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날 해봐라1.어떻게 보면 마음이 다치지 않으려고 늘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오늘 읽은 책에서 인생엔 비관이 꼭 필요하다는 글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오히려 매사 밝은 면만 보면 실망감이 크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등 살짝 뼈가 있는 문장들이 계속 서술됐다. 새로운 시각이라 관련된 글을 더 읽고 싶어서 구글링을 해봤는데 같은 맥락을 가진 글 중 '면역력'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면역력을 조금 더 키울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선 앞뒤 맥락 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으니. 내 마음대로만 돌아가진 않으니. 나의 상식 밖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도록.2."너..
*모순1.하루가 다르게 아침과 밤이 차가워지고 있다. 아직 나는 여름을 떠나보낼 준비가 안됐는데 바깥공기가 차가워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공기가 서늘해서 혹시 베란다 등 집에 문이 열려 있는 곳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봤는데 당연히 모든 창문들이 닫혀있었다. 찬 공기에 거의 등 떠밀리듯 압축팩에 넣어둔 겨울 이불을 꺼냈고, 여름 이불은 세탁했다. 압축팩을 꺼낸 김에 겨울옷들을 모두 꺼내 서랍장과 행거에 가득 채웠고, 여름 옷들은 다시 압축팩으로 들어갔다. 요 몇 년 사이 여름의 기억들이 좋아서 겨울은 더욱 내 안에서 열세했다. 추위로 인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고, 운동을 할 때 (특히 테니스) 효율이 극히 떨어지고, 겨울밤은 그저 외면했었던 나의 겨울들. 이제는 ..
*오늘 하루 감사한 일 3가지1. 나이에 상관없이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빠르진 않지만 꾸준히) 달리기를 해도, (급하게 제동을 걸거나 방향을 트는 일은 없지만) 테니스를 쳐도, (한국은 주로 등산로가 잘 되어 있어서 비교적 편안한 길이 많은) 등산을 해도 아직 멀쩡한 무릎에 감사함.2. 집 바로 건너편에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도서관 문 여는 시간을 확인한 뒤 바로 에코백 하나 어깨에 메고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갔다. 지금 살고있는 이 집을 선택할 때 바로 옆 도서관만 보고 바로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3. 비슷한 식성과 취미를 즐길 수 있고, 나의 어떠한 생각들을 늘어놓아도 공감할 수 있고, 가끔 맥락 없이 엉뚱한 이야기를 해..
*의심1.지난여름 한창 잎사귀가 가득하고 몇 개의 꽃대가 창문 앞에서 하늘하늘 흔들렸었는데 겨울이 되자 꽃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많던 잎사귀들도 모두 갈색으로 변해 시들어버렸다. 이제 이 스파티필름이 죽어버린 걸까, 이 화분의 생명이 정말 끝난 걸까, 발만 동동 구르고 어찌할 줄 모르던 찰나에 갑자기 집에 놀러 온 엄마가 멋지게 다크호스처럼 가위를 들고 와 시든 잎의 줄기들을 몽땅 잘라내버렸다. 푸르던 스파티필름은 어느새 줄기의 아랫부분만 삐죽삐죽 남아 볼품이 없어져 버렸다. 엄마는 그런 날 보며 괜찮다며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원래대로 물을 주면 금세 큰다고 하고 쿨하게 돌아갔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따뜻해지니 어느 날 갑자기 그 삐쭉이 같던 스파티필름이 초록색 줄기들을 마구 뿜어냈..
*불필요한 것들1. 다음날 남는 것도 없고 별 시답지 않은 것들을 하며 새벽을 지새우는 것-그 시간에 잠을 자고 더 퀄리티 있는 다음날(아침)을 즐기자고 생각하는 요즘.2. 선택을 미루게 하는 많은 망설임-할까 말까 망설일 땐 그냥 해버리자는 마인드로 살고 있다. 표현도, 행동도, 생각의 꼬리를 잡는 것도, 누군가에 대한 안부도, 마음속 깊이 담겨있던 말들도.3.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남의 걱정-누군가의 하소연을 듣고, 같이 공감해 주다 보면 갑자기 깊게 감정 이입이 되어 헤어지더라도 나 혼자 있을 때 '그녀의 상태가 괜찮을까.', '그의 하루가 괜찮을까' 등의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기에 오로지 해답은 그녀 또는 그의 마음에 달렸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면..
*노란 사과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언뜻 보면 배인 줄 알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과 향과 맛이 나고, 약간 연둣빛을 띄는 멜론을 생각하고 반으로 가르자 안이 오렌지색으로 가득 차 있어 당황스러운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봤을 땐 너무 동안이어서 당연히 어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생각보다 나이가 많고, 흥미로운 경험과 아픈 과거들이 그 사람을 꽁꽁 둘러싸고 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겉모습이 풍겨오는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사람의 성격도 유추하게 되는데 겉과는 달리 의외의 마음 씀씀이와 생각지도 못한 언행으로 또 한 번 날 혼란에 빠지게 했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때때로 날 오만에 빠뜨린다. 다시 한번 되새기자. 당연한 건 없다.-Hee ·················..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3가지1. 등산화작년에 노스페이스 수유점가서 등산복을 보려다가 생각지도 못한 등산화를 득템했다. 두꺼운 양말을 신을 생각으로 등산화 사이즈도 크게 구매했는데 그 이후로 너무 잘 신고 다닌다. 발 한 번 까진 곳 없고, 물집이 잡힌 적도 없다. 보아 다이얼로 편하게 신발을 벗고, 신고 하니 끈을 꽉 조여맬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보아 다이얼은 겨울에 보드 타러 갔을 당시 부츠 신을 때나 탁 눌러서 돌리고 돌려서 사이즈를 조절할 때 사용했는데, 등산화에도 달렸을 줄이야. 등산화가 있으니 어떤 산이든 일단 가기가 수월해졌고, 실제로 접지력도 좋아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방수 기능도 좋아서 물이 고인 산길에서도 천하무적이 된다. (예전에 러닝화 신고 어떻게 등산을 했을까..
*성지1.어느 초여름, 막 더워지기 시작할 시기에 해동용궁사를 갔었다. 내가 가봤던 절 중 가장 예뻤던 건 불국사인 줄로만 알았는데 새파란 하늘 아래 절벽엔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 절이 있다니. 아무 기대 없이 그냥 잠깐 들렀다 나오려고 했었는데 입이 딱 벌어지고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곳에서 한참을 있었다. 주말이라 관광객들이 조금 많았었는데 평일 새벽쯤 사람들이 거의 없는 한적한 시간에 오면 더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곳에 사는 스님들은 이런 뷰를 매일 보면서 살겠지', '불교 신자도 아닌 나도 매일 오고 싶은데, 불교 신자분들은 이 절에 오는 발걸음이 굉장히 가볍겠지' 등 별 생각을 다 하며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눈에 담았다. 오늘같이 하늘이 파란 날, 한 번 더 해동용궁사를 가고싶다는 ..
*버터하루는 장을 보러 이마트에 갔다. 와인 코너를 지나 버터와 치즈가 모여있는 코너 앞에 서게 되었는데 굉장히 낯익은 상표가 보였다. 엘르앤비르. 말레이시아 살았을 때 특정 커피빈에서 베이글을 주문하면 꼭 엄청나게 맛있는 크림치즈를 같이 줬다. 너무 맛있어서 그 크림치즈 상표를 꼭 기억했는데 그게 바로 엘르앤비르 크림치즈. 생각지도 못한 조우에 들뜬 나는 엘르앤비르의 무거운 한 덩어리의 버터를 바로 집어 들고 카트에 넣었다. 그리고 신나게 집에 와서 종이호일을 꺼내 버터를 소분했다. 헤헤. 다음날 아침, 식빵을 토스트기에 노릇하게 구운 후 냉동실에서 소분한 버터를 꺼냈다. '같은 상표인 크림치즈가 맛있었으므로 이 버터는 분명 내가 만족할 만한 맛을 가졌겠지'라고 생각하며 입에 한가득 군침이 고인 채 ..
*올림픽언제부턴가 올림픽을 한다고 해도 그리 챙겨서 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았을 땐 집에 있으면 (특히 저녁에) 티비를 하루 종일 켜놓고 있을 때가 많아서 그냥 고개만 돌려도 올림픽 경기를 볼 수 있었는데 스스로 티비를 잘 켜는 일이 없다 보니 올림픽도, 축구 경기도, 야구 경기도 하는지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몇 번이나 시간까지 확인하면서 본 경기가 있다. 바로 알카라즈와 조코비치의 결승전! 보기만 해도 사람 좋게 생긴 알카라즈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직도 금메달 또는 1위 후보로 여전히 거론될 정도로 건재한 조코비치의 경기는 정말 명장면이었다. 16살 차이의 어린 선수를 거뜬하게(는 아닌가?) 이기고 승리한 조코비치는 곧바로 코트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