필터가 까맣게 변하긴 한다. 제대로 필터링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초반엔 그 샤워기 필터조차 잘 믿기지가 않아서 아예 물이 들어오는 수도 자체에 정수가 되는 커다란 필터를 몇 개씩 달아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일단 샤워기 필터만 써도 내 몸엔 이상이 생기지 않았고, 원래부터 두껍고 뻣뻣한 내 머리카락도 체감상으론 전과 다르지 않아서 그냥 샤워기 필터 하나만 믿고 살고 있다. 내 몸이 물에 그렇게 예민하지 않은 건지, 물 필터링이 잘 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로 인해 고통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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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지금껏 열에 일곱은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들에만 도전했고, 참여했다. 물론 그 일곱 중에서 예상한 결과가 들어맞았던 순간은 99% 이상이었고, 나머지 셋은 도박과, 무모한 도전, 그리고 모험이었다. 겉으론 무엇이든 들이박는 불도저 같다고 보이지만 속으론 이미 결과까지 예상해 둔 상태였던 것이지. 그래서 지는 게임엔 거의 참여하지 않았고, 질 확률이 높은 것들은 져도 타격이 없을 정도의 횟수로만 (열 중에 셋) 뛰어들었다. 너도 그중 하나였는데.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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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1.
사실 그땐 이렇다 할 목표랄 것이 없었다. 그저 예상치 못한 풍파로 인해 마음고생하지 않고 안온한 하루이길 바라는 것이 전부라면 전부였는데. 함께 목표를 세우려고 해봐도 자꾸만 엇나가고, 뒤틀렸고, 결국 동상이몽으로 끝나버렸다.

2.
3년 만에 예스24에서 한국 책을 주문했다. 콜로케이션이 잔뜩 들어있는 책. 동생한테 한꺼번에 택배로 보내달라고 해야지. 순간 눈여겨봐두었던 다른 책들에게도 눈이 돌아갔으나, 일단 영어책만 사기로 했다. 내 20대엔 팔자에도 없었던 것처럼 영어를 대했는데, 이제 와서 내 팔자에 끼워 맞추려고 하는가. 근데 끼워맞춰지고 있긴 하나? 늘 제자리걸음이라 스스로에게 화가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미지의 세계를 배우는 재미가 아주 조금 쏠쏠하긴 하다. 쏠쏠하다고 말할 정도가 맞긴 할까. 이 책은 친구와 함께 공부할 예정인데, 1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모두 훑는 것이 내 목표 중 하나다. 사실 100번은 반복해도 모자랄 것 같아.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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