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향기
1. 음악은 신비로운 힘이 있다.
누구에게나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은 내게 기억력을 정말 10배로 향상시켜주는 그런 힘이 있다.
마치, 최면술사의 레드썬 같다고나 할까.
만약에 3년 전에, A라는 음악을 좋아해서, 또는 그 음악이 우연찮게도 그때 내 귀에 많이 들렸다고 치자.
3년 후 지금, 그 A라는 음악을 들으면 3년 전 내가 그 음악을 들었을 그 당시의
내 생각, 내가 있었던 공간, 내가 만났던 사람이 많이 생각난다.
그냥 조용히 혼자 그때를 떠올리는 것보다 정말로 10배는 더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정도로 나는 음악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향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향기는 음악처럼 엄청나게 많고 다양한 종류들을 맡아보고 살지 않아서,
더더욱 내 머릿속에 많이 남는다.
이런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한 달 전, 아는 분 차에 탄 적이 있다.
차에 타자마자 굉장히 익숙한 향기가 났다.
그 분은 몇년 전에 내가 쓰던 향수와 똑같은 향수를 쓰고 계셨다.
사실 그리 희귀하고 흔하지 않은 향수는 아니였다.
그냥 정말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런 향수였다.
하지만 나는 그 향수를 썼던 이후로 그 향기를 어디에서도 맡아보지 못했다.
한번쯤은 맡아 볼 만한데 말이다.
그 향기를 맡자마자 굉장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향수를 한창 썼던 그 때가 떠오르면서,
그 당시 내 모습, 내가 만났던 사람, 내가 갔던 장소, 내가 이야기 했던 소재 등등 그 모든 것들이 생각나버렸다.
아, 향기도 내 기억력을 10배는 더 살리게 하는 힘이 있구나, 하고 그때 깨달았다.
음악과, 향기는 내 기억력을 건드린다.
반대로 향기가 없는 사람은 내 기억속에 오래 남아있지 못한다.
2. 나는 달달한 향을 좋아한다.
지금껏 내가 써 왔던 향수도 굉장히 달달했다.
그리고 남자 향수 역시, 달달한 향을 좋아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지금보다 나이가 더 많이 들면
좋아하는 향기 취향이 바뀔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취향은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향기 취향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3. 나는 허브향, 아로마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내 신경을 건드리는 향이다.
아, 생각해보니 강남역 LUSH를 지나갈 때도 살짝 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킁.
4.
잔향1(殘香) : 남아 있는 향기.
잔향2(殘鄕) : 황폐하여 보잘것 없이 된 시골의 마을.
잔향3(殘響) : <물리> 실내의 발음체에서 내는 소리가 울리다가 그친 후에도 남아서 들리는 소리. 실내 음향 효과를 내는 데 중요한 현상으로, 음악은 1.5~2.5초, 강연에서는 1~1.5초가 적당하다.
문득 궁금해졌다.
김동률의 ‘잔향’은 저 세 가지의 뜻 중 어떤 뜻일까.
-Hee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