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1.

언제나 엄마의 지갑은 항상 굳게 닫혀있었다.

엄마는 어릴 적 부터 쉽사리 내게 지갑을 열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때였나. 친구들이랑 수영장을 가기로 약속했는데, 용돈을 다 써버리고 없었다.

그래서 엄마한테 수영장가야한다고 용돈을 달라고 하니, 절대 정말 절대로 주지 않으셨다.

친구들이 하도 내가 나오지 않아서 우리집까지 찾아왔으나, 엄마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셨고,

그래서 친구들은 돌아갔고, 덕분에 나는 골이 나서 방에 들어가서 문닫고 괜히 서러워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도 엄마의 지갑을 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다. 

학교 준비물 등등 필요한 돈이 있어도 엄마에게 말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단 한번도 엄마가 쿨하게 '아 그래? 잠시만' 하면서 지갑을 쉽게 연 적은 없었다.

준비물 같은 경우에는 충분히 말했어도 괜찮을 법 했는데, 방 안에서 엄마에게 대화할 레파토리를 다시금 생각해 준비하고 나왔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여차저차해서 조금의 돈이 필요하다고. 

엄마의 단호함은 내가 아무리 떼를 써도 안된다는 것을 애초부터 깨달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내가 가지고 있는 돈(어차피 그것도 80%이상은 엄마가 주신 돈이지만)의 한도내 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

어렸을 적엔 우리집이 솔직히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러셨나, 엄마를 많이 원망했다.

하지만 크면서 조금씩 돈의 중요성, 소비의 중요성을 알아가며 조금은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2.

요즘에 '유나의 거리'라는 드라마를 보고있다. 

유나는 소매치기다. 거리에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돈있는 사람들의 지갑을 마구 턴다.

그래도 나름의(기준은 없다) 양심은 있어서, 자신의 소매치기 행위를 합리화하려 노력한다.

그 중 큰 이유는 바로 엄마다. 엄마가 어릴적, 소매치기 아빠를 벗어나기 위해 자신마저 버리고 갔다고 생각하고, 그 것을 소매치기하기 합당하다는 이유로 조금은 합리화한다.

유나를 사랑하는 창만은 유나의 소매치기 행위를 보고나서도 피하지않고 계속해서 유나를 만류하며 범법행위로부터 지키려한다.

대부분은 유나가 소매치기인 것을 알고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유나를 색안경끼고 보기 시작하지만,

창만은 유나가 왜 그런 행위를 하게 되었는지, 유나에게 어떤 상처와 아픔이 있기에 그렇게 살아야만 했는지, 

유나를 이해하려 한다.

유나 이외에도 등장하는 극중 인물들 전부가 다들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 사연들로 인해 그 인물들이 현재를 살고 있다.

범죄, 불륜, 야반도주 등등 소재는 자극적이지만, 그냥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 모두 다를 것 없이 느껴졌다.

모두가 각자의 사연과 힘듬이 있고, 그에 따른 인과관계로 인해 현재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나쁜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착한 사람도 없다. 자신을 지키려, 상처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현재를 구구절절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길 바라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3.

조만간 예쁜 동전지갑을 하나 사서 포장할거다.

고운 색의 카드도 사서 편지를 쓸거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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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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