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사계
1. 여러 계절이 지나고 또 지났다. 이제 네가 사라졌고, 기억을 애써 하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지만 어떻게 보면 마음 편한 망각의 동물이다. 2. 가을에 네가 있었는데, 봄에도 네가 있다. 겨울에는 꽤나 친절한 너였는데, 여름에는 성난 네가 있다. 가을에는 날 외면하는 네가 있었는데, 봄에는 자꾸만 나를 부르는 네가 있다. 겨울에는 따뜻한 네가 있었는데, 여름에는 무심한 네가 있다. 3. 겨울이 지날 무렵, 집에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비교적)뚜렷한 나라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옷이 그나마 나뉘어져 있어서 항상 계절마다 옷 정리 하기 바쁘고, 때로는 (특히 겨울철에) 옷의 부피가 옷장의 크기보다 더 커져서 넘칠 때도 많은데...
도란도란 프로젝트
2019. 4. 21.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