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 약속시간을 너무나도 어겨버린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던 그날
"어머, 죄송해요. 많이 늦었죠."
그를 처음 만난 나의 인사는 안녕하세요, 대신 죄송해요, 였다. 
약속시간을 거의 한 시간 반 남짓 늦어버리고야 만 나는,
빈 손으로는 갈 수 없어 사과의 의미로 작은 꽃기린 화분을 하나를 내밀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별로 심심하지 않았다며, 괜찮다며 어색하게 나를 위로했다.
이야기의 흐름은 다채로웠다. 
근황에서 서비스로, 서비스에서 우주로, 우주에서 사람으로. 
"전 그 때 그런 모습이 참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라고 말하려던 것을 참고,
그 당시 왜 그러셨냐고 질문했다.
그와 만나기 반 년 전 쯤, 한 아카데미에서 그와 나는 각자 다른 조의 조장이였다.
아카데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매주 열심히 서비스를 기획했고, 수정하고, 또 조사하고, 다시 수정하고.
그렇게 두어달을 보낸 후 최종 발표를 했는데, 최종발표때 유감스럽게도 그는 없었다.
그 대신 조원 한 분이 나와서 대신 발표를 했다. 
(그 조원분과도 친했었는데, 나중에 나에게 정말 힘들었다고, 그조차도 도망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대로 사정이 있었다. 꽤나 인생에서 큰 방황을 하고 있었다지, 아마.
그래, 인생에서 큰 방황을 하고 있는데, 발표가 눈에 보이겠어, 라고 그에게 공감하려 했지만,
내 머릿 속에서는 사실 쉽사리 공감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지, 라며.
생각보다 그와 나는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대화를 했다.
어느덧 창 밖은 어두워졌고, 생각지도 못하게 저녁까지 같이 먹게 되었다.
나는 뛰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마음이 지치고, 괴로울 땐 집을 나서고, 친구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며 이겨낸다고 했다.
그는 마음이 지치고, 괴로울 땐 집에서 꼼짝없이, 방 안에 불을 다 끄고, 그렇게 생각을 하며 이겨낸다고 했다.
나와 그렇게 달랐던 그는 지금도 열심히 그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 보였다.
꽤나 좋아하는 것에 열정적이였던 그의 모습이 내게도 일정 시간동안 큰 동기가 되었었다.
그를 한 번 만났던 사람은 그의 독특함과, 순수한 열정을 잊지 못할 것이다.
멀리서나마 그를 조용히 응원해본다.

2. 날 어떻게 생각해?
생각보다 관심을 받고 싶어 했고,
생각보다 사랑을 받고 싶어 했고,
생각보다 위로를 받고 싶어 했다.
나도 몰랐다. 내가 그럴 줄은.
내 자신에 대한 호기심을 바랐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진 못하더라도, 어루만져주길 원했고,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그리웠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생각도 못했다.
내 안에는 당연한 것들이, 
생각보다 저 멀리 있었고,
전혀 내게 다가올 생각을 안했다. 무심하게도.

3. 그래, 그렇게 해보자.
"나는 뻔히 칭찬받으려고 이야기하는 그 말을 알면서도 칭찬해주고 싶지 않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어."
"그래도 거의 삶의 1/3을 살았으면, 2/3은 조금 다르게 살아가도 되잖아. 나머지 인생의 시간까지 지금이랑 똑같이 살아가면 재미없잖아. 안해본 것들도 해보고, 안해본 말들도 해보고, 안해본 것들도 해봐야하지 않겠어?"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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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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