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1. 엄마카레
지난 3년여간 교정을 했었다.
엄마가 카레를 해줄 때면 집 안에 카레향이 진동하고,
카레는 또 한 번 하면 며칠은 먹기 때문에 며칠동안 카레향을 맡았었다.
엄마 카레를 좋아하는 나는 너무너무 카레가 먹고싶어 군침이 돌았었는데,
교정기가 투명인 바람에 카레를 먹으면 노랗게 변한다는 속설을 어디서 듣고는,
카레를 한 입도 못 먹었던 적이 있었다. 
3년이 지나고 교정기를 시원하게 제거해버리고 엄마한테 카레를 해달라고 했다.
샛노랗고 당근과 감자가 약지손톱만하게 일정한 크기로 듬뿍 담겨있고, 양파와 고기가 듬성듬성 들어있는 그런 엄마카레.
정말 밥 양의 2~3배는 떠와서 김치와 함께 엄청 맛있게 먹었다.
나는 카레를 밥과 따로 먹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카레를 밥처럼 먹었다.
엄마 카레 또 먹고 싶다.
이젠 먹고 싶다고 해도 쉽게 먹을 수 없는 엄마 카레.
엄마도 보고싶다.

2. 목살카레
한 때 백종원이 전국에 있는 남자들의 마음을 동요시켰던 적이 있었다.
티비에서 본 백종원은 투박하고 두꺼운 손으로 요리를 하는데, 누가봐도 쉬울 정도로 요리를 했었고,
그 덕에 나도 집에서 만들었지만 집에서 만든 것 같지 않은 카레맛을 느꼈었다.
집 카레는 엄마가 해준 카레가 전부였었는데,
근데 그는 엄청난 목살스테이크 위를 덮은 완전 진-한 갈색빛이 도는 카레를 내 앞에 내밀었다.
감자와 당근을 거의 애기 주먹 만하게 데코하였으며, 국물은 거의 없는, 그런 카레.
스테이크를 썰어서 한 입 먹어보니 완전 환상적인 카레와 고기맛이였다.
밖에 나가보면 일본카레 체인점이 널려있어서,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땐 카레 맛은 둘째치고
막상 내가 원하는 집카레 같은 건더기가 없어서 아쉬워했는데.
물어보니 고형카레가 한국에도 보편화되어서 그걸 물에 풀어 카레를 만들면 진-한 카레가 된다고 했다.
갑자기 며칠 전 이 때의 카레맛이 문득 떠올랐다. 

3. 그리고 토마토스튜
왜 토마토스튜를 겨우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사라지는 걸까.
논현동에 있던 카페 고희도 그렇고.
이젠 홍대 히비도 사라진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카페 고희도 그렇고, 히비도 마찬가지로 몇몇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였는데.
갑자기 인스타그램 피드에 히비 사진이 많이 보이길래 봤더니, 곧 문을 닫는다고 한다.
논현동 카페 고희를 처음 갔었을 때는 비가 오는 늦여름이였다.
조금 늦은 평일 점심시간에 넥타이 부대가 지나는 골목을 뚫고,
고희에 가서 따끈따끈한 해산물 토마토스튜를 난생처음 먹어봤다.
세상에. 이런 음식이 있었다니. 조금 날씨가 추워지고 다시 그 곳을 가려하니 가게가 사라졌다.
아쉬워서 서촌에도 고희가 있기에 그 곳에도 가봤는데, 그 곳도 리모델링 등으로 문을 닫았다.
그 때의 나는 거의 10년간에 단발머리에서 벗어나 어깨를 조금 넘는 긴 머리를 했는데,
적응이 안되는 때여서 가르마를 없애고 내려오는 머리를 위로 쓸어올리면서 열심히 스튜를 떠먹었었는데.
히비를 처음 갔었을 때는 추운 겨울에,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저녁에 처음 갔었던 히비의 풍경은 고소한 커피향이 진동하고, 조명은 약간 어둡고,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하는 테이블이 두어개 정도 있었고, 벽에 귀여운 엽서들을 붙여놓았다.
(아, 그러고보니 그 엽서 세트를 샀었구나)
그런 시간을 시작으로 훗날 히비에서 토마토고항을 먹었는데, 그 안에 토마토와 해산물은 고희스튜보다 적었지만
토마토스튜 맛을 또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하지만 이 곳도 곧..
문득 몇 년 동안 다녔던 카페가 몇 개는 아직 남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리카페도 오래오래 그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상수에 가서 다른 곳에 가볼까, 하다가도 결국엔 그 곳에 앉아있는 나인데.
언제든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소중한 공간들이 오래오래 그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제 토마토스튜는 어디서 먹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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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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