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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213.몰입

puresmile 2018. 2. 4. 23:26

*몰입

1.
어떤 일 따위에 집중을 하면, 잔뜩 예민해진다.
이번엔 그러지 말자며 다짐해도,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날카로운 나를 발견한다.
예민함은 날 삼키려들고, 여유는 긴장뒤로 숨어버린다.
아직 내가 서투르기 때문이겠지.

2.
몰입하면 할수록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매 시간마다 할 수는 없지만 의심이라는 것도 해보고,
경계라는 것도 해보고, 때론 최대한 지독하게 객관화를 시켜보기도 한다.
사실 이러는 이유는, 몰입의 상태에서는 방어체제가 없기 때문에 상처를 받을 경우 
정신을 차릴 수 없기 때문이다.

3.
그 당시 넌 내게 몰입했지만, 난 너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난 너에게 몰입할 자신이 없었다.

4.
7~8년전, 칙센트미하이의 책을 구매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얼굴만 기억나는 동료에게 빌려줬었다. 사실 난 그냥 한번 읽어보라고 (빌려) 준 건데, 그 동료는 그 책을 아예 선물로 준 거라 착각했는지, 다시 그 책이 내게 돌아오진 않았다. 오만하게도 나는, 내가 읽었으니 내 머릿속에서 기억하고 있으며, 다시는 들춰보지 않을 책이라고 생각하며 그 책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정말 매우 오만하게도. 지금 그 책은 어디에 있을까. 아직 그 이름모를 동료가 가지고 있을까? 그 동료의 집 한 켠에 자리잡고 있을까? 아니면 중고서점 어딘가에서 다음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까? 먼지가 수북히 쌓인 창고 따위에 있을까?

5.
사람은 멍청하다.
굳이 내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알면서도 알려고 하며,
굳이 그것들을 알아버리곤 잔뜩 신경을 써버리고,
굳이 신경쓴 그것들은 쓸데없이 마음만 휘저어버린다.
굳이 휘저어진 마음따위는 그 상대방에게 프레임만 씌워버린다.
굳이 씌워진 프레임은 오해를 낳고, 불신을 낳는다. 
정말 사람은 멍청하다. 

6.
아끼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보면,
그 스트레스요소를 제거해버리고 싶어진다.
사실 조금만 생각의 틀을 바꾸면 어떨까,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하면 어떨까, 
나는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는데, 그러면 그것들은 조금 널 괴롭히지 않을텐데, 라고 말하지만
상대방은 주제넘는다고 생각하거나, 강요를 한다고 느끼거나, 그냥 내게 그만 말하라는 느낌이 확 들게 알겠다고 한다.
난 단지, 스트레스를 없애주고 싶었을 뿐인데,
옳지 않은(사실 옳은 것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또다른 스트레스를 더해 주고 있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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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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