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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19.시계

puresmile 2014. 6. 15. 23:42

 


*시계


어느 날 우리 집으로 익명의 택배가 배달되었다.

뭘까.

굉장히 작은데.

흔들어 보니 뭔가 있긴 있다.

필통에서 커터칼을 꺼내 박스를 꽁꽁 싸고 있는 테잎들을 죽죽 그어 뜯어낸다.

그 안에 작은 시계가 나온다. 

옆에 편지봉투가 있다.

오잉, 뭐지? 하면서 편지봉투를 열어 편지를 읽어본다.

'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마법의 시계' 라고 쓰여있다.

그 시계는 대략 이렇다.

만약에 지금이 2014년 5월 14일 0:00시라고 해보자.

내가 5월 13일 12:00로 돌아가려면 반시계방향으로 한바퀴만 돌리면 된다.

만약 2014년 5월 1일로 돌아가려면 반시계방향으로 두바퀴씩 돌리면 하루 전이 되니까, 

26바퀴를 돌리면 2014년 5월 1일 0:00시로 이동하겠지.

이와 반대로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미래로 가는 거라고 치고. 

이런 수고스러움을 이겨내며 내가 어떤 순간으로 이동하고 싶을지 생각해봤다.

음..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

어릴 적에 인형을 가지고 놀지 않았으니, 다시 7살로 돌아가서 엄마한테 인형을 사달라고 조를까?

초등학교 1학년때 이사를 가는 바람에 친했던 친구랑 헤어지게 되었는데, 지금은 얼굴과 이름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아쉽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나볼까?

중학교 3학년때 공부에 조금만 더 욕심을 내어 특목고를 갔다면 나는 버틸 수 있었을까?

고등학교때 내가 수능을 봤다면 조금 더 좋은 학교를 갈 수 있었을까? 

만약 경영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를 갔다면 지금과 다른 어떤 이들을 만났을 테고, 지금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아니다. 아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니 미련이 없다.

그렇다면 미래로 가볼까?

작년 이맘때쯤의 나는 완전 재밌게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럼 내년 이맘때쯤엔 뭐하고 있을까? 

음 아마 내 예상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남은 전공학점을 신나게 채우고 있지 않을까, 하는데. ㅋㅎㅎ

10년 뒤 이맘때쯤엔? 결혼을 했을까? 그렇다면 나랑 같이 아침을 먹고 있는 사람은 누굴까?

혹시 외국에 있진 않을까? 나중에 외국에서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은데. 아주, 말고 몇년만.

30년 뒤에 내 모습은 어떨까? 주름이 많이 져 있겠지? 어떤 엄마가 되어있을까?

아, 혹시 엄마가 안되어 있을지도….? 

50년 뒤에 지금 나의 부모님은 살아계실까? 만약 50년 뒤로 시계를 열심히 돌렸는데, 부모님이 안계시면 엄청나게 슬플 것 같다. 매우매우.

물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지만..

혹시나 내가 범죄의 타겟이 되거나 불의의 사고로 인해, 50년 뒤로 돌렸는데 내가 없으면? 

하.. 그것도 엄청 슬플 것 같다.

계속 드는 생각인데, 뭔가 미래를 미리 알고 있으면 엄청난 두려움이 생기거나, 삶의 의욕이 사라지고 아주아주 어쩌면 폐인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이 이런 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만약 모든 사람들이 예견 할 수 있다면,

미리 앞을 내다 볼 수 있게 된다면,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의미가 있을까?

신은 머리가 정말 뛰어나다. 인간에게 미리 미래를 보지 못하게 하여, 내일의 희망을, 내일 모레의 희망을,

내년의 희망을, 미래에 대한 막연하거나 구체적인 희망을 가지게 했으니 말이다.

그로 인해 삶의 의욕, 미래에 대한 비전과 목표, 생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인생을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넘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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