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쯤 무덤덤해질까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 과거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그 감정, 그 상황, 그 생각들 전부 이미 내 곁을 스쳐버렸다.
그랬었고, 그랬었구나, 라고 되뇌이고, 가늠할 뿐이다.
과거의 잔여물들과 나는 영원히 함께 일 줄 알았다.
그것들과는 뗄래야 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 자체가 나 인줄 알았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그 자체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고,
그것들을 뒤돌아보는 내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난 아직도 적응이 안돼.
바보같다.

2. 춥고 삭막한 거리
빨간불이 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차 안에서 창 밖을 보았다.
횡단보도에 선 사람들이 질세라 발을 먼저 내딛었다.
환한 옷이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겨울 옷이라 그런가. 대부분 마치 짜기라도 한 듯 검정색 코트, 어두운 패딩을 입고
잔뜩 굳어있는 표정으로 내 앞을 지나갔다.
시계를 보니 8시 48분. 
횡단보도에 켜진 초록불이 깜빡였다가 다시 빨간불로 바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횡단보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건너고 있었다.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서 좋아하는 노래를 생각해내어 속으로 불렀다.

3. 어떤 이의 시간(1)
면허증을 찾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서서 컵라면 등을 먹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여자가 손에는 등기보낼 서류봉투를 들고, 
내가 오기 직전에 산 듯한 편의점에서 파는 핫도그를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내 눈길마저 그녀의 시간을  방해하는 것 같아 황급히 편의점 문을 열었다.

4. 어떤 이의 시간(2)
하루는 빵집에서 빵을 고르고, 계산대로 갔는데 내 앞에 어떤 여자가 빵을 잔뜩 계산대에 올려놓고 있었다.
회사 사람들 먹을 빵을 사고 있구나, 라고 직감하고 그 빵들이 계산되기까지 기다렸다.
포스기에 고스란히 찍힌 그 빵들은 아마 그 가게에서 제일 클 것만 같은 비닐봉투에 담겨졌다.
그런데 빵 하나만 담지 않았길래, 그건 안사려고 하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계산을 마친 그 여자는 커다란 비닐봉투는 한 쪽 손목에 끼고, 한 손엔 넣지 않은 빵을 들고,
뒤돌아 출입문으로 향하면서 그 빵의 포장을 빠르게 벗겼다. 그리고 엄청 빠른 속도로 입 안에 빵을 거의 구겨넣다시피 했다.
아. 마치 누군가의 생각의 날 것을 본 것만 같아 눈길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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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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