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1.
불행(한건가)하게도 난 아직 인생상사를 만난 적이 없다.
첫 번째 상사는 내가 너무 철부지여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진가를 알 수 없었다.
두 번째 상사는 이성보단 감정적인 사람이여서 결국 떠났으며,
세 번째 상사는 일처리가 꽤나 이상적이고, 공과 사를 칼같이 구분하여 그녀스스로도 터치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덩달아 나마저도 편했다. 
네 번째 상사는 팀원들에게 모든 것을 통찰한 것처럼 말을 하지만 결국 그 윗상사의 불합리한 업무를 생각보다 쉽게 굴복하고 가져와 팀원들을 결국 힘들게 했다.
나는 앞으로 몇 명의 상사들을 더 거치게 될까.
진심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2.
과거에 내가 멘토라고 믿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여러가지 스스로의 경험들과 지혜들을 내게 이야기해주었고,
내가 돈을 벌 수 있게도 해주었으며,
나의 그 당시 인생의 고민들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였을까.
그에게 어떤 고민들과 문제들이 생겼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연락은 뜸해졌고, 굳게 믿고 있었던 내 신뢰는 조금씩 무너졌다.
나 혼자만 일방적으로 멘토라고 믿었었나,
그 반대로는 멘티든, 후배든, 동지든, 그 어떤 영역에도 내가 없었던 것일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깨어진 신뢰는 다시 회복되기 어려웠고,
그 후 몇 번 연락은 이어졌지만 결국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는다.
나쁜 관계도 그렇다고 좋은 관계도 아닌 그런 관계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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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

1.
언제부턴가 부모님과의 피서 날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나이까지는 엄마아빠가 여름휴가로 어딘가 가자고 권하면 우린 따르기 바빴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출발하고.
아빠가 휴게소라고 이야기하면, 뒷좌석에서 누워 자다깨 눈 비비며 일어나 차에서 내리기 바빴는데.
이젠 덩그러니 각자 혼자들의 휴가들만 남아있네.

2.
어딜 다녀와도 집에서 시원하게 복숭아든, 수박이든, 요플레든 먹으며
반 정도 누워서 티비보는게 제일 좋은 피서다.

3.
예전에 수원 정자동에 있는 학원에서 일할 때,
꿀 같은 휴가 3일을 받았지만,
그 꿀 같은 휴가 전날부터 냉방병인지, 감기몸살인지, 원인은 모르겠지만
열도 나(는것 같)고, (체온을 재보진 못했다)
몸이 (이불을 덮어도) 춥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거리며 아팠다.
덕분에 그 휴가의 피서지는 내 방 침대였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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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1.

쩍쩍 갈라지는 메마른 마음이였다가도,
촉촉한 단비처럼 충만한 마음이였다가도,
다시 또 건조해지고,
또 다시 촉촉해지고.
이게 사는 것이라면 사는 것이고,
견디지 못한다면 고통인 것이고.

2. 모든지 녹아버릴 것만 같은 더위 속에서

숨이 막힌다
뭔가 하고 싶은 생각보다는 그냥 얼떨떨하다
알량한 나는 그 관심에 또 다시 눈이 멀 것만 같아서 또 겁이 났다
눈이 멀어 마음을 기대면 결국 또 다시 무너질 것이 분명하여 두려웠다
예전에는 울면 좀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이 조금은 되었는데
이제는 운다고 달라지는게 없다는 걸 피부에 와닿게 느끼면서 
울 마음도 울 생각 자체도 없다
(이러다 결국 언젠가 터지겠지만)
상처를 받은 나에게 그나마 그렇게 한 게 내게 예의였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3.

집안에 빨래를 널기 시작한 이후로
날씨에 대해 예민해졌다.
비가 오는 날에는 문을 어쩔 수 없이 닫아야 하기 때문에
면이 두꺼운 빨래에서는 큼큼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우리집에는 수건을 넣는 빨래바구니와 일반 옷을 넣는 빨래바구니,
이렇게 두 개의 빨래바구니가 있다.
두 빨래바구니가 다 비는 날엔 마음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다.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밀린 숙제를 다 한 것처럼 홀가분한 오늘.

4. 올해 조금 뼈저리게 느낀 것

날씨가 내 기분에 영향을 주고,
내 기분이 내 주변에 영향을 주고,
내 주변이 내 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을
올해 뼈저리게 느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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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넌 겁도 안나니.
내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말을 듣고 내 마음이 결국 변할지도 모르는데.
왜 넌 겁이 안나니.
나는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내는 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변한 건 아닌가 솔직히 겁이 났는데.
어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앞으로는 홧김에라도 그러지 마.
나 겁나기 싫으니까.
그리고 너는 겁을 좀 먹어.
겁을 좀 먹어봐야해.

2.
"새 책을 샀을 때 새 책 냄새를 맡는 것이 너의 조각이야.
앞으로 내가 너의 조각을 추억하게 되는 일은 없겠지?"

이 말을 하고 난 뒤
너의 조각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너의 조각으로 말하자면,

멍 하게 창 밖을 베시시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너의 조각이야.
생채기가 난 가구나 올이 풀린 옷따위를 바라보면 떠오르는 것이 너의 조각이야.
가끔은 세상을 다 줄 것 같은 눈빛도 너의 조각이고,
빈 공간을 가만두지 못하고 무엇이라도 갖다놓고 싶거나, 달고 싶어 하는 것도 너의 조각이야.
뛰는 모습이 동그랗게 보이는 것도 너의 조각이고,
우유든, 물이든, 콜라든, 커피든 유리잔 가득 담겨져 있는 것도 너의 조각이야.
전혀 안그렇게 생겼으면서 얄밉게 토라지는 모습도 너의 조각이고,
두툼한 손과는 어울리지 않게 꼼꼼하고 섬세한 모습도 너의 조각이야.
같은 것들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모습도 너의 조각이고,
길을 걷다가도 덥든 춥든 꼭 한 번은 그리 가볍지 않은 한 쪽 팔로 내 어깨를 감싸는 것도 너의 조각이야.
따뜻한 너의 체온도 너의 조각이고,
앉을 때 까치발을 잘 드는 것도 너의 조각이야.
여기저기 너의 조각 투성이야.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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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PVC로 만들어진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산) 요가매트를 버렸고,
TPE로 만들어진 그나마 조금은 비싼 요가매트를 샀다.

다음주에는 꼭 머리를 하러 미용실을 갈 것이라고 마음을 먹었다.
뭔가 주말에 머리를 하는 것보다, 평일에 머리를 하는 것이 더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괜히 들었다.

이제는 입지 않는 속옷들과 몇가지 옷들을 버렸고,
화장대에는 쓰지않는 화장품들도 과감하게 치워버렸다.

근 3달여동안 3주에 걸쳐 받은 젤네일을 모두 다 떼어버리고,
그냥 메니큐어를 발랐지만 또 까졌다. 그래서 아세톤으로 몽땅 지웠다.
다른 색으로 한번 더 발라볼까 생각중인데
내 스스로 내 손톱에(특히 왼손이 오른쪽 손톱들을) 발라주는 것이 너무 어렵다.  

사실 머리는 몇 번이고 단발로 자를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은 계속 길러보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당분간 아침마다 괜히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
영어 고급반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시금 책을 읽어보려고 도서관을 가기 시작했다.
7월 21일이 책 반납일이니까 남은 책들도 부지런히 읽어서 그 전에 반납해야겠다.

여름을 좋아하는데, 습도가 높은 여름엔 약하다..
수영장 가고 싶다. 근처에 실내수영장 갈만한 곳이 있나 찾아봐야겠다.

뭔가 날씨가 굉장히 지루하다.
그냥 무덥기만 하다.
무슨 변화던 간에 변화가 있어야 재미있을 것 같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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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작년 9월쯤 영어학원에 처음 등록하고 초급반을 3개월 정도 다닌 후 중급반으로 올라갔다. 그 당시 중급반 선생님은 진짜 어마어마하게 깐깐하고, 초급반 선생님과는 발음과 말의 스피드가 완전 다르고, 하루에 나눠주는 핸드아웃만 4~5장이였다. 무조건 그걸 다 외워야했고, 질문이 오면 대답도 3마디이상 꼭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였고, 항상 하이텐션을 유지한 허스키한 목소리는 우렁차게 교실을 울렸다. 그런 그녀의 수업에 난 항상 긴장을 해서 중급반 올라간 후 첫 한 달 동안 지각 한번 하지 않았고, 결석 한번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내가 중급반 올라간 지 2개월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하루아침에 그만두었다. 추후에 듣기로는 학원 원장과 트러블이 있었고, 누가 잘못했고, 누가 잘못을 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는 채, 원장은 남았고, 선생님은 떠났다. 그래서 한 달간 임시로 고급반 선생님이 중급반 수업을 맡았다. 

그 뒤 새로운 중급반 선생님이 왔다. 비록 그녀는 첫 출근이 아니지만, 내가 학원에 다닌 후 그 날은 그녀의 첫 출근 날이였다. 그녀의 영어이름은 로즈였고, 로즈인 이유는 이름에 '장미'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얼굴만 봐도 먼젓번 중급반 선생님과는 완전 180도 다른 이미지였다. 수수한 얼굴에 마른 체형에 키가 크고, 목소리도 가늘고 여성스러웠다. 

로즈의 수업은 항상 유쾌했고, 재밌었다. 재밌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루한 아티클이나 토론 비율은 적게 두고, 퀴즈 등 여러가지 액티비티를 많이 준비했다. 하루치 양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버려도 끝날 시간까지의 그 짧은 텀에도 다양한 퀴즈 등을 짧게 시도하여 지루할 틈이 없었다. 딱딱하고 진지한 구문이라던지, 약간 주입식 교육의 스타일은 아니였기에 수동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그다지 얻어가는 것이 없었을 것이다. 하루는 로즈가 말했다. 하루에 이 짧은 한 시간동안 물론 얻어가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고, 전날 공부한 것을 이 수업시간에 계속 사용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비록 그 날의 주제나, 그 날의 문맥과는 전혀 다르더라도 그냥 무조건 내뱉어야 한다고. 로즈는 이런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중급반을 3달 이상 다니자,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이 남아있었고, 자꾸만 새로운 사람들이 드나드는 형태가 되었다. 나를 포함해서 3명이 내가 중급반에 올라간 이래로 계속 남아있었다. 사실 나머지 2명은 60대 할아버지와 40대 아저씨였다. 그 두 분은 내가 중급반으로 올라가기 거의 1년 전부터 계속 중급반에 있었던 엄청난 장기수강생이였다. 40대 아저씨 '오웬'은 항상 유쾌하고, 비록 유창한 영어는 아니지만 가끔씩 짧게 센스있는 문장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고, 60대 할아버지 '삼영(한국이름을 그대로 쓰신다)'은 영어 공부를 매일매일 하루 2시간씩 새벽에 일어나서 하시는 취미를 가진 분이였다. 

어느 달은 새로운 사람들이 다시 또 학원을 그만두고 '삼영'도 당뇨가 있어서 잠시 한 달 학원을 쉰다고 해서, '오웬'이랑 나랑 둘만 로즈의 수업을 들은 적도 있었다. 그때 아마 로즈와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고, 정이 들었던 것 같다. 그 후 새로운 달에 등록한 사람들이 잔뜩 들어왔는데, 그때부터 로즈가 나를 많이 예뻐했다. 실제로 머리를 하나로 높게 묶고 가면 큐트하다고 하질 않나, 염색을 하고 가면 뷰티풀이라고 하질 않나, 항상 내게 에너제틱하고, 밝고, 명랑하고, 유쾌하다고 하질 않나, 그리고 나름 내가 숙제를 열심히 해가자 (비교적 나는 숙제와 예습, 복습을 열심히 하는 축에 꼈다. 사실 직장인들이 거의 대부분인 아침 영어수업은 다들 숙제, 예습, 복습 할 시간이 없어 안해오는 사람들이 태반이였다.) 항상 나를 먼저 발표시켰다. 나도 그런 로즈가 싫지 않아서 계속해서 열심히 나름대로 공부를 했고, 그런 로즈의 칭찬에 같이 호응하고, 고마워했다. 

그러던 어느날 로즈가 내게 그랬다. 나는 리사(내 영어이름이다)를 꼭 올해 여름에 고급반으로 올리고야 말겠다고. 그래서 나는 아직 내가 너무 많이 부족하고, 고급반 갈 실력이 안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로즈는, 물론 리사가 고급반 사람들처럼 유창한 영어를 하진 않지만, 어느날부턴가 리사의 말이 길어지고, 말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느끼고 고급반에 가면 더 많이 늘 수 있을거라고 날 다독였다. 그리고 3~4달 후, 로즈는 다음 달부터 내게 고급반에 가도된다는 말을 전했다. 초급부터 시작해서, 고급반까지 가는 것이 굉장히 기쁜 일이고, 설레고, 동기가 부여되는 건 사실이지만, 괜히 아쉽고, 그냥 또 아쉬웠다.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어느정도 했기 때문에 나는 나대로 계속 영어공부를 해야지라고 마음먹고 남은 중급반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중급반 수업이 딱 이틀 남은 날, 로즈가 말했다. 다음달까지만 학원수업을 진행하고, 그 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했기 때문에 학원수업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고. 아, 너무 괜히 아쉬웠다. 그렇게 나를 잘 챙겨주고, 예뻐해주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선생님이였는데. 덕분에 자신감도 많이 얻을 수 있었고, 하루하루 아침마다 명랑하고 발랄한 나로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던 사람이였는데. 그래서 나는 로즈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선물을 고르진 않았지만, 꼭 내 마음이 가득담긴 선물을 해 줄 거다. 지금도 이런 상황이 괜히 서운하고, 뭔가 이렇게 기분이 좋으면서 아쉬운 이별은 너무 오랜만인 것 같아서, (아마 두 번째일 것이다.) 마음이 오묘하다. 살면서 이런 좋은 이별을 내가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이 해야 할까. 시원섭섭하고 아쉽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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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네가 느끼고 있는 살아감의 무게와, 내가 느끼고 있는 살아감의 무게가 얼마나 다른지 사실 가늠하긴 어렵다. 우리는 애초부터 사고방식이 달랐고, 네가 어떤 생각을 말하면 어떻게 저런 식으로 생각할 수가 있지, 라고 새삼 깨달으며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다투었을 때도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더 슬픈 것 같고, 내가 더 아픈 것 같은데, 너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내가 그 사람을 보는 것과 우리는 완벽하게 같은 시각이 되진 못했다. 웃음의 포인트도 종종 많이 다르고, 밥을 먹는 습관이라던지, 하나의 행위에 대한 생각들이라던지, 그런 것이 많이 달라서 나는 너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느끼는 살아감에 대한 무게는 아직 대부분이 과거의 내 자신이 많은 중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족이라는 존재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고, 가끔은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시간조차 생소한 적도 있고, 내가 앉아있는 이 공간의 편안함과 무거움이 비례하고 있다. 월의 마지막 날에 벽에 있는 달력을 다음달 달력으로 바꾸어 다시 붙일때마다 새 달력의 그림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는 화장대를 보면서 마음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닌 것 또한 괜한 무게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하다. 살아간다는 것은 한없이 가볍게 생각하면 하루하루 시간이 증발되어버리는 것 같아 뭔가 조바심이 나고 가끔은 조바심때문에 악몽을 꾼 적도 많아서 쉬이 가볍게 보지 못한다. 어느 날 너를 바라볼 때면 너의 살아감에 걱정이 많아보이고, 또는 그 걱정들이 너의 하루를 집어삼키는 것만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때로는 너에 비해 걱정이 없어보이는 나를 보며 이렇게 살고 있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또 어느 날은 (너의 표현대로라면 종종 이러다가 풀린다고는 하지만) 어머니와 갈등이 있은 후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온 널 보면 너 역시 무언가 무겁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어느 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고 움직이기도 싫어하는 널 보며, 이렇게 시간을 가볍게 보내도 아무런 조바심이 들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모르겠다. 나 그냥 나의 추측이고, 억측일 뿐이다. 사실 너나 나나 서로에게 살아감의 무게를 직접적으로 물어봐도 명쾌하게 몇 마디로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실제 저울로는 잴 수 없는 무게들을 각자 느끼며 그냥 사는 거겠지. 각자의 하루가 얼마나 무겁든 간에 오늘은 낮잠도 잤고, 뜬금없는 사랑고백도 들었고, 맛있는 육회비빔밥과 갈비탕도 나눠먹고, 귀여운 고양이들이랑도 놀아주고,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생크림 카스테라도 실컷 먹고, 별 일없이 일요일을 마무리 하고 있으니 그걸로 된 거지 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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