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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51.현타

puresmile 2020. 9. 27. 21:30

*현타

1.
일주일 내내 다이어리를 펴보지 않은 적이 있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하나의 이유는 사색이나 성찰 따위를 하기 싫었기 때문이지. 다이어리를 펴는 순간 무언가 마음이 경건해지고, 시간에 대한 마음가짐과 산다는 것에 대한 비장함, 앞으로 더욱 잘 해보고 싶다는 욕심 등이 한꺼번에 밀려오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밀려오게 되면 결국 현재의 나, 과거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보거나, 사색해보는 시간까지 갖기 마련. 그런 프로세스를 거치다보면 내가 잘하지 못했거나, 잘 대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현타가 오고,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어버리고 싶은 만큼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고, 얼굴이 붉어질 때도 있는데 그런 나와 마주하기 싫었기 때문에 다이어리를 펴보지 않았다. 그리고 (심지어 아무도 검사를 하지도 않는데) 내가 스스로에게 한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다이어리에 매달 그 약속들이 적혀있는데 - 이번 다이어리는 친절하게 무슨 습관달력같은게 있어서 매달 첫 장에 약속 비스무리한 것들을 적게 해뒀길래 이왕 그런 자리가 있는거 또 비워둘 성격은 아니라 매번 적게됨)에도 다이어리를 나도 모르게 외면하게 된다. 마치 숙제 안해간 꼬맹이마냥. 음. 그래도 그런 날들이 있으면 다시 다이어리를 펴고 성찰하고 싶은 날들도 있기 때문에 또다시 나는 다이어리를 편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 생각을 적어 내려가고, 가까운 미래에 생긴 계획들을 적어나간다. 

2.
말레이시아에 있으니 한국 계절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긴 내내 여름이라 더욱 마음의 여유, 여름의 여유따위가 저절로 생기게 되는데, 한국을 보면 어느 순간 따뜻한 계절이 오고있다고 하더니, 장마와 태풍으로 종일 비가 내리기도 하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약간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었다. 정말 너무 빨리 바뀌네. 매번 그 빠른 계절들을 나는 어떻게 맞이했었을까. 정신없이 변하는 계절들을 맞이하고, 적응될 때쯤 또 새 계절을 맞이하고. 그것에 쏟아부은 감정들도 꽤나 많았던 것 같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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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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