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


1.

그래도 명절이라고,

잊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연락이 종종 온다.


"우리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열심히 살자"


이번 추석때 내가 받은 메세지다.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2.

올 여름, 

생각보다 빙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목이 마르다, 이가 시리다, 맛이 없다,

그런 이에게 흔쾌히 빙수를 건네보았다가 퇴짜를 맞거나,

마지못한 승락을 얻었다.

그리고 빙수의 60%이상의 몫을 내가 해치워야 했다.

단지 상대보다 빙수를 더 좋아한다는 이유로.

단지 상대에게 빙수를 건넸다는 이유로.

그 이후엔 먼저 빙수를 먹자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3.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추억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죄책감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함이 나를 잠식하고, 또 잠식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였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일까.

나는 왜 그런 사람일까.

나조차 설명할 수 없어 길을 잃고 떠돈다.

나조차 어떤 생각을 해도 나를 용서할 수 없다.

껍데기만 돌아다닌다. 그렇게 그렇게.

아무 의욕도, 동기도, 모든 희망도 잡을 수 없이 

그렇게 가라앉는다.

감히 나는 내가 지금 어떤 상태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후회와 미움만이 가득 밀려들어오고, 그렇게 가라앉는다.

모든 것들을 부질없게 만들었다.


4.

내 존재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에 대한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정신을 못차린다.


5.

서글픈 이야기들만 점점 더 많이 들려온다.

마음이 삭막하여 멜로영화를 찾게 되지만,

결국 영화는 재생되지 못했고,

쓰린 마음만 부여잡고 눈을 감는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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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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