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도란도란 프로젝트

159.홍차

puresmile 2017. 1. 22. 20:16

*홍차

1. 그녀의 존재
요즘 읽고 있는 책의 남자주인공은 홍차를 파는 카페 자주 간다.
그 남자주인공은 홍차카페의 예쁜 여자주인이
자신에게, 특히 자신이 여자인 친구들 데려오는 날에는 더더욱 자신을 대하는 표정이 좋지 않다고 느낀다.
남자주인공이 느끼기에 그 카페주인의 자신을 대하는 표정이 너무 티가 많이 나는 것 같아,
언젠가 한번 꼭 나에게만 왜 그러는지 물어보려고 하지만,
곧 자신에게 들이닥친 다른 관계들때문에 그 홍차카페의 여자주인은 금새 머릿 속에서 잊고 만다.
난 사실 남자주인공과 실제 여자주인공의 결말도 궁금했지만,
남자주인공과 홍차카페의 주인사이의 결말이 더 궁금했다. 
왜 홍차카페의 주인을 그렇게 묘사했을까.
사실 남자주인공이 그녀의 관심을 내심 받고 싶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그 카페주인은 남자주인공이 누구와 함께 동행하던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그 카페주인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건 순전히 그 날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결국 그와 그녀사이는 책의 내용에서도 잊혀졌다. 
책이 에세이인 것을 감안해 (실제로 내가 아는 장소도 종종 등장했다) 그 홍차카페를 검색해봤으나,
그 곳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였다. 
사실은 소소한 동네 카페였는데 각색을 한 걸까?
아니면 짝사랑하던 직원이 근무하던 프렌차이즈 카페였을까?
괜한 책 속의 관계가 궁금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2. 노란색의 그 홍차
하루는 친구가 싱가포르에 다녀오면서 홍차를 선물해줬다.
유명브랜드의 홍차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뭐 홍차가 별건가,
그냥 향만 조금 나고, 맛은 떨떠름한 그런 차겠지,라고 생각했었다.
며칠 뒤 찬바람이 불자 친구에게 받은 홍차 생각이 났다.
그래서 물을 따뜻하게 데우고, 홍차 티백을 꺼냈다.
티백이 순식간에 우러나면서 엄청나게 달콤한 향이 퍼졌다.
생각지도 못한 향에 놀랐고, 향이 너무 좋아서 한동안 킁킁대며 일부러 더욱 향을 맡았다.
그동안 제대로 홍차를 알지 못하고 단정지었던 내 마음 속 한 켠이 괜히 뜨끔했다.
그리고 바로 친구에게 이 홍차 정말 맛있다고, 향이 정말 좋다고, 찬사를 보냈다.
햇살이 바스러지길 바라는 것만 같은 찬바람이 부는 오늘같은 날, 그 홍차의 향이 그립다.

3. 허브티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출근 전에는 꼭 카페를 들려 커피를 사는데,
내일은 커피대신 차를 주문해야겠다. 
허브티보다는 과일향나는 홍차가 훨씬 좋은데,
아침에 들리는 그 카페에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과일향나는 홍차가 없으면,
아마 난 아쉬운대로 밀크티를 주문하겠지.

4. To buy
먼 훗날 나만의 살림살이를 사는 날이 온다면 아주아주 예쁜 티팟을 살 생각이다.
예전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티팟을 본 적이 있었다.
자잘한 꽃무늬 패턴과 물결무늬 장식이 앙증맞게 있던 티팟이였다.
더 다양한 티팟을 보고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사고 싶은 티팟이 수두룩했다.
그 날은 종일 티팟만 검색하고, 가격에 놀라고, 나중을 기약하며 씁쓸하게 창을 닫았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꼭 예쁜 티팟세트를 사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홍차를 따라줄테야.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도란도란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1.상상  (0) 2017.02.05
160.안녕하세요  (0) 2017.01.29
158.초밥  (0) 2017.01.15
157.변덕  (0) 2017.01.08
156.침묵  (0) 2016.12.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