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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11.염색

puresmile 2014. 4. 2. 11:47

 


#염색


1. 나의 하루는 내 머리가 갈색이였을때, 검정색으로 염색을 하고 싶었다. 친구 Y양에게 물어보니, 검정색은 집에서 염색을 해도 괜찮다고 나에게 일러주었다. 그래서 검정색 염색약을 사들고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 아빠가 약주를 하고 계셨다. 그래서 엄마에게 염색을 해달라고 하니, 술을 드셨다며 모른척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오늘은 염색을 못하겠구나, 했는데, 갑자기 청하 한 병에 얼큰하게 취한 아빠가 염색을 해준다고 했다. 음. 일단 고마운데, 과연 그 아빠 상태에서 염색을 할 수 있을까.. 의심을 해봤다. 하지만 내 성격은, 한번 마음 먹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고, 또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아빠에게 내 머리를 맡겼다. 아빠의 손아귀 힘은 굉장히 세서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아빠의 성격은 굉장히 꼼꼼해서 일단 한번 시작하고 나니 굉장히 꼼꼼히 내 머리에 검정색 염색약을 바르는게 아닌가………. 새벽 한 시에 내 머리 염색은 끝이 났다. 이미 엄마는 주무시고 계셨고, 아빠는 내 머리카락에 (나는 머리숯도 많다) 꼼꼼히 염색약을 모두 바르신 후, 유유히 컴퓨터를 하고 계셨다. 나는 정해진 30분이란 시간이 지난 후 머리를 감았다. 머리를 모두 감고 나서 거울에 내 얼굴을 비추어 보니 머리 염색이 굉장히 잘 되있었다. 물론 검정색이라는 고유의 색 때문에 잘 되었을 수도 있곘지만, 다시 한번 아빠의 꼼꼼함에 놀랐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아빠가 내 머리에 염색약을 발라주리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다. 우리 아빠의 성격은 굉장히 무뚝뚝하며, 살갑지 않다. 3형제 중 첫째로 태어났고, 할아버지 고향이 경상도인데다가 군인이셨기 때문에 집안 분위기 또한 딱딱했다. 덧붙여 할머니 이야기까지 하자면, 우리 할머니는 3형제를 낳으셨고, 군인인 할아버지에게 아주아주 어릴 적에 시집을 갔기 떄문에, 할머니 또한 성격이 살갑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엄마가 아빠에게 시집와서 8년동안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살면서 서운함을 굉장히 많이 느꼈다) 무튼 나중에 우리가족이 따로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독립을 하면서도, 집안 분위기가 굉장히 (예전에 할아버지댁에 살던 것을 닮아) 무뚝뚝했다. 누구 하나 애교있는 사람이 없었다. 당연한 아빠도, 그리고 8년동안 시집살이를 한 엄마도, 그리고 그 밑에서 자란 나와 내 동생도. 그래서 나는 중,고등학교때 친구를 부를 떄, 그냥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꼭 성을 붙여서 불러야 편했다. 동생을 부를때도 그랬다. 괜히 이름만 부르기가 어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정말 많이 살가워졌고, 유해졌으며, 정다워졌다. 어떤 이들은 예전의 내 모습을 이야기하면 전혀 상상이 안간다고도 했다.


2. 나는 내 고유의 색을 잃지 않으려고, 지키려고 애쓰는 측에 속한다. 어느 누가 안그러겠냐만은. 사실 그 전엔 지금의 색에 만족을 못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렇게 저렇게 변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데 누군가가 그랬다. 넌 지금 너의 모습, 그 자체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내 모습을, 내가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하는 것들을 잃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어쩌면 내가 변하는 것보다, 내 자신의 모습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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