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어떤 시간엔 원래 녹음이 가득한 산 위 리조트에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근데 가보고 싶었던) 말레이시아의 명문 대학교 안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었고, 어떤 시간엔 원래 가장 좋아하는 종이의 집 새로운 시즌을 보면서 마음이 두근두근하고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폭신한 침대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기가 무섭게 잠이 들었다. 어떤 시간엔 원래 파란 하늘 아래에서 예전 호치민에서 입던 호피무늬 수영복을 입고 콘도 수영장을 접수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생전 모르는 사람들과 처음 만나서 인사를 하고, 내 소개를 하고, 비즈니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떤 시간엔 원래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딸기케익과 그린티라떼를 마시고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원..
*스콘 '한국 KFC스콘은 좋아하는데, 여기 KFC는 스콘이 아니라 빵을 주더라!' '텍사스치킨 스콘도 맛있어! 겉에 달달해!' '난 그 겉 달달한 거에다가 쨈이나 버터나 더 추가해서 먹는걸 좋아해!' 스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있지만, 스콘(의 퍽퍽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저 웃으며 맥주나 들이키고 있었다. '넌 어때?' '난 스콘 별로 안좋아해' '아..' 역시나 대화는 내 앞에서 뚝 끊겼다. '스콘보다 맛있는 빵들이 얼마나 많은데!!!' 라고 속으로 괜히 외쳐보았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
*호떡 1. 꽤 오래전 겨울, 추운 남포동 골목에서 굳이 줄을 서서 호떡을 사 먹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예능에서 부산 씨앗호떡 먹방이 큰 인기를 얻었고, 덕분에 원래도 유명했던 씨앗호떡이 더욱 유명해져서 추운 겨울에도 온갖 씨앗호떡 부스 앞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아마 그때가 내겐 두 번째 부산 방문이었는데, 부산엔 연고지가 전혀 없었던 나는 그 뒤로 부산에 생각지도 못했던 각기 다른 사람들과 여러 번 더 방문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 겨울에 길을 걷다 보면 조그만 부스 안에서 붕어빵보다 호떡을 마주칠 때가 더 설렜다. 동그랗고 보기만 해도 말랑한 반죽을 반들반들 기름판에 철퍼덕 놓은 뒤 호떡 모양을 만드는 도구로 꾹 눌러 납작하게 만드는 장면을 보면서 군침을 다시는 그 시간. 갓 나온 호..
*달력 이사 올 때 그 많던 달력을 다 버렸다. 날짜가 무슨 소용이람. 아직 올해가 한 달이나 더 남았지만, 더 이상 날짜의 의미가 없어 보였다. 날짜에 얽매일 필요도, 디데이를 세며 기다리고 있는 날도 없었으니까. 하루하루 꽉 채워 보내면 그걸로 그만이니까.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마음이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