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1. 불가피한 이해들
살다보면 아무 논리도 없이 이해받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이게 내 자신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는 논리들. 그동안 살아온 자그마한 시간들과 사건들과 경험들이 어우러져서 만든 순간들. 근데 이게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이 경우가 있으면, 저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있으면, '나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어떤 부분을 더 설득시켜야 할까. 기반자체가 다르면, 그 위에 벽돌을 제대로 쌓는 법을 아무리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해도, 역시나 역부족이다. 그러면 그냥 다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굴레가 되어버린다. 아니, 사실 어쩌면 기반이 물과 기름처럼 아예 다르지 않다면 어느정도 이해는 되겠지만 그 이해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은, 놓치지 않으려는 신념들이나, 더이상 바꾸려 하지 않는 살아온 방식들, 놓칠 수 없는 자존심 따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다시 또 설명을 해야할까.

2. 모래알같은 순간들
살다보면 순간의 감정들을 지키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 모두 흩어져버려 덧없는 허무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허무함을 느낄 때면 아득바득 살 필요가 뭐가 있나 싶고, 감히 바라는 것들은 모두 사라져버릴 거품뿐이고, 욕심을 내봤자 되돌아오는 건 결국 상처라고 생각이 든다.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3. 물음표
살다보면 마치 뒷통수를 맞는 것처럼 내 생각의 틀을 깨버리는 다른 의견들이 있다. 그럴 땐 마치, 대중교통은 질서정연하게 타세요. 같은 것 따위의 누구나 당연한 상식이라고 생각이 되는 나의 어떤 생각의 틀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마냥 흔들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생각의 틀을 견고하게 지켜야할까, 아니면 그 생각의 틀을 깨어버려야 하나, 하는 고민과 딜레마에 빠진다. 그것은 내 철학과 신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깨버리지 말아야 하나. 아니면 그것은 그냥 나만의 아집인 것일까. 그렇다면 혹독하게 깨부셔야 하나. 어떤 선택을 하여야 내가 더 행복할까, 하는 전제도 깔아보고, 그냥 꼭 선택을 해야 하나, 라는 무책임한 생각도 해보고. 그렇게 갈팡질팡하며 또 다시 생각에 갇힌다.

4. 나는 살고 있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사람이 엄마아빠라고 생각했을 시절에는 단돈 오천원만 있어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젠 수중에 오천원은 너무 쉬운 돈이라고 생각하고, 끊임없는 여러 시험과 점수들과 싸워야 했던 시절에는 성인이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성년자에서 벗어나 애띈 모습으로 술집을 마음껏 들어가 술을 마시고, 평가와 시험따위에서는 벗어나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모든지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시절에는 더 빨리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사회에 나가서 성숙해지면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이상 학생이 아닌 직장을 다니고, 매달 일정금액의 돈을 벌고, 세대주가 되고, 책임이 막중한 큰 일에서부터 너무 소소한 작은 일 까지 오롯이 내 결정으로 선택할 수 있을 때가 되니, 이제는 어떤 것을 바라보아야 행복할까, 라는 고민을 한다. 행복의 방향은 세세한 0.1도의 각도로 나뉜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시', '한번더'라는 말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조금은 덜 망설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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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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