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1.
난 먼지에 아주 조금 예민한 편이다.
먼지가 쌓이는 게 더러운 것 중에 제일 싫다.
두 번째는 머리카락.
그래서 물티슈는 항상 있어야 하고,
내 최애청소템 돌돌이도 항상 있어야 한다.

2.
애초부터 내가 자초한 일이니, 내가 감수하고 책임져야 한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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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릭

그래 어쩌면 너같이 변하지 않는 물건들에게 빠져버린다면 오히려 덜 상처 받겠다.
물론 생명이 아닌 것들과는 비교할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여전히 생각은 들지만.


난 사실 물건에게 그다지 미련이 없어.
뭐, 받은 편지, 선물, 의미있는 책 등은 물론 내게 소중하지만 말야.
언제부터 미련이 없어졌나 생각해보면,
고등학교때, 그것도 대학교 첫 수시를 보러가는 아주 중요한 날 아침에,
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누가 교실에 들어와서 내 가방 안에서 지갑을 훔쳐갔던 것 같아.
내가 학교에 오려고 버스에서 내렸던 그 사이까지만해도 지갑이 있었으니 말이야.
내가 교문에서 교실로 걸어오는 중간에 떨어트렸을 가능성은 엄청 낮은 것 같고.
더구나 그 지갑은 내가 처음으로 가졌던 명품지갑이였다?
엄마가 해외여행 다녀오면서 사준 지갑이였어.
사실 우리 엄마가 명품을 딸에게 덥썩 내미는 사람은 아니지만,
동남아 길거리에서 SSS급으로 사왔을지도 모르지만,
엄마가 명품이라고 하며 자신있게 내미는 지갑이였지.
그 안에 카드들이나, 현금 3만원이나, 뭐 그 따위들은 다 훔쳐가도 좋았어.
근데 그 지갑이 괜히 너무 아쉽고 아쉬운거야.
근데 어쩌겠어.
내가 엄청 아쉬워해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속으로는 '제발 안에 내용물은 모두 없어도 좋으니 지갑만큼은 다시 돌려줬으면.'이라고 바랐지만,
그게 어디 마음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
그때부터였던것 같아.
물건에 정을 붙여도, 그 물건은 닳기 마련이고, 어느날 잃어버릴 수도, 고장날 수도 있잖아.
그때마다 내가 내 아쉬움을 견디지 못할 것 같은거야.
그래서 난 별로 물건에 미련이 많이 없는 편이야.

넌 그것들이 너의 인생의 낙이라고 내게 말했지.
그래. 저마다 가치가 다를 수 있으니. 이해해. 
하지만 그 말들이 반복되고, 반복될수록,
나도모르게 조금씩 소외감까진 아니지만 뭔가 비스무리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너의 낙은 내가 되었으면, 했거든.
내가 너의 삶 어떤 부분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했고, 빛이 되었으면 했고, 기분좋은 산들바람이 되었으면 했거든.
하지만 나와 함께 있을땐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는 널 보면서,
그다지 내게 큰 미련이 없는 것 같아 보이는 널 보면서,
나는 너에게 그다지 소중하고 아끼는 존재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 말도 못하고, (그래서 네가 더 좋아할지도) 물건들따위에게 지극한 정성을 주는 마음이 더 소중한 너에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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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

1.
생각보다 행동이 느린 요즘.
하나도 나와 찰떡인게 없을 정도로 무심하고 공허하고 외로운 나날들.

2.
한 때는 내가 바라는 이상과 매우 흡사해버려서 놀랐지만,
알고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였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

3.
그래도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친구들이 아직 있다는 것에 감사.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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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1.
꼭 A라는 직업을 가져서 성공을 하고, 꼭 B라는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고, 앞으로의 일생을 함께하고, 꼭 C만큼의 돈을 가질 수 있고, 꼭 D라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라고 했다. 이 세상에 A가 무엇인지, B가 누구인지, C가 얼마인지, D가 어떤 방향인지는 아무도 정답을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엄청난 강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것이 그 날의 위로였다.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듯 모든 것들이 순탄하게만 흘러간다면 나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도, 내가 누구인지 알 기회도, 과연 내가 온전한 나로서 지내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2.
나보고 산청까지 운전을 하란다.
단 한 번도 고속도로를 탄 적이 없는 내게.
처음부터 끝까지 운전을 하라고 했다.
못한다고 엄살을 더이상 부릴 수가 없어서 다음날 아침에 운전할 때 갈아신을 운동화를 챙기고, 내 허리와 등을 받칠 만한 가디건을 둘둘 말아서 출근했다. 
운전대에 앉았고, 안전밸트를 채웠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고속도로라는 미지의 세계가 무서웠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옆 차선의 속도가 무서웠고, 가끔 뉴스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고속도로 사고 블랙박스 영상이 괜히 생각나서 무서웠다. 
하지만 불안함에 떨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조수석과 뒷좌석엔 나 외에 3명이 더 탔다. 아. 아.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엑셀을 밟았다. 
정신을 차리자 내가 고속도로에 와 있었다. 서울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차가 거의 없었다. 엑셀을 더 세게 밟았다. 계기판을 슬쩍 보자 속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속도 90km/h도 무서웠는데, 100km/h으로 더 달려버리자 90km/h이 더이상 무섭지 않았다. 100km/h가 무서웠는데, 110km/h로 달려버리자 100km/h가 무섭지 않았다. 생각보다 안무섭네. 생각보다 할만하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달리자 어느새 산청에 도착했다. 
어떻게든 하면 되긴 되더라고.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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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아침

1.
종종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하기 바쁜 와중에,
고등학교때 엄마가 아침 거르지 말라며,
김에 밥을 동그랗게 돌돌 말아서 조그마한 접시에 담아주던 때가 생각난다.
아침에 엄마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
엄마도 나갈 준비하기 바쁘면서. 바보.
아침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을 때가 진짜 행복에 겨운 때였다.

2.
내가 기억하는 어느 아침은,
잠결에 내가 이불을 발로 차서 걷어냈는데,
네가 언제부터 깼는지 모르겠지만, 조용히 다시 이불을 내 위로 덮어주던 아침.

3.
내게 아침이란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시간.

4.
그 말을 들은 후,
나 또한 왜인지 모를 안정감이 조금은 들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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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방어

1.
너는 널 위한 최선의 방어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네가 미워도 나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나는 이제 어떤 길을 나아가야 할까.
언젠가 나도 담담하게 너를 기억하는 날이 오겠지.
지난 날들 동안 정말 고생많았어.
우리 모두.

2.
조금은 천천히 가을을 즐기자.
당장에 달려가고 싶어도,
조금은 느리게 걷자.
그래도 괜찮겠지.

3.
웃기 싫어도 웃고,
말하기 싫어도 말하고,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그런 치졸한 방어.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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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긴장  (0) 201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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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팥빙수

1.
통조림팥을 뜯어 빙수를 만든 적이 있는데,
너무 상업적인 곳에서 그 통조림팥을 처음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통조림팥만 보면 마냥 상업적, 자본주의, 이런 생각밖에 안난다.

2.
팥빙수가 싫어 과일빙수가 맛있는 곳을 찾던 도중에 망고빙수가 맛있다는 곳을 찾았고, 너에게 거길 가자고 말했다.
여름이였는데도 불구하고 카페 안에는 에어컨이 너무 세서 무릎이 시려웠다.
더구나 입안에서 녹아야 하는 망고들은 너무 얼어서 이가 시려울 정도였는데,
그래도 너랑 얘기하는 게 재밌어서 추운 티도 내지 못한 채 너의 이야기를 들었고,
깔깔대며 웃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너는,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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