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1.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다. 요즘 우리의 화젯거리는 서로 얼마나 더 고된 삶을 살고 있는가였다. 실제로 우리들은 현재 시간에, 험난함에, 고단함에 맞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였다. 그래. 험난함은 겪어보면 나중에 요령과 나만의 자산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으므로 험난함따위는 괜찮다. 우리에게 닥쳐와도. 하지만 내 소중한 친구들은 그 험난함을 뚫고 지나가는 길이 조금은 덜 고단했으면 좋겠다. 사람에 지치고, 일에 지치고, 시간에 지친 우리들은 시간가는줄 모르게 이야기를 쏟아냈고, 때론 찰진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세상 떠나가라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우리 조금만 더 기운내자! 


2.

언제 적응할까 싶었다. 나와 다른 타인이기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한편으로는 겁이 났다. 나의 방식대로,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온 시간들이 늘어가면 갈수록 더더욱 서로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고 꼿꼿함만 유지할까봐. 아닌건 아닌거라고 치부할까봐. 치부해버릴까봐. 나또한 똑같이 단정지어버릴까봐. 각자의 삶의 방식을 외면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들이, 너무 여러 인연들이 지난터라. 하지만 벌어진 틈에 스며드는 물처럼, 건물과 건물사이의 골목들을 가득채운 안개처럼, 언제라기보단 어느새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3.

적응은 하되 안주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모두. 항상 더 나은 것이 있고, 항상 더 좋은 방향이 있다는 생각으로 내게 주어진 삶을 조금 더 치열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치열하게 사랑했으면 좋겠다. 치열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곘다. 


4.

난생처음 연력을 샀다. 심지어 웨이팅이라면 기겁을 하는 내가, 2시간을 추위에 떨면서 아주 커다란 사과가 그려져 있는 얇은 종이의 연력을 샀다. 그 연력 붙일 생각에 들떠서. 아주 마음에 든다. 2018년이 기대된다. 


5.

또 사람 죽는 것처럼 울었지

인천공항에서도 나리타공항에서도

울지 말자고 서로 힘내서 약속해놓고 돌아오며 내내

언제 또 만날까 아무런 약속도 되어있지 않고

어쩌면 오늘 이후로 다시 만날 리 없는

귀한 내 친구들아 동시에 다 죽어버리자

그 시간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선수 쳐버리자

 

내 시간이 지나가네

그 시간이 가는 것처럼

이 세대도 지나가네

모든 것이 지난 후에

그제서야 넌 화를 내겠니

모든 것이 지난 후에

그제서야 넌 슬피 울겠니

 

우리가 먼저 죽게 되면

일도 안 해도 되고

돈도 없어도 되고

울지 않아도 되고

헤어지지 않아도 되고

만나지 않아도 되고

편지도 안 써도 되고

메일도 안 보내도 되고

메일도 안 읽어도 되고

목도 안 메도 되고

불에 안 타도 되고

물에 안 빠져도 되고

손목도 안 그어도 되고

약도 한꺼번에 엄청 많이 안 먹어도 되고

한꺼번에 싹 다 가버리는 멸망일 테니까

아아아 아아 아아아 아아 너무 좋다

아아아 아아 아아아 아아 깔끔하다

, 이랑 '환란의 세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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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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