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그때 2021. 11. 30. 00:55

새벽 내내 불이 켜진 환한 방에서 짙은의 백야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백야 첫 부분에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는 아직도 내 마음을 일렁이게 하고, 짙은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풋풋함이 배어 있다. 30년 이상을 살다보니 여러 경험들이 쌓이면서 조심히 들어야 할 노래 목록들이 조용히 쌓여간다. 노래에 그 순간과 시간들이 너무 묻어나와서 말그대로 정말 조심히 혼자 들어야 하는 곡. 백야가 바로 그 곡들 중 하나다. 백년 만에 백야를 듣고 있자니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다. 

한때는 백야를 안다는 사람에게 관심이 갔고, 백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졌다. 마치 백야로 인해 나와 코드가 너무 잘 맞을 것만 같았던 거지. 대화가 잘 통할 것만 같았고, 많은 말들이 필요하지 않아도 내 감정과 내 마음을 잘 이해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것이지. 물론 되돌아보면 너무 미라클같은 이야기지만 여전히 백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도 일단 그 사람이 좋다. 

조심히 꺼내듣는 백야는 오늘 밤 새벽 내내 내 방에서 흘러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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