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1.
이제는 잠깐 머물다가는 자리가 아닌
정말 내 공간, 내 자리들을 만들어보기

2.
인스타그램에서 한창 미니멀리즘이 유행했을 때
몇 개의 계정을 팔로우 한 적이 있었다.
그 중 한 집은 정말 새-하얀 인테리어에
아일랜드 바 위, 식탁 위, 책상 위 정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더라.
난 속으로 '음. 이런 걸보고 미니멀리즘 삶이라고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고,
'위에 아무것도 없으니 먼지 닦긴 되게 쉽겠다'라고 생각했다.
당시 내 옆에 누구는 '와 다 하얗네. 되게 정신병원 같다'라고 말했다.

3.
난 솔직히 조금씩 미니멀리즘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화장대를 보면 되게 비슷한 색의 립스틱과 섀도우들이 즐비하고,
밤에 바르는 나이트크림과 선크림만해도 최소 2개 이상이다.
이젠 화장실만 가도 샴푸와 바디워시, 트리트먼트들은 최소 두 개 이상 가지고 있을 뿐더러
주방에 키친타올은 늘 여분이 쌓여있어야 하고, (두루마리휴지와 곽티슈들도 당연하다)
립밤도 도대체 몇 개를 한 번에 쓰는건지.

4.
사실 사무실은 손이 잘 안 간다.
예전에 오래 다녔던 회사에서 너무 내 자리를 뜬 자리라고 생각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리가 잘 안 꾸며져.
꾸미고 싶어도 잘 꾸며지지 않는다.
흥이 생기지 않는달까.
예전 회사에서 친했던 동료는 다육이와 다육이들을 놓을 수 있는 선반까지
책상 앞 파티션에 달아두던 모습이 생각나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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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

어느 누구도 슬픔을 강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조바심이라면 조바심이고, 노파심이라면 노파심으로 강요되어졌을 뿐. 셀프강요로 인해 나는 고비를 넘긴 것 같다. 밤마다 그리워서 우는 일도 없으며, 다시 돌아가고 싶을 만큼 간절해지지도 않았다. 여긴 다행스럽게도 계절의 장난도 없어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지도 않는다. 물론 다달이 부-욱 찢어버리는 달력과 매주 넘어가는 다이어리 덕분에 가을을 실감하고, 추워졌다는 친구들과 가족들의 말, 그리고 SNS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이 계절을 느끼게 해줄 뿐. 계절의 관성때문인지, 무의식 중에 계절을 학습한 덕분인지 몰라도 네일아트샵에서 색을 고를 때 쨍한 여름 색들은 외면하고 약간 어둡고 가을무드가 느껴지는 색을 고르는 내가 재미있다. 아 또 한 가지, 쇼핑몰에 가득 들어찬 브랜드샵들에도 계절은 있다. 자라엔 털옷이 잔뜩 나왔고, H&M엔 니트가 잔뜩이다. 여행도 없는 이 시점, 이 더운 나라에서 얼마나 팔릴 진 의문이지만. 작년 뉴욕에서 샀던 앵클부츠는 몇 번 신지도 못하고 부모님집 신발장 구석에 쳐박혀있고, 제작년 영등포 자라에서 내 사이즈에 맞는 걸 찾아다니다 겨우 구했던 니하이부츠 역시 큰 키를 감당하지 못하고 반으로 접혀서 어딘가에 박혀있다. 제 짝을 찾지 못한 부츠들만이 슬픔을 머금고 있을 뿐 무작위로 강요되어진 나의 슬픔은 나름 방어할 수 있는 음악들을 따라 이리저리 새어나갔고,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캐롤이든, 스티커든, 현실이든 머물게 하고 싶은 것들을 채워넣는다.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단연 숲이고 풍경이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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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분위기

1.
입김이 호호 나오는 날에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짧은 치마에 기모도 아닌 얇디얇은 스타킹 하나 겨우 신고
그래도 배는 시렵다고 끈나시 덧대입고
그 위엔 (치마 속에 넣어 입기 위해 절대 두껍지 않은) 목티를 입고
울 몇 프로가 섞였는지도 잘 모르겠는 자켓 입고
이제는 하도 신어서 아픈 줄도 모르는 높은 힐을 신고
깔깔거리면서 누굴 만나는 지도 모르는 채 밤거리를 돌아다니던 겨울이 있었다.

2.
밤 9시 정도였으려나. 
홍대역에서 내려서 밖으로 나왔는데 눈과 비가 섞여서 내리고 있었다.
미리 준비한 우산을 폈고 약속장소를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내 우산 안으로 들어온 것이 아닌가.
놀라서 옆을 보니 어떤 남자애였다.
죄송하다며 능청스럽게 우산이 없다고 떠들던 남자애는
나보고 자기 약속장소를 말하며 거기까지만 데려다달라고 했다.
우산이 없다면서.
걔가 말했던 약속장소는 내가 가는 길이긴 해서
내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일단 걷자고 말하며 우산을 같이 쓰고 걸었다.
정말 5~7분도 안되는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 몇 마디를 나눴는데
알고보니 걘 나랑 동갑이였고, 자기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했었다. 
걷다보니 걔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잘가라고 인사해줬다. 
그러자 걔가 나중에 고맙다고 커피를 산다며 번호를 물어봤다.
근데 웃긴게, 내가 전혀 호감있던 모습은 아니여서 그랬는지,
(하얗고 마른 남자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리고 동갑이라서 뭔가 대학동기느낌이 있어서 그랬는진 몰라도
진짜 친구처럼 호탕하게 웃으며 별 생각없이 번호를 알려주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 이후 걘 나랑 정말 따로 만나서 커피를 샀고 몇 년 가진 못했지만 정말 친구가 되었었다.
걘 지금은 결혼을 한 것 같다. (어느날 본 메신저 프사가 신부랑 찍은 결혼사진이였다)

3.
난 너에게 너무 생각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한다고 말했고,
또 그런 네 모습에 너무 답답했었는데.
그런 모습을 짧지 않게 보다보니 어느새 내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더라고.
예전 같으면 그냥 별 생각 없이 했었던 일들도
괜히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어버렸더라고.
근데 이젠 조금은 다시 내려놓으려고해.
나는 너처럼 그렇게 답답하게 살지 않을꺼야.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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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1.
몇 번이고 헤어짐을 고한 사람이 있었다.
근데 그 사람은 나랑 헤어지고 나서 한 번도 잡은 적이 없었어.
내가 헤어지자고 한 마당에 
나랑 헤어지기 싫다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 사람이어서
그건 그거대로 짜증이 났어.
이별을 고하는 화자임에도 불구하고 그건 그거대로 서운했어.
근데 되돌아보면 내가 너무 완고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다시 붙잡았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테니까.

2.
나름 더 나은 선택인 줄 알고 
어렵사리 꺼낸 이별이었고,
꼴에 상대방의 안녕을 빈 적이 있었어.
나 같은 사람 만나지 말라고.
근데 그건 너무 내가 거만했더라.
내가 너무 가식을 떨어버렸지 뭐야.
결국 나 같은 사람 잊지 말라는 말이었던 것 같아.

3.
헤어지자고 하니,
내 앞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엉엉 운 사람이 있었어.
처음으로 내 눈물이 아닌
상대방의 눈물이 눈에서 뚝뚝 떨어졌었어.
나도 당황했어. 
근데 그 눈물에 모든 것을 밀어내 버렸었나 봐.
그 눈물의 의미는 안정의 깨짐 뿐이었을까.
나와 헤어지고 운 사람은 뭔가 조금 더 특별할 줄 알았는데
그냥 그 사람 자체였어.
특별한 건 없었어.
특별한 것을 바란 건 내 오산이였어.

4.
내가 잘하지 못해서 헤어진 이별이라도
어떻게든 생각해보려고
내 마음대로, 내 나름대로 희석시켜서 생각하고 있더라고.
상대방에겐 내가 한없이 나쁜 사람이겠지만.

5.
조심스레 짐작해보건대.
나는 널 알아.
이미 헤어졌다고, 이렇게 됐는데 뭘 어쩌겠냐고,
세상까진 아니고, 
그냥 정말 우리 사이가 다 끝난 것처럼
더 이상의 노력은 필요 없다는 듯이
그냥 그렇게 인정해버렸을 너를
슬프게도 상상해.
사실 너의 그 모습들은 내가 만나면서도 싫어했던 모습들이겠지만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니.
그냥 넌 처음부터 끝까지, 끝 이후에도 같은 모습일 거야.
슬프게도.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도.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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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타

1.
일주일 내내 다이어리를 펴보지 않은 적이 있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하나의 이유는 사색이나 성찰 따위를 하기 싫었기 때문이지. 다이어리를 펴는 순간 무언가 마음이 경건해지고, 시간에 대한 마음가짐과 산다는 것에 대한 비장함, 앞으로 더욱 잘 해보고 싶다는 욕심 등이 한꺼번에 밀려오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밀려오게 되면 결국 현재의 나, 과거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보거나, 사색해보는 시간까지 갖기 마련. 그런 프로세스를 거치다보면 내가 잘하지 못했거나, 잘 대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현타가 오고,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어버리고 싶은 만큼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고, 얼굴이 붉어질 때도 있는데 그런 나와 마주하기 싫었기 때문에 다이어리를 펴보지 않았다. 그리고 (심지어 아무도 검사를 하지도 않는데) 내가 스스로에게 한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다이어리에 매달 그 약속들이 적혀있는데 - 이번 다이어리는 친절하게 무슨 습관달력같은게 있어서 매달 첫 장에 약속 비스무리한 것들을 적게 해뒀길래 이왕 그런 자리가 있는거 또 비워둘 성격은 아니라 매번 적게됨)에도 다이어리를 나도 모르게 외면하게 된다. 마치 숙제 안해간 꼬맹이마냥. 음. 그래도 그런 날들이 있으면 다시 다이어리를 펴고 성찰하고 싶은 날들도 있기 때문에 또다시 나는 다이어리를 편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 생각을 적어 내려가고, 가까운 미래에 생긴 계획들을 적어나간다. 

2.
말레이시아에 있으니 한국 계절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긴 내내 여름이라 더욱 마음의 여유, 여름의 여유따위가 저절로 생기게 되는데, 한국을 보면 어느 순간 따뜻한 계절이 오고있다고 하더니, 장마와 태풍으로 종일 비가 내리기도 하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약간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었다. 정말 너무 빨리 바뀌네. 매번 그 빠른 계절들을 나는 어떻게 맞이했었을까. 정신없이 변하는 계절들을 맞이하고, 적응될 때쯤 또 새 계절을 맞이하고. 그것에 쏟아부은 감정들도 꽤나 많았던 것 같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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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

1.
월요병을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은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고,
시리얼이나 과일을 먹고,
샤워하기 전 아이폰을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한 후
엄청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는 것.
샤워뿐만 아니라 머리 말릴 때, 화장할 때, 옷입을 때 등
출근하려고 현관을 열기 직전 에어팟을 귀에 꽂기 전까지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는다.
사실 아침 음악들은 러닝할 때 플레이리스트랑 거의 겹치는 부분.

2.
아침에 출근하기 직전까지 마음가짐을 잘 갖춰놓으면
회사에선 월요병이고 뭐고 문제없다.
특히 월요일은 생각보다 더 시간이 빨리 흐른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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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1.
지난여름엔 주말에 자전거 타러 나가기 바빴는데 이제는 테니스 치러 나가기 바쁘다. 이제 테니스 시작한 지 2달 정도 되었는데, 치면 칠수록 어렵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생각보다 단순한 스포츠가 절대 아니었다!!! 내 몸뚱아리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어떤 사람들은 테니스 3년은 쳐야 폼이 겨우 나온다고들 하는데.. 그 말을 듣고 위로 삼기에는 내 인내심이 부족하다. 너무 3년이면 멀잖아.. 아무튼 매주 토요일마다 레슨을 받는데, 나아질랑 말랑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주부턴 화요일 밤에도 레슨을 받게 되었다. 레슨 외엔 그냥 사람들끼리 모여서 주 중에 한 번 연습을 한다. 처음 테니스 시작하고 나선 레슨일인 주말만 기다려졌는데, 이젠 일주일 7일 중 띄엄띄엄 2~3일은 테니스를 치기 때문에 일주일 대부분이 즐겁다! 테니스를 시작한 후 달라진 점은 테니스 치지 않는 날에는 대부분 바로 다음날 테니스를 치는 날이기 때문에 덕분에 자연스럽게 술을 피하게 된다. 다음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테니스도 아직 완전 꼬꼬마 수준인데 컨디션까지 나쁘면 그야말로 최악이므로! 두어 달 전보다 술 마시는 횟수가 매우 줄었다.

2.
말레이시아에서 주중엔 10시 출근, 7시 퇴근이다. 출근시간이 남들보다 조금 늦은 대신 퇴근시간도 남들보다 조금 늦는다. 덕분에 주말이 바빠진다. 한국에 있을 땐 주말에 미용실을 가서 머리를 한다든가, 젤네일을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주말엔 주말대로 즐겁게 즐기고 싶기 때문에, 꼭 무조건 평일에 언제라도 무조건 짬을 내서 했었다. 하지만 여기선 평일에 늦게까지 하는 미용실도 많이 없고, 내가 다니는 미용실은 회사에서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너무 늦는다. 네일도 마찬가지. 그래서 미용실에 가거나 네일아트를 하거나 이 모든 걸 주말에 해치워야 한다. 덧붙여 미리 봐두었던 카페와 맛집도 가야하고, 운동도 해야하고, 낯선 느낌이 싫어 말레이시아 곳곳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주말엔 하루종일 집에 붙어있는 날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주중엔 말레이시아 공휴일이 있어서 (말레이시아는 공휴일이 진짜 많다. 거의 세계 1위 수준이라던데) 그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물론 난 한국 공휴일에 맞춰서 쉬기 때문에 온전하게 주말처럼 쉴 수는 없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하니까..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할 일을 다 해버리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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