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빵

1.
케이크 먹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말했더니,
어느 날 냉장고에 케이크가 있었고
마른 오징어 먹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말했더니,
어느 날 냉동실에 마른 오징어가 있었다.

2.
친구랑 삼거리 빵집에서 마늘빵 산 후에
지금은 사라진 전통카페에 가서
전통차와 함께 먹던 마늘빵도 좋았다.

3.
몇 년 만에 마늘빵이 너무 먹고 싶었던 어느 날,
운동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마트에 갔어.
네 생각이 나서 네가 좋아할 만한 다른 빵들도 잔뜩 집었지. 
이것저것 마구 집어 들다 보니 내 두 손으로 겨우 들 정도가 되었고,
너를 만나러 가는데 넌 마중 한 번 안 나오더라.
혹시나 싶어 내가 빵을 먹고 싶다고, 마트에 가고 있다고,
많이 살 거라고, 별의별 말을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눈치가 없었던 건지, 내가 너무 알아듣게 말하지 못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너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고,
네가 밖을 나오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어서
내심 기대했는데.
마중 한 번 안 나오더라.
그게 아직도 기억이 남네.
네가 마중 나오길 바랐던 날들에
마중 한 번 안 나오는 널 보면서
기대를 접어야 했던 내 마음이.
그 날들이.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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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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