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1. 조심 또 조심
베트남 돈은 동그라미가 참 많다.
동전도 없다.
지난번 호치민에 갔을 때,
그 동그라미에 둘러쌓여 (사실 술 기운도 한 몫 했다.) 그만 바가지쓰고 말았다.
조그마한 항아리같은 것을 3만원이나 주고 사다니!
그래도 3만원에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동그라미가 많은 화폐를 사용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또 여행가고 싶다.
사실 아무 생각없이 쉬고싶다.

2. 만두에 대한 단상
지난주 식당에서 만두를 먹었다.
고추만두였는데, 한 치도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고추만두였다.
뭔가 먹음직스럽지 못했다.
만두는 뭔가 손으로 빚어 울퉁불퉁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나도 정확하게 생겨버린 만두는 정이 안갔다.

3. 둥글게 사는건 어렵다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날수록 
둥글게, 더 둥글게만 살 줄 알았는데.
힘껏 날이 서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모서리는 둥글게 깎이다 말았으며,
누가 날 어떻게 찌를지 몰라 더욱더 끝은 더 날카로워지기만 한다.
날이 서다 못해 그 날에 나조차 베어 아프다고 소리지른다.

4. 심각한 사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만 하는 경우를 요즘 너무 많이 접했다.
혼자만 열심히 하면 뭐하나. 
열심히 집중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아주 우스운 현실이다.
의욕이 떨어진다. 동기부여는 커녕 솟아날 구멍을 찾기 바쁘다.
삭막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집중해보려고 노력해보지만.
아직은 타협할 수 없는 마음이 꿈틀거린다. 

5.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것들
좀처럼 상냥함을 만나기 힘들다.
좀처럼 따뜻함을 느끼기 어렵다.

6. 다른 때 말고
슬플때만 울었으면 좋겠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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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1. 슬픈 사실 
사실 이 곳에서의 초심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동기는 커녕 그 어떤 이유도 생기지 않았다.
이유가 붙이면 그만이기도 했지만,
붙이면 그만, 안붙여도 그만인 이유따윈 필요없었다.

2. 그냥 해봐 
'일단 해보자.'
이게 지금까지의 나를 만든 문장이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생각을 해봐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냥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겪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이 문장때문에 쭉 뻗은 길을 놔두고, 빙빙 돌아온 적도 있고,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기도 했지만,
겪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도 하고,
금동아줄인지, 썩은 동아줄인지도 알 수 있다.

3. 너에겐 귀감이 되는 그 무엇이 무엇이니?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내 자신에게 귀감이 되는 무언가를 찾는 편이다.
2차원 적인 귀감보다는 어떠한 감정이 매개가 되는 귀감을 선호한다.
보통은 책, 노래, 또는 장소를 통해 찾은 적이 많다.
아, 어떨 땐 특정 시간과 날씨의 바깥 공기도 방법이다.
내가 원하는 귀감은 형태가 없다.
올바른 방향(인지는 100% 확실하진 않으나)으로 가는 느낌만 있을 뿐.

4. 번쩍
생각지도 못했던 칭송을 받았다.
나 자신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어떤 것을,
누군가가 내게 상기시켜주었다.
간간하게 나에게 건네주는 말들 덕분에 번쩍 정신이 들게 한다.
참, 감사한 일이지.

5. Direction
글쎼. 언제의 마음이 초심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내가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초심 중 최우선이 아닐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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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recipe)

1. 나의 아침
이사를 하고, 가구를 사고, 마지막으로 주방 살림살이들을 채우는 중이다.
전기밥솥(사실 이건 집에서 밥을 직접 해 먹고 싶은 니즈에 의해 샀지만, 보온기능이 크게 떨어져 전자렌지를 살 예정이다.)을 샀고, 커다란 웍(파스타를 해먹을 용으로 샀지만 아직 파스타를 내 생애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다. 곧 시도해 볼 예정이다.)을 샀고, 주걱(고르고 골라 투명한 주걱을 사왔는데, 막상 집에와서 보니 예~전에 엄마가 챙겨준 새 주걱이 서랍장에 있었다. 그리고 전기밥솥에도 미니주걱이 딸려왔다. 결론은 난 주걱부자다.)을 샀고, 마음에 드는 포크를 샀고, 더치커피를 마실 기다란 유리잔도 샀다. 그리고 한 시간 이상 심혈을 기울여 고른 그릇들(하지만 그릇 선반이 없어 쌓아두었기에 꺼낼 때 깨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꺼내야 한다.)도 수납장에 채워넣었다. 조미료들을 담을 조미료 통도 사서 조미료를 채워넣었다. 이젠! 나만의 레시피로 요리할 일만 남았다. 지금으로써 가장 요리를 자주하는 시간은 아침이다. 평소보다 20분정도 일찍 일어나서 눈을 비비며 인덕션 위에 후라이팬을 올리고 온도를 올린다. 그리고 포도씨유(올리브유도 있지만 이건 나중에 파스타할때 먹으려고 아껴두고 있다.)를 후라이팬에 한 바퀴 돌리고, 후라이팬이 달궈지길 기다리며 냉장고에서 사과, 달걀, 샐러드야채, 드레싱을 꺼낸다. 샐러드야채를 그릇에 담고 드레싱을 뿌리고나면 후라이팬이 달궈진다. 그러면 달걀을 후라이팬에 풀어 계란후라이를 한다. 풀어진 계란의 한 면이 다 익을 때 쯤 뒤집개로 노른자를 터트린다. (난 완숙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완반숙!) 그리고 계란을 뒤집어 남은 면도 익힌 다음, 접시에 옮겨담는다. 그리고 사과를 씻어 사과 반 쪽을 깎아 접시에 옮겨 담으면 아침 완성! 내일 아침에도 이렇게 먹어야지. 질릴 때쯤 메뉴를 바꿔봐야겠다. 사실 내일은 베이컨이 추가 될 예정이다. 예전에 사둔 베이컨의 유통기한이 오늘까지라는 소식.. 냉장고에 넣어두었으니 내일 아침까진 괜찮겠지?

2. 뭐든 해보면 알게 되겠지
"나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어?"라는 물음에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요리를 제대로 해 본 적도 없으며, 그나마 해 본 요리들은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밑반찬 정도와 20대 초반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부모님께 해드린 버섯전골정도. 뭐, 이제부터 하나씩 해보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모든지 원하는 건 해준다고 큰소리쳤지만, 나도 내가 제일 자신있어하는 요리쯤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잡채를 제일 좋아하는데, 잡채를 연마해볼까? 아니야, 김치전도 좋아하니 김치전을 연마해볼까? 아니야아니야, 가벼운 걸 좋아하니 월남쌈을? 하지만 월남쌈은 손이 부지런하면 되는거 아닌가. 뭐, 뭐든 해보면 알게 되겠지! 

3. 우리 관계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봐
어떤 관계던, 의무적인 관계는 너무 슬픈 것 같다. 관계에 대한 의미가 무뎌지면 의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관계에 대한 희망이나 욕심따위 등이 없으면 괜히 의무감이 커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알맹이가 없이 껍데기만 남아있는 느낌이 들면 그걸로 관계는 끝일 것이다. 아무 발전이 없는, 생산적이지도 않은, 영혼이 없는, 의무적인 관계를 더이상 만들지 말자. 우리 모두. 자신도 모르게 의무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자.

4. 비법전수가 필요해요
집에 기름을 사용한 요리를 하면 기름냄새가 깔끔하게 사라지지 않네요. 요리 후 캔들을 꾸준하게 켜놓고 있지만, 혹시라도 더 확실한 방법이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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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쁨

1. My Favorite Things
햇살이 쨍하게 비추는 날을 사랑해.
나뭇가지에 올망졸망 붙어, 햇살에 비춰 반짝이며 잔잔하게 흩날리는 나뭇잎들을 사랑해.
사각사각 책 넘기는 소리에 맞춰 은근하게 퍼지는 종이의 향을 사랑해.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을 넘기며 마시는 맥주를 사랑해.
그 어떤 어둠도 지니지 않은 듯한 환한 웃음을 사랑해.
따뜻하게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빛을 사랑해.

2. 나에게
한동안 목표없이, 눈동자는 방황하고,
마음은 휘청이고, 시간은 하릴없고.
다시 하나 둘 쌓아가려 마음을 다독인다.
무너진 초석은 다시 쌓으면 그만이다.
하나하나 다시 토닥이고, 토닥여보자.
흔들리는 눈망울이 쉴 수 있는 초점을 주자.

3. 개인의 취향
이사를 하고, 완전한 내 공간에서 살다보니 내 취향을 더 온전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아,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이런 걸 편하게 생각하는구나, 이런 걸 예뻐하는구나 등등.
깔끔하게 떨어지는 각을 좋아하며, 너무 높게 키가 큰 가구는 불편해하며,
바로 필요하지 않는 소품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꼭 넣어야 하며,
따뜻한 톤에 안정감을 얻는다.
냉장고에 과일이 차 있으면 괜히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화장지와 물티슈가 하나 이상 여분이 있으면 천만대군을 얻는 것 마냥 든든하다.

4. 흘러가는 현재들
얼마 전 음악감상용으로만 쓰는 아이폰4S를 아이폰독에서 빼내어 앨범 앱을 켜봤다.
그 앨범엔 3~4년전의 내 모습들이 가득했다. 그 사진 속 내 모습이 괜히 예뻐보였다.
그 시절에도 힘듬이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들도,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순간들도 많았었는데.
지금 이 순간도 미래의 내가 보면 과거이지 않겠는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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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

1. 마음먹은대로, 그렇게 되었으면.
살짝 창문을 열어보았다.
이삿짐을 조금씩 조금씩 많은 먼지가 나지 않게
청소하며, 살살 옮기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먼지가 있을까봐.
창문을 활짝 열자니, 미세먼지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올 것만 같아서
한 뺨도 안되게끔 열어놓았다.
밖엔 사생활보호창(이라고 부동산 아저씨가 그랬다.)이 달려있어서,
바깥 풍경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리 궁금하진 않았다.
이 공간에서 나는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이 공간에서 나는 다음 달을 맞이할 것이다.
언제까지 이 공간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공간을 내 채취로 가득 채우며, 
또 다른 나를 바라며, 변할 수 있는 나를 바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가지고 있어도 아무 소용도 없는, 아무 힘도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까지 가지고 온 것들을 하나씩 버리기로 했다.
소중한 것들 중에서도 더더욱 소중한 것들만 가져가고, 그리 무겁게 살지 않으려고.
꼭 잊지 말아야 할 것들만 가져가려고.

2. 솔직한 심정
사실 요즘 뜻대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
잔가시에도 쉽게 생채기가 난다.
한 마디가 너무 깊숙하게 와닿는다.
내 안이 텅 빈 느낌이다.
마음을 먹기 싫은건지, 그렇게 마음을 움직이기 싫은건지,
뭐, 원인을 딱히 알고 싶진 않다만.
울렁거리는 내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는 있다.

3. 그런 날들
그런 날이 있다.
마구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날.
마구 사랑표현을 받고 싶은 날.
아무 생각없이 좋아만 하고 싶은 날.
아무 계산없이, 다른 생각없이 사랑만 속삭이고 싶은 날.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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