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病)


1. 마음의 병

그날은 아침부터 잔뜩 예민했다. 사실 그 전날부터 예민했었는지도 모른다.

잠에 들 때도 신경이 곤두서있고, 잠을 잘 때도 신경이 곤두서있었을지도 모른다.

평소 같았으면 웃으며 넘길 수 있었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뇌리와 마음에 꽂히고,

날이 바짝 서 있었던 나는 내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 누구에게던지 까탈스럽게 굴었고,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이 내게 지적을 하면 내 자신을 되돌아 볼 기미도 없이

괜히 서운함을 더 먼저 느껴서 또다시 공격태새를 갖추었다. 악순환의 연속.

신경이 바짝 곤두서있는 시간들이 오랫동안 지속되자 지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예민함이 피크에 오르기 전에 내 자신을 내가 말렸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도 들고,

마음이 사르르 녹을 정도로 내게 왜 따뜻하게 한 마디 해주는 사람은 없지, 라는 생각도 들고.

(사실 그 사람은 실제로 옆에 있지만, 내가 예민함에 눈이 멀어 알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쉬이 마음이 편치 않았던 시간들이 지나간다. 

나는 아직도 멀었다고 느끼며 뒤늦게 내 자신을 탓한다.

어쩌면 그럴 때마다 불안감에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 변할 것만 같은 두려움, 식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 잠에 든다.

아니길 바라면서.


2. 괜찮아요

그렇게 날 품에 쏙 넣고 포근하게 안아주면,

그깟 보일러정도 하루쯤은 켜두고 나와도 괜찮아요. 

그렇게 내 귓가에 좋아한다고 속삭이면,

그깟 풀따위 안먹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내게 너무 사랑스럽다고 얘기하면,

그깟 십분따위 늦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주면,

그깟 사과차따위 딱히 오늘 안먹어도 괜찮아요.


3. about

영어공부 겸으로 어떤 팟캐스트를 듣는데,

그 날 주제는 about과 of였다.

팟캐스트 진행자가 그 예시를 들어줬는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Think of you는 너의 얼굴이나 너의 모습 자체만을 생각하는 것이고,

Think about you는 너의 얼굴이나 모습 뿐만 아니라, 너의 말투, 너의 몸짓 등 구체적인 것까지 생각하는 것이라고.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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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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