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1.

나는 이불이 없으면 잠을 못잔다.

몸이 찬 편이고, 추위도 많이 타서 여름에도 이불을 턱 밑까지 올리고 두 팔도 이불 안에 넣고 잔다.

보통 배만 덮으면 된다고 하지만, 나는 한 발이라도 이불 밖으로 나가있으면 뭔가 불안하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여름에도 전기장판을 약하게 틀어놓고 잘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뭐.

장소가 내 방이 아니라 어디든 바뀌어도 잘 잘 수 있는 자신이 있지만, 이불이 마음에 안들면 뒤척인다.

은근 깐깐해서 이불도 고른다. 사실 색상, 패턴 등은 별로 큰 상관이 없다. 두께가 관건이다.

호텔 침구처럼 엄청 가볍지만 두꺼운 건 싫다. 가벼워도 답답한 느낌.

적당히 얇아야하고 물론 가벼워야하며 너무 크지도 않아야 한다.

이불이 내 몸에 비해 굉장히 크면 내가 주체할 수 없어서 싫다.

베개 역시 낮은 걸 선호한다.

높고 두툼한 베개는 아무리 푹신해도 불편하고, 잠을 쉬이 잘 수 없다.

사실 지금 베고 자는 베개는 어린이용이다.

굉장히 낮은 걸 고르고 고르다보니 완전 납작하고 길쭉하며 양쪽에는 사자랑 다른 동물 비스무리하게 그려져있다.

저 베개를 내가 거의 5년 전에 서울에 혼자 살았을때 샀던 건데, 언젠간 바꾸겠지 하면서 샀다가 지금까지 쓰고있다.

그리고 아래에 까는 이불 아래에는 항상 전기장판이 비치되어 있다.

요즘엔 여름에 사용하진 않지만 까딱하면 추위를 타기에 언제든지 누워 손을 뻗어 스위치를 켤 수 있어야 든든하기 때문이다.

어느 겨울 날은 무서운 상상도 해본다.

전기장판을 항상 켜고 자다가 갑자기 불이라도 나면 어쩌지.

그럼 난 머리카락부터 타려나. 불이 왕창 나고 있는 이불에서 탈출한다쳐도 내 머리카락들은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는 끔찍한 상상.

아니면 갑자기 침대 오른쪽에 있는 아파트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면 어쩌지.

혹시나 내가 벽 쪽에 붙어서 자면 그대로 떨어지겠지? 일단 가운데에서 자자. 벽 쪽에는 붙지말자. 라는 바보같은 상상.

그래도 어릴적에 자다가 눈을 떴는데 내 눈 앞에 귀신이 있으면 어쩌지. 라는 상상보다 조금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내 상상 속의 일부를 얘기했지만, 아무튼 이불은 내 숙면을 위한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2.

잠을 아직 깨지 못해 눈을 겨우 반쯤 뜨고 감고를 반복하면

섬유유연제 향이 진한 포근하고 익숙한 이불이 내 몸 위에 느껴지고,

누군가가 옆에서 내 뒤척임에 나의 기상을 깨닫고

끌어안으며 얼굴 어딘가에 뽀뽀를 하는 그런 아침이 있다.


3.

아주아주 어릴 적엔 잠버릇이 심해 이불을 빵빵 차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잠버릇 다 어디가고 반듯하게 누운 그대로 아침을 맞이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이건 어른이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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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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